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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9/29
    행자부는 전자국새나 만들어라
    고ㄴ
  2. 2010/09/14
    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사는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고ㄴ
  3. 2010/09/09
    들리세요?
    고ㄴ

행자부는 전자국새나 만들어라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블로그보다 페이스북이란 걸 더 많이 쓰게 되는 것 같네요.

 

 <사람> 11-12월호에 이 정부의 전자주민증 추진에 대한 글을 싣기로 했는데 도무지 청탁방향을 못 잡겠어서 고민중입니다. 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중반에 이어 세번째로 정부에서 다시 추진 중인데 10년 전, 15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 없는 같은 논리, 같은 반박, 참 힘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스마트 카드가 들어간다는 말에 관련 주가가 치솟고, 행자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더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괘변을 늘어놓고, 게다가 이메일 감청에 생체여권에 공항 알몸투시기까지 등장하는 마당이다보니 이게 대세인가 싶기도 합니다.

 

뭔가 좀 새로우면서도 명쾌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기사 전자주민증 자체가 워낙 진부한 레파토리다보니...

 

얼마전 행자부는 사기단에게 국새 사기를 당해 망신살이 뻗쳤는데 이참에 전자국새나 만들일이지, 왜 이러는 걸까요? 

그런데 뜬금없이 쓰다보니 전자제품과 전기제품의 차이가 궁금해집니다. 전자렌지와 전기밥솥은 대체 뭐가 다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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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내가 어떻게 사는지,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제목 그대로다. 요즘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모르겠다. 주구장창 내리는 비에 지겨워하다 문득 오늘 파란 하늘을 봤는데, 이게 얼마만인지... 어느덧 9월 중순, 찬 바람이 분다.  

 

9월 6일 둘째가 태어났다. 퇴원 후 산모는 아이와 산후조리원에 들어갔고 나는 네 살 난 아이와 한부모 가정 체험을 하고 있다.  

 

아침 7시에 일어나(내가 아이를 깨우는 게 아니고 먼저 일어난 아이가 나를 깨운다) 밥하고, 밥 먹이고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아침에 씻기지 않는다. 자기 전에도 아이가 땀에 찐득찐득 해야 "우리 씻고 잘까?" 슬쩍 물어보곤 하는데 아이는 다행히 씻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이 집에 보낼 준비물을 챙기고, 그래도 티가 너무 날가 싶어 머리 빗겨 묶어주고, 옷 갈아입히고, 아이를 보내고 출근을 하고, 6시에 아이를 데려와 밥먹이면서 놀아주면서 하다 씻기고(얼굴만), 책읽어주다 재우면 10시 반이다. 밀린 빨래 하고, 보리차 끓이고, 집안 정리 하고 그러면 11시, 12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이 딱 12시 10분이다.  

 

블로그? 그런 거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한부모 가정 체험 덕에 첫째와 무진 가까워졌고 애착이 생겼지만(이제 그만 생겨도 좋을 것을...) 도대체 책 한 권 펼쳐본 게 언제쩍인지 모르겠고, 세상 돌아가는 건 신정환, 태진아 이야기 정도 밖에 모르겠다. 

 

그러다 엇그제 새로운 출산장려정책이란 게 나왔다는데, 우리 마눌님 같은 비정규직은 육아휴직은 전혀 해당사항도 아니고 당연히  땡전 한푼도 못 받는데  월 250만원 소득의 정규직 여성에게 월 100만원이나 준다는 말을 듣고 마눌님과 함께 분을 삭히지 못했다. 젠장!!

 

하여튼 결론인즉은, 새삼 이 땅의 모든 워킹맘에게 경의를 표한다, 는 것이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났음에도 3.46킬로그램이란 만만치 않은 체구를 가진 신생아. 그래서인지 목이 없다. 태명은 '벼리'였는데 이제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 이름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뭐라고, 한 아이가 수십년 동안 불릴 이름을 지어준단 말인가. 기회가 되면 모든 이들이 성년이 되면 (혹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개명의 기회를 부여하여 자기 이름은 자기가 짓게, 혹은 동료가 지어주게 하는 제도를 제안해보는 운동을 해볼까 고려중이다. 어쟀든 이 둘째 딸내미의 이름은 '윤슬'(달빛이나 별빛이 어른거리는 잔물결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 어떨까 생각중인데 누구는 좀 쓸쓸하데나... 하여튼 고심 중이다.    

