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란 말이 있었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를 뜻하는 말이었다.
2000년 중국에 갔을때 20대 후반의 탈북자들과 이야기 한적이 있다.
조만간 다시 북으로 갈거라고 했다.
북한 체제와 김정일 위원장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당시 갓 스무살이었던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모르고 북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던)나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북으로 넘어가는 남한 사람이 제법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북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군에서 많은 정신교육을 받았다.
말 같지도 않은 정신교육 내용을 외워서 수시로 시험을 봤고
시험에서 불합격 하게 되면 외박통제나 자유시간 박탈등의 불이익을 받곤했다.
(다행히 나는 불합격 한 적이 없어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일상적인 정신교육외에도
탈북자가 와서 교육을 한다던가
고급장교(장성이나 영관급 장교)가 강연을 하곤 했다.
그 외에도 군출신(전역한 장군)강사나 민간강사가 와서 강연을 한 적도 있다.
기억에 남는 몇가지 내용이 있는데
1.
소령이었던 사단 정훈참모의 교육이 있었는데
탈북자들이 자기에게 이런 얘기를 해줬다고 한다.
*
북에는 김정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근데 남한에 와서 보니 김정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북에 가서 북의 현실을 보면 그런 얘기를 못 할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북한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걸 보니
너무 안타깝다.
*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면서 교육을 하는데
내가 격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나도 조용히 전역을 해야되는 입장이라서 아무말도 못했다.
며칠뒤에 누가 그 얘기를 다시 하며
한국의 현실을 정말 잘 반영한 이야기라며 감동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때도 그냥 아무 말도 안 했었다.
2.
그리고 사단장이 강연을 할 때 였는데
전교조가 빨갱이라 학생들에게 좌편향적 역사 교육을 시켜
지금 젊은 장병들은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군에서 정신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해 줘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직업군인이 보수적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공식적인 강연에서 지휘관이 근거도 없이
정치조직도 아닌 조합조직을 비난하는 강연을 한다는 건 놀라웠다.
2.
한번은 대위가 정신교육을 하면서
한미 FTA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했다.
국익이 어쩌니 저쩌니 자기는 FTA에 찬성한다며 이야기 하고
찬성하는 사람 손들게 하고 반대하는 사람 손들게 했다.
근데 그 대위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아마 내 눈빛이 맘에 안들었을 거다. 얘기 하는 내내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을 테니)
나는 손을 안 들었는데 회색분자로 몰려 제법 안 좋은 소리를 많이 들었다.
FTA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보다는
나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FTA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농민들에게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차, 핸드폰 팔아서 이익이 많이 남으면
농민들이 손해본만큼 농민들에게 보상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그렇게하면 찬성하겠지만 이익은 대기업들이 가져가고
손해는 힘없는 농민들이 보는 상황에서
찬성 반대만 이야기 하는 건 나의 의견을 조금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쏘아 붙이고 싶었지만 찍히기 싫어서 아무말도 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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