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2006/10/02 20:25

블로그 이웃인 전교조 샘 한 분에게 한가위를 맞아 안부게시판에 글을 쓰다 보니 길어지더군요. 나름대로 공유할 부분도 있을 듯하여 여기에 조금 더 보완하여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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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연구실에 있는 한 연구원하고 교원평가 및 전교조에 대해 토론을 했어요. 처음에 교육부에서 추석을 앞두고 2차 성과급이 교사들에게 지급되었는데, 지난 번 1차 때는 방학 막 들어가려고 하면서 지급하더니 이번에는 추석 때라고 하며 참 기만적이라고 얘기를 꺼냈다가, 교원평가 얘기가 나오게 된 거죠. 그 친구는 환경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교생실습도 했으며, 지금은 생계를 위해 학원에도 나가고 있는 연구원이예요. 저랑은 의견이 비슷한 부분이 많으면서도 약간 상이한 점이 있는데, 이상하게 나름대로 유연하다고 생각했던 제가 더 원칙적으로 여겨지게 되더라구요. 환경문제도 그렇고, 교육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아마 제가 민주노동당과 관련이 있어서 나름의 좌파적인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랬겠지요.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데... 
    
오늘 논쟁꺼리는 교사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는 전교조마저도 어떻게 교사들이 공부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대안이 없고, 교원평가도 그런 차원에서 의미있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지식전달도 중요한데, 교사들이 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문제라는 것과 함께, 교육수요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에 대해 저는 교원평가를 통해 지식전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영국, 미국,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오히려 교원평가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렸고, 일본에서는 부적격교원의 명목하에 기미가요 등의 제창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교원들을 쫓아내는 쪽으로 악용되었다는 점, 교원평가는 지금까지의 공교육 부실의 책임을 교사에게 전가하려는 교육부의 논리라는 것, 교육을 시장논리로 봐서는 안되며, 그런 점에서 교육수요자/공급자로 나누어 보는 것은 문제가 있고, 교사 또한 교육주체라는 점을 얘기했지요. 실질적으로 학부모, 학생들이 교육주체로 나서는 실질적인 학교자치가 이루어져야 하고, 지식전달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으며, 그렇게 지식만 쌓인 애들이 커서 무엇이 될 것이냐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어요.  

   

이에 대해 그 친구는 그렇게 제도적인 측면만 말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분들이 많고, 전교조를 빼놓고라도 80% 정도의 교사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라는 반박을 하더군요. 교사들은 수업 외에 업무의 과중을 핑계로 대지만, 사실 그게 노동자들의 잔업만큼 많은지 의문이고, 수업도 많아야 하루에 3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데, 교무실에 가보면 그 많은 선생님들 중에 공부하는 분들을 거의 못봤다는 거예요. 그리고 얼마전 전교조 분에게 교사들이 공부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물었을 때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말도 하고요. 또한 과거에는 대학을 나온 교사들이 그보다 학력이 낮은 학부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이 있다고 인정되어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학부모들의 학력이 훨씬 더 높은 경우도 있고, 영어 교과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발음이 좋고 영어를 잘하는 경우도 있는데, 교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구태의연함에 머물러 있다고 했어요.

    

나아가 교사가 과연 노동자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시하고, 2달여의 방학 중에 교사들은 대부분 해외여행 등으로 놀러만 다닐 뿐 충전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 과연 보수를 줄 필요가 있는지, 전교조가 주5일제를 주장하면서도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서는 서로간에 자기과목을 줄이려 하지 않는 모순 때문에 말을 꺼내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하더군요. 

    

저는 전교조 내에도 교사에 중점을 두는 입장과 교육노동자에 초점을 두는 입장이 존재하는 등 노선상의 차이가 있고, 보수나 업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교사 또한 노동자로 보는 게 맞다고 했어요. 연봉이 1억일지라도 자신의 노동을 팔아 생활을 한다면 노동자이며, 최저생활비 이하로 받더라도 자영업자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교사는 일종의 귀족노동자네요 라고 얘기하더군요. 이에 사실 교사들도 이중적이다, 이를테면 경제자유구역이 설치된다고 할 때 특히 여교사들은 정보인권문제나 교원평가 문제 등에 비해 그리 열의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교사로서보다는 학부모로서 교육개방이 되면 자신의 아이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교육노동자들의 이중성에 대해서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해외여행에 대해서도 이 또한 나름의 충전이 아닌가, 즉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가 아니라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임금이 주어지는 것이고, 이는 노동을 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다, 당신의 논리대로 하면 일별로 짤라서 보수를 주는 성과급을 가정할 경우 일을 하지 않고 쉬는 토,일요일에는 임금을 주지 않는 게 타당하냐, 교수들의 경우에도 하계/동계 휴가기간 중에 보수를 주면 안되겠네요 하는 식으로 반박을 했는데, 조금 궁색했어요.

    

또한 학부모 학력의 상승에 따라 교사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면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초등학교에 지역학운위원으로 참석해보니 학부모들의 학력은 높을지몰라도 교육에 대한 마인드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자신의 자식만을 생각하는 편협함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던데, 이를 교육수요자의 요구라고 하여 그냥 수용하는 게 타당하냐고 반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식전달 수준이 사교육에 비해 떨어지는 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더군요. 결정적으로 교과과정 개편에 대해서는 제가 사정을 잘 모르니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고 했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주5일 근무제에 맞게 전교조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교과과정 개편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토론이 끝났는데, 저 또한 전교조가 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토론과정에서는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전교조를 옹호하는 쪽에 가서는 그 문제점을 떠들고, 비판하는 쪽에 가서는 이를 옹호하고... 내가 박쥐는 아닌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면서 전교조가 좀더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구요.

    

요새는 젊은 교사들에게는 전교조가 인기가 없고 가입도 잘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참 씁쓸했습니다. 아직 전교조가 할 일이 많은데, 왜 지킬 것이 많은 '보수세력'으로 간주되는지...

   

나름대로 제 의견을 얘기하긴 했지만, 제가 교육에 대해 참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떠들다보니 길어졌네요. 전교조가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개혁에 대해 고민을 했으면 해요.

   

한가위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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