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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느꼈다

3월 24일 중구난방 들놀이.....

 

초보좌파와 그 아들, 똘망샘과 그 딸, 스캔, 거한....이렇게 6명이 참여했다....

비온다고 해서 무지 걱정했었다. 비오면 1박2일 동안 집안에서 뭐하누???? 스캔이 보드게임을 준비한다고 했으니 거기에나 푸욱 빠져 볼까나?????

 

비가 오든 말든 예정대로 11시에 만나기로 했다. 정해진 일정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적절한 일정을 고려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예정대로 만나기로 했다. 다만, 비오면 마니산 등반이 어려우니 굳이 마니산 주차장에서 만날 필요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해서.....11시에 강화여객버스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스캔과 거한은 신촌에서 버스를 이용해서 올테니 말이다....

 

11시보다 좀(?^^;) 늦은 11시 40분에 버스터미널에서 만났다...

 

처음에 서로 약간의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카니발에 몸을 싣고 출발.....

우선, 고픈 배부터 채우는 것이 급선무....차는 전등사 밑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산나물을 비벼 먹는 보리밥....그리고 동동주 한 사발....

갖은 야채에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서 한 입 집어 넣고, 강화 순무를 한 입 베어 물고....구렁이 담 넘듯 목구멍으로 저절로 넘어가고 나면 입가심으로 동동주 쭈~욱.....ㅋ.....

 

느긋하게 앉아 점심과 더불어 수다를 나누고...점점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로 가는데.....아차!!!! 차 열쇠를 안에 넣어 놓은 채로 문이 잠겼다!!! 이럴 수가...급히 서비스를 신청하여, 견인차가 오고, 기사분이 차 문을 열기 위해 끙끙거리고.....

아!! 그 때 하늘이 점점 맑아 오며 따뜻한 봄볕이 사위를 포근히 감싸 주고......기사분은 끙끙거리지만 우리는 봄볕 아래에서 나름 즐기고 있었다....공기받이 놀이도 하고, 주변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러던 중, 똘망샘의 핸폰이 행방불명....에구, 어디 있을까? 이리 저리 찾아 보았지만 결국 집에 올 때까지 찾을 수 없었다....으아~~~똘망샘은 참 비싼 들놀이를 갔다온 샘이다.....에구....

 

차 문을 열고 이제 숙소를 향해 출발....숙소에 짐을 풀고 강화를 한 바퀴 돌아 보자는 심산....

숙소는 "언덕 위에 하얀 집".....가져온 약도를 보니, 강화도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석모도에 있다....?

쫌 꺼름칙했지만, 약도를 믿어야지.....잘 되었다....석모도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배를 타고 갈매기에게 던져주는 새우깡의 즐거움도 있으니....다들 색다른 경험이겄다....싶어서....날씨도 좋구 바람도 좋구....

 

석모도에 들어가기 위해 차와 우리는 배에 몸을 실었다....새우깡 두 봉지랑....

이미 그 곳 갈매기들은 익숙해져 있었다...새우깡을 던져 주는 우리만 신기하고 어색할 뿐, 갈매기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새우깡에 응했다. 심지어, 손에 들고 있는 새우깡마저 날쌔게 채 갈 정도다....

'여기 갈매기는 그래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네...새우깡으로 말이지....이게 다행인가 아닌가? 불행 중 다행인가?'......잡스런 생각도 해보고....

 

석모도에 내려서 숙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언덕을 넘어 보이는 드넓은 바다는 푸른 도화지였고 내 맘은 그 도화지 위에 마구 낙서하는 어린아이였다.

 

숙소에 도착.....와~~집 이쁘다^^....예약을 확인하기 위해 숙소 로비로....근데

허걱허걱!!!! '언덕 위에 하얀 집'이 두 군데란다. 하나는 강화도에 있고, 하나는 석모도에 있는데 서로 다른 곳이란다....이런....*길....근데근데 우리가 예약한 곳은 여기가 아니라 강화도에 있는 '언덕 위에 하얀 집'이었다.....ㅠㅠㅠㅠㅠ

 

어쩌겄누...넘어 오면서 갈매기 점심을 주었으니, 돌아 가면서 갈매기 저녁을 주자....그래서 발길을 보문사로 향했다...강화도에는 전등사, 정수사가 있고 석모도에는 보문사가 있다. 눈썹바위로 유명한, 눈썹바위로 오르기 위한 418개의 계단으로 유명한...난 보문사에 대해 이 정도밖에 모른다...^^;

보문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보문사로 올라갔다. 가파르긴 하지만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6살난 장우가 씩씩하게 잘 올라간다....418개의 계단도 완전 정복하고 의기양양하다...보문사로 올라가는 길 옆에 작은 계곡이 있는데, 그 곳에 원래 맑은 물이 흐르던 곳이다. 그런데 계속 되는 가뭄으로 물이 말라 있었고,  절 내에서는 가뭄으로 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문사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 목 옆으로 강화인삼막걸리와 새우튀김, 쑥튀김을 맛뵈기로 제공하고 있었다. 강화인삼막걸리가 좀 단 것이 흠이긴 하지만 걸죽한 맛이 좋구, 쑥튀김은 쑥의 쌉쏘롬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보문사에서 내려와 차를 몰고 석모도 해안순환도로를 따라 다시 배를 타러 가려고 가던 중, 한 눈에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 눈에 띄어 차를 세우고 모두 바다를 보러 내려 갔다. 석모도의 석양은 일품 중의 일품이다. 해안순환도로를 타고 돌다 보면 석모도의 석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바다를 본 후 그 곳으로 갈 속셈이었다. 석양보러....

