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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외로운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

개막일로부터 치면 나흘째이고 극장에서 영화를 틀기 시작한지는 사흘째,

일요일 오전 극장 앞은 그저께보다 훨씬 한산하다.  거리에는 단체로 건너 온 일본인들이 계속 보이고, 외국 군함들이 부산항에 많이 들어왔다더니 과연 검은 피부를 가진 외국 해군들도 여럿 보였다.

 

금요일에 보았던 우즈벡 영화 "유르타"에는 초원에서 양을 키우며 사는 남자가 나온다. 그는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데 그가 만든 울타리 속에 젊은 아들까지 가두기는 어려운 법이다. 아들이 떠나버린 상실의 자리에 벙어리 처녀가 찾아오고 온갖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은 이미 서로의 외로움을 넉넉히 헤아리고 있다. 소비에트의 온갖 화려하고 공허한 말들이 쌓은 담을 말 못하는 이와의 소통으로 허무는 것이다. 두 외로운 이가 함께 하는 집은 돌아온 탕자를 품어 갱생시키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일요일 오후 "델타"에서도 강하구 마을을 찾아와 집을 짓는 남자와 그곳에서 살아온 여자가 서로의 정처없음을 한 눈에 알아본다. 지상에서 마음 둘 데 없이 떠돌기만 했던 그들이 집을 짓는 곳은 강물 위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은 그 집에서 살지 못한다. 타지에서 굴러들어온 남자를 마을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친 젊은이들은 남자한테 여자를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그녀를 남자에게 "넘겨줘야한다면"  적어도 공동으로 나눠야한다고, 즉 그녀를 창녀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마을사람의 시기와 질투는 그들을 영원히 갈라놓아버린다.

 

성, 피임, 낙태 등에 대해 상담해주는 기관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상담 사례들을 다큐처럼 꾸며서 만든 프랑스 영화의 제목은 "신의 사무실"이었다. 상담해주는 이들도 거의 여성이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모두 여성들이다.  보기 대단히 민망할 정도로 남성들은 그야말로 쏙 빠지고 섹스, 피임, 임신, 낙태, 출산의 두려움, 육아 책임, 불안한 미래 등이 모두 여성들의 몫이다.

새삼, 여성들이야말로 진정 외로운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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