트로츠키  2005/09/16 12:01

이행강령 7

노동자-농민의 정부

노동자-농민의 정부라는 정식은 1917년에 볼셰비키들의 선동에 등장하였으며 10월 혁명 이후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이 용어는 이미 확립된 노동계급 독재를 대중적으로 풀어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용의의 의의는 소비에트 권력의 기초인 노동계급과 농민의 동맹을 강조한 데에 있다.

코민테른의 아류들은 역사에 묻혀 있던 `노농 민주주의 독재'라는 정식을 부활시키려고 했다. 이때 이들은 `노동자-농민의 정부' 정신과는 완전히 다른 순수히 `민주적인' 즉 부르주아적 의미를 이 용어에 부여하여 이것을 노동계급 독재와 대립시켰다. 볼셰비키-레닌주의자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노동자-농민의 정부' 구호를 단호히 거부했다. 이들은 당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미 확정했으며 지금도 이 내용은 유효하다: 노동계급 정당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하지 않은 채 농민과 동맹을 맺는 것은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에 불과하다; 1917년의 맨셰비키와 사회혁명당, 1925-27년의 중국공산당, 현재 스페인, 프랑스, 여타 다른 나라에 등장한 `인민 전선'이 이런 경우에 속한다.

1917년 4월부터 9월까지 볼셰비키당은 이렇게 요구했다: 사회혁명당과 멘셰비키는 자유 부르주아지와 관계를 단절하고 스스로 정치권력을 장악하라. 그리고 이 요구를 수용할 경우 노동자와 농민의 소자본가 대표인 이들에게 자본가 계급 타도를 위한 혁명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멘셰비키 및 사회혁명당 연합정권에 입각하거나 이 정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거부했다.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 정권이 자유 부르주아 입헌민주당 그리고 외국 제국주의자들과 실제로 단절하였다면 이 정권이 구성한 `노동자-농민의 정부'는 노동계급 독재를 더욱 앞당겼을 것이다. 사실 소자본가 민주주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부 수립을 모든 힘을 다해 거부했던 이유가 정확히 여기에 있었다. 아주 유리한 상황에서조차 소자본가 민주주의자들(사회혁명당, 사회민주주의자들, 스탈린주의자들, 무정부주의자들)은 자본가 계급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노동자-농민의 정부를 수립할 능력이 없다. 이 사실을 러시아의 경험은 증명했으며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험이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그러나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이 `자본가 계급과 단절하고 정권을 장악하라!'고 볼셰비키당은 요구했다. 이 결과 대중의 정치의식은 크게 높아졌다. 정권 장악을 완고히 거부한 이 정당들의 노선은 1917년 7월 극적으로 폭로되었다. 이제 이들은 대중의 눈에 완전히 벗어났으며 볼셰비키당의 승리에 길을 열어 주었다.

노동계급을 구(舊)지도부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이 제 4 인터내셔널의 중심 임무이다. 붕괴하는 자본주의는 재앙적 모순을 폭발시키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급 구지도부의 보수적 정책은 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채 역사 발전의 가장 주요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자본가 계급의 정치적 시체로부터 노동계급의 기존 조직들은 단절할 의도가 없다. 제 4 인터내셔널은 이 점을 가장 중심적으로 비난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구지도부에게 체계적으로 제출된 `자본가 계급과 단절하고 정권을 장악하라!'는 요구는 제 2 인터내셔널, 제 3 인터내셔널, 암스테르담 인터내셔널 정당들과 조직들의 배신적 정체를 폭로하는데 지극히 중요한 무기이다. `노동자-농민의 정부' 구호는 1917년 볼셰비키당의 경우와 같이 부르주아 계급에 대항하는 구호인 한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스탈린주의 아류들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의미로 이 구호를 제한하는 것을 단연코 거부한다. 이들은 이 구호를 사회주의 혁명으로 가는 다리(가교)로 삼기보다 혁명의 가장 큰 장애물로 변모시켰다.

노동자 농민 대중에 기초하면서 이들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모든 정당과 조직들이 정치적으로 자본가 계급과 단절하고 노동자-농민의 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공동투쟁에 나설 경우 이들에게 자본가 계급의 반동에 대항하여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동시에 우리는 끊임없이 이행 요구들을 중심으로 선동을 수행할 것이다. 이행 요구들은 노동자-농민의 정부가 근간으로 삼을 강령이 되어야 한다.

기존 노동자 조직들이 이 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과거의 경험은 그 가능성이 기껏해야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 전쟁에서의 패배, 금융의 붕괴, 대중의 혁명적 압력 등과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스탈린주의자들을 포함한 소자본가 정당들이 원래 의도와는 무관하게 부르주아 계급과 단절할 이론적 가능성을 미리 단정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이 상황이 현실이 되어 위에서 의미한 바대로 `노동자-농민의 정부'가 수립되었다 치자. 그러나 이 정부는 노동계급 독재로 가는 길에 존재할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점만은 아주 확실하다.

그러나 추측에 탐닉할 필요는 없다. 모든 상황에서 노동자-농민의 정부 구호를 중심으로 한 선동은 엄청난 교육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가치는 우연히 주어지지 않았다. 이 일반화된 구호는 지금 시기의 정치 발전과정에 완전히 부응하고 있다. 기존 부르주아 정당들의 파산과 붕괴, 민주주의의 붕괴, 파시즘의 성장,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정치를 향한 노동자들의 지향 등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 발전과정의 구체적 내용들이다. 따라서 이행 요구들은 모두 동일한 정치적 결론에 도달한다: 농민과 함께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모든 부르주아 정당들과 단절해야한다.

대중의 혁명적 진출이 경과할 구체적 단계들을 미리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 4 인터내셔널의 지부들은 매 단계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적절한 구호들을 제출해야 한다. 이 구호들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독자성에 대한 열망을 돕고 계급투쟁을 심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개량주의적 평화주의적 환상들을 깨부수어 대중과 전위당의 유대를 강화하고 대중의 혁명권력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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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6 12:01 2005/09/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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