모두 바로 내려갔다....갯벌이 펼쳐지고 드넓은 바다는 그 뒤에서 아득한 그리움을 안고 누워 있었다...

장우는 갯벌에서 장난치고, 똘망샘 딸 예진이는 갯벌흙을 스캔의 얼굴에 묻히려고 잡으러 다니고, 거한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갯벌에 들어갔다가 갯벌에 발이 깊이 빠지는 바람에 바짓자락이 갯벌 범벅이 되고, 똘망샘은 바다 보고 있고, 초보좌파는 담배피며 바다 보고 있고.....

바다가 우리를 안아 준 만큼, 그 속에서 편안해지는 순간순간들이었다.

 

석양을 보러 가려 했지만, 배 시간 때문에 바로 가야했다....

저녁 새우깡을 갈매기들에게 나누어 주고, 차를 몰아 숙소로 갔다...가기 전, 강화벤뎅이가 유명하니, 안주로 강화벤뎅이를 준비했다....

 

저녁거리는 똘망샘과 초보좌파가 수제비를 만들었다. 안주거리로는 각자가 준비해 온 것을 같이 나누어 먹었다....나쵸, 약과, 딸기드레싱, 양배추, 벤뎅이, 두부, 김치, 콩나물, 시금치.....술은 초보좌파가 소주칵테일을 준비했다....소주와 포카리스웨트와 레몬으로 만드는 소주칵테일.....소주같지 않아 마실 때 부담이 없어서 많이 먹게 되는데 다음 날 숙취가 전혀 없음이다....좋다.....

 

도착한 '언덕 위의 하얀 집'은 '하얀' 집이 아니라 사실 쫌 '누런' 집이었다.....

밥을 먹고 저녁 시간을 좀 뒹굴거리며 쉬다가......스캔이 준비한 경마보드게임을 한다.....

스캔이 자신 블로그에 썼듯이 "달리지 않는 말을 보며 달리라고 열광하는 게임"이다....재밌다....나중에는 모두들 빠진 배꼽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을 정도였으니까....ㅎㅎㅎㅎㅎ

아쉽게도 말 중에서 알비노가 가출하는-알비노라는 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아침에 스캔의 맘이 상했을 것 같다....

환상적인 술과 환상적인 게임....그리고 다정한 사람들....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밤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무르익어 가면서 대화도 무르익어 갔다....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공감하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하면서.....자기를 이야기하는, 제약받지 않는 솔직함들이 돋보이는 시간이다...참 솔직한 사람들이다....사람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그래서 행복했다....

 

그 곳의 밤은 진짜 "깜깜"했다. 도시의 밤은 "깜깜"하지 않다. 그 곳의 밤은 진짜 '밤'이었다. 차갑게 느껴지는 밤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은 행복하다...별을 보고 내뿜은 담배 연기는 행복하다....걸찍한 밤공기를 품은 도시의 밤은 썩은 욕망의 냄새가 난다....오래 간만에 느끼는 밤이었다....

 

다음 날....늦게까지 늑장을 부릴 때로 부리고....강화 고인돌을 보러 갔다...사람 사는 곁에, 나무와 풀 곁에 있어야 할 고인돌을 생뚱맞게 만들어 놓았다. 마치 삭발한 것마냥, 고인돌 하나만 뎅그렇게 놓여 있고, 주변을 모두 밀어버리고 잔디를 심어 놓았다....고인돌 위로 부는 바람이 황량하게 느껴진다....고인돌에 묻어 있을, 옛 사람들의 정취를 느낄 수 없이 볼거리로 전락시켜 버린 꼴이었다....

 

마지막으로 강화풍물시장을 돌아봤다...강화특산물과 순대, 잔치국수, 찐빵, 약초 등등, 잡동사니를 파는 도인(?)같은 아저씨, "뻥"하는 소리가 여전한 뻥튀기, 뜯어 온 나물을 파는 할머니....만두도 사먹고, 찐빵도 사먹고, 뻥튀기도 사먹고....난 시장이 좋다....어수선해서 좋고, 왁자지껄해서 좋고, 구경거리 있어 좋고,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좋고.....

 

헤어짐.....또 다른 만남이 있을 거라지만 헤어짐은 아쉽다....서로 작별의 인사를 하고 다음을 이야기하며 헤어졌다....그렇게 1박2일의 만남은 저물어 갔다....

 

참, 다음 중구난방 일정과 주제를 정하지 못했다...노느라 정신이 팔려서ㅎㅎㅎㅎㅎㅎ

담 주제와 일정에 대한 의견을 덧글로 제안해 주삼.....서울에서 여성영화제 한다는데 그걸 같이 보는 건 또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이번에 들놀이 못 오신 분들~~~~~~~담 들놀이에는 꼭 오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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