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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무산과 기업도시, 그리고 노무현의 시정연설

[문화연대/기고글] 행정수도 이전 무산과 기업도시, 그리고 노무현의 시정연설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이른바 충청권 달래기 차원에서 충청권 기업도시 유치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충청권 주민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충청지역에 땅 투기를 했던 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도시 충청권 유치가 현실적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의 해결은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행정수도유치와 기업도시유치는 사실 전혀 내용이 다르며 서로 역행하는 정책이다. 행정도시이전은 지방분권을 실현하기에는 그 내용의 부족여부를 떠나 지방분권과 국토의 균형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기업도시는 지방분권이 아니라 지방도시의 권력을 기업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역의 주권을 지역주민이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풀뿌리민주주의 회복이다. 그러나 기업도시는 지방도시의 권력을 지역주민이 아니라 기업에게 이양하는 것이다. 요약해 말하자면 기업도시의 추진은 민주주의적 지방분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지방분권이다. 이는 민주주의에 완전히 역행하는 처사이다. 그런데 행정수도의 대체물이 기업도시유치라고?

  기업도시의 내용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우선 기업도시특별법은 재벌기업의 토지투기를 정당화시키고 합법화시키는 법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게 공공의 영역인 토지를 마음대로 이용, 개발토록 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을 기업이 마음대로 가지도록 정부가 보장해주는 법이다. 심지어 공공목적의 토지수용도 토지소유자들의 3/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강제수용이 가능한데 기업도시법은 50%의 동의를 얻으면 강제수용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국가의 공익적 목적 보다도 기업의 권력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도시내에서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 의해 보장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조차 제한되는 법률제정이 시도되고 있다. 기업도시법(민간복합도시특별법)에는 기업의 이윤에 반하는 환경규제법률도 철폐토록 되어 있다. 공공서비스분야도 철저히 기업의 이해에 맞도록 규정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학교와 병원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학교와 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지정되어 최소한의 공공성을 지키도록 되어 있는데 기업도시내에서는 학교와 병원도 아예 주식회사화 하여 기업의 이윤을 최대한도로 보장하려하고 있다. 학교의 경우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여 귀족학교설립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한마디로 기업도시는 기업에게는 최대한의 이윤을 보장하고 그 도시의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방비책 없이 기업의 이윤추구의 희생물이 되도록 강제하는 도시일 뿐이다.

  최근 정부는 거시경제지표니 하면서 경제상황의 악화를 부정해왔다. 그러다가 이제와서야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그 대비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대비책이라는 것은 사실상 기업도시를 전국화하자는 것 이상이 아니다. 이번에 내놓은 '따뜻한 시장경제'론이 대표적이다. 따뜻한 시장경제? 내게는 '네모난 삼각형'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기업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도시, 지방혁신도시, 복합레저파크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그 내용이고 노동자들의 피땀 흘려 모은 돈인 연금과 기금들을 "사회간접자본 투자"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추진"하는데 쓴다고 한다. 자본이 스스로의 이윤창출을 위해 투자해야할 사회적 인프라에 왜 노동자들이 모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가? 이것이 노무현이 추진하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이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는 "규제개혁을 획기적으로 추진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고 하며 "경제자유구역내에 외국기업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전국을 기업도시화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계획도 발표는 했다. 그러나 요약해서 말하면 '사회복지를 기업화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지정책이다. 국민연금개악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국민의 복지에 대한 정책은 오직 기업발전의 부산물 처리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는 이를 "복지를 누릴 권리와 일할 책임간에 균형"이라고 스스로 잘 요약하고 있다.
  정부가 헌재파동이후 내놓은 정책 중 어디에도 개혁입법 이야기는 없다.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복지의 향상 이야기도 없다. 오직 기업을 위한 정책이 내놓은 정책의 모든 것이다. 그 대표격이 기업도시이고 경제자유구역이며 지역특구이다. 정부는 이제 아예 전국을 기업도시화 하려한다. 기업도시는 이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끝)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우석균
20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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