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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 편지

 

한 바다가 있었네

햇살은 한없이 맑고 투명하여

천길 바다의 속살을 드리우고

 

그 바다 한가운데

삶이 그리운 사람들 모여 살았네

더러는 후박나무 숲그늘 새

순금빛 새 울음 소리를 엮기도 하고

더러는 먼 바다에 나가

멸치잡이 노래로 한세상 시름을 달래기도 하다가

밤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 한 몸 되어

눈부신 바다의 아이를 낳았네

 

수평선 멀리 반짝인다는

네온사인 불빛 같은 건 몰라

누가 국회의원이 되고

누가 골프장의 주인이 되고

누가 벤츠 자동차를 타고

그런 신기루 같은 이야기는 정녕 몰라

 

지아비는 지어미의

물질 휘파람 소리에 가슴이 더워지고

 

지어미는 지아비의

고기 그물 끌어올리는 튼튼한 근육을

일곱물 달빛 하나하나에

새길 수 있다네

 

길 떠난 세상의 새들이

한번은 머물러 새끼를 치고 싶은 곳

자유보다 소중한 사랑을 꿈꾸는 곳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네

수수천 년 옛이야기처럼 철썩철썩 살아간다네.

 

-곽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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