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위원장 교체

2006/12/16 14:01

정진화 전 서울지부장이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되었다.
과거에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전교조의 위원장 교체에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은 과도한 것처럼 보인다. 그 만큼 전교조가 중요했던가. 아마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신임 전교조 위원장의 행보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정진화 당선자가 언론에 대해 쏟아놓는 말들은 모두 그럴싸해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하겠다는 데 동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러한 새 지도부의 포부는 과거 전교조의 투쟁에 대한 정당한 평가 속에서 도출된 것일까.
 
우선 정진화 당선자는 "무조건적인 거리 투쟁보다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통해 전교조의 주장을 펼쳐가겠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거리 투쟁이라.. 전교조가 그렇게까지 언급될 정도의 거리 투쟁을 했던가. 단체행동권도 아닌 연가투쟁조차 교육부의 탄압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장혜옥 집행부는 사회적 공론화와 토론을 하지 않았나. 내가 보기에 장혜옥 집행부는 이전 이수일 집행부 등보다 정책대안 제시도 뛰어났고, 정책을 실천에 옮기려는 의지를 가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정진화 당선자가 지부장을 맡았던 전교조 서울지부가 그러한 활동을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번 서울지부장 선거에서 장혜옥 샘과 의견을 함께하는 송원재 샘이 지부장으로 당선되었다는 점만 밝히고자 한다.
 
정진화 당선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투쟁에 치중하느라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고, 학생·학부모와 함께 소통하는 실천을 조직하는 데 힘을 쏟지 못했"기 때문에 전교조가 고립되었고, 선거 기간 내내 "전교조는 '고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고립되었다는 이유로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힘을 내어 큰 걸음으로 넘어설 것인가? 승리하는 투쟁만 할 것인가? 아니면 결코 회피할 수 없는 투쟁에 정면으로 맞닥뜨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
 
나는 전교조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무력한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의 전교조가 과거의 전교조와 같지 않다고 할 때 그 원인은 쪽수만 늘어났을 뿐 그에 걸맞는 질적 향상을 기하지 못한데 있지 않을까 싶다. 진정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전교조 조합원, 교육공공성 확보를 사회공공성 강화 투쟁의 차원에서 바라보고, 사회와의 연대에 소홀하지 않으며, 교육현장 또한 전체 사회를 바꾸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는 전교조가 요구되는 것 아닐까. 
  
정진화 당선자는 세대 교체가 필요하고, 세대간 소통이 절실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노동과 인권, 연대의 가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젊은 교사들이 개념 있는 교육노동자가 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게 필요하진 않을까.
   
평범한 교사, 평교사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전교조의 조합원이라면 당연하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정진화, 정진후 후보의 당선을 가지고 전교조 조합원들의 변화 운운하는데, 떳떳하게 정책대결을 벌이지도 않았고(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장혜옥 후보에게 득표율에서 뒤졌으면서도 경기, 전남, 광주, 경남 등지에서의 몰표(민주노동당에서도 이들 지역이 소위 NL이 장악한 지역이라는 점이 떠올랐다)를 기반으로 당선되었으면서도, 저리 당당한 것을 보면서 전교조의 앞날을 걱정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나가기를 바라지만...
  

"해직교사 주축 전교조, 젊은 세대와 대화해야"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 2006-12-15 오후 4:52:34)
정진화 전교조위원장 당선자 "'변화' 통해 '고립' 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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