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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일기2

오늘은 중이염으로 고생중인 만 두살짜리 꼬맹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3월부터 중이염때문에 계속 치료중인데도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다가도 계속 재발에 재발을 거듭,

결국 큰 종합병원에 가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이염은 항생제 치료가 필수적이고,

일반 감기나 편도,인후두염에 비해 치료기간이 길다.

기본이 열흘정도? 2개월이상 약을 먹는 분도 그리 드물지 않다.

그런데 열흘동안 꼬박꼬박 약 챙겨먹는게 굉장히 어렵다.

나도 고작 하루 두 번먹는 약도 깜박깜박 잊어먹기 일쑤.

약에 둘러싸인 내가 이러니 환자들은 오죽할까.

게다가 만 두살짜리한테 약 먹이는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약 안먹으려고 보채는 애를 붙잡고 실랑이하는 어머니들 수두룩하다.

어떤 애는 3분만에, 어떤 애는 30분도 걸리더라;; (어머니 대단해요!)

 

아무튼 중이염 치료 스케줄이 이렇게 길다보니 어떤 분들은 한 3~4일 약먹어보고 안듣는다 싶으면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고 다시 약먹고, 그러다 안들으면 다시 다른 병원가서 약먹기도 하더라.

당연히 이러면 치료의 일관성도 없고, 경과도 썩 좋지 않다.

그래서 중이염으로 처방받아온 분에게는 최소한 열흘 이상 꾸준히 병원을 다닐 것,

보통 때보다 훨씬 더 약을 잘 챙겨먹을 것을 강조한다.

이 애기 어머니는 다행히 병원을 바꾸지 않고 약 3개월간 꾸준히 진료를 받았는데,

결국은 안돼서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전화하신 이유는,

지금껏 치료받아온 내용을 새로 옮길 병원 의사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오오!!! 어머니 대단해요!!

지난 3개월간 어떤 항생제를 어떤 용량으로 얼마만큼 복용해왔는지를 알면

당연히 새로 진료보는 의사도 진료계획을 잡기 수월할게다.

그래서 간략하게 항생제 처방 내역만 적어서 팩스로 보내드렸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

소견서에 처방흐름과 약물반응까지 써서 주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보다는 직접 진료를 했던 의사가 더 많은 걸 알고있을테니.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보내준 팩스는 의외로 별로 도움이 안되는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흠...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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