 

 

 

첫째 딸 윤이. 외자 '윤'이 이름이다. 이제 다음 달이면 36개월, 꽉 찬 네살이다. 추석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한복을 입고 오라 그럴지도 모른다고 해서 처형네 가서 빌려왔다. 이 아빠의 가상한 노력을 이 아이가 얼마나 알아줄지... 중2가 되면 꼭 이 사진을 보여줘야겠다. 어쨌거나 마음에 들었는지 한복을 입더니 한동안 벗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려고 해서 약간의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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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세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제주인권회를 다녀왔습니다. 태어나서 세 번째 비행기 여행이었습니다. 여전히 공항은 낯설고 비행기 안에서는 바짝 긴장이 되더군요. 운 좋게도 돌아올 때는 처음으로 창가 자리에 앉게 되어 몇 천 미터 상공에서 저녁놀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이번 제주인권회의에서는 노동권, 주거권, 교육권, 건강권 등과 같은 사회권을 다뤘는데 저는 장애인으로 20년 동안 시설에 갇혀 지내다 나와 지금은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을 하는 김동림 활동가와 함께 다니는 덕분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생생한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중증장애인과 같이 길을 걷고 지하철을 타본 적은 있지만 비행기는 처음이었죠. 아무리 저가 항공이라지만 탑승객이 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항공사였는데 전동휠체어가 등장하자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고 하면서의 번거로움은 그렇다 치더라도 100명을 넘게 태우고 하늘을 나는 최첨단 이동수단에 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자리 하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요?


물론 항공사 직원들은 참으로 친절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나마 교육효과가 있었는지 불편을 최소화하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절한 항공사 직원들은 하나같이 저만 바라보고 저하고만 상의를 하려 드는 겁니다. 김동림 활동가가 저보다 나이도 더 많고 훨씬 지적(?)으로 생겼으며 대화가 힘든 상태도 아니고 너무도 당연히 저보다는 장애인 이동과 관련해서 아는 것도 더 많은데 말입니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 흡연실로 가서 “기분 참, 그렇죠?”라고 했더니 사람 좋은 김동림 활동가는 그저 미소만 짓더군요. 동행한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임소연 활동가는 첫 날부터 ‘사회권,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란 제주인권회의의 큰 주제를 보고는 돌봄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중에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 있는 개념이고 활동보조라는 개념은 그 반대라며 저한테 ‘트집’을 잡았는데 괜한 트집이 아닌 것이지요.


이번 제주인권회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환경미화원의 건강권 문제를 짚은 영상이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거기에 고용된 미화원들의 작업조건은 심각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샤워시설 하나 없는 쓰레기 처리장 옆에 오염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하나 달랑 달린 컨테이너 박스에서 쉬며 일을 마치면 더러워진 몸을 씻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들의 손과 발, 옷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에도 버스터미널 화장실보다 몇 배 많은 세균이 묻어있는 채로 말이죠. 또 거리에서 청소를 하는 미화원들이 일하는 시간은 대부분 사람이 드문 새벽이고, 쓰레기 처리장은 거의 다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시 외곽의 한적한 공터였습니다. 영상을 보며 ‘나는 왜 하루에도 엄청난 쓰레기들을 만들어내면서 그것이 어떤 이들의 손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처리되는지 궁금해 하지 않았나?’ 했는데 아마도 그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어도 무시되기 십상인 사람들, 아예 보이지도 않게 가려지고 덮어지고 치워지는 사람들, 이런 이들의 이야기는 수십 권의 책으로도 다 담지 못하겠지요. 이번호 《사람》의 좌담에도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있습니다. 11월에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거리 환경정화를 해야 한다며 노점상 특별단속반을 편성하고 노숙인 복지 대책이란 명목으로 노숙인 수용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그동안 단속을 하던 출입국관리 직원만이 아니라 이제는 경찰이 직접 나서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니까요.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마음의 눈으로 이들을 찾아 나서고 연대의 손을 마주잡는 것이 정말 필요한 때입니다.


솔직히 제주에서 2박 3일 동안 참 좋고 옳은 말이지만 그래도 어렵기만 한 이야기를 듣느라 많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혹시 《사람》도 여러분에게 그런 존재가 아닌가 많은 반성을 했지만 이번호도 크게 나아지지는 못한 듯싶습니다.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좋은 질문을 위해서는 잘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저는 가끔 지금은 없어진 FM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인터넷으로 다시 듣곤 합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앉아 몇 천 미터 상공에서 저녁놀을 보며 문득 2004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새벽 세 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고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정리해고에 맞서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다가 129일 만에 주검으로 내려온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지부장의 부음을 접하고 그녀가 한 오프닝 멘트입니다. 《사람》을 마감할 즈음 2008년 서울역 앞 철탑에 올랐던 KTX 여승무원들이 마침내 재판에서 이겼다는 기쁜 소식과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이포보에 올랐던 환경운동가들이 무사히 내려왔다는 다행스러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000일을 넘게 싸우면서 두 차례나 철탑에 올라가야 했던 기륭전자 노동자들, 70미터 높이 굴뚝에서 50일을 싸웠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용산 남일당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 다들 잘 계시나요? 우리 목소리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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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은임추모사업회(http://www.worldost.com). MBC FM <정은임의 영화음악> 2003년 10월 22일 방송.   
** 격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9-10월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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