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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다시 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지난 몇 해동안 집 근처에 있는 해운대 부근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보다가(한 편 보고 집에 와서 점심 먹고 다시 걸어서 영화보러 갈 정도로 집과 영화제 상영관이 가깝다) 이번에는 옛날 "시내"인 남포동 쪽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그 지역이 쇠락해버렸다는 소문을 자꾸 듣게 되니 그 옛날 거리를 걸어보고도 싶었던 것이다. 오늘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구두방 골목에는 구두 가게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번화하던 백화점들도 모두 사라져버렸는가 하면 낯익은 가게들도 문을 닫거나 게임장 따위로 업종을 바꾼 경우가 허다하였다.

 

오늘은 참 오랫만에 대영극장에서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영화 한 편씩을 보고 왔다. 두 편을 보고 나니 고단하여 마지막에 본 이탈리아 정치를 담은 영화는 제대로 정신차리고 볼 수가 없었다.
금년에도 영화보러 오는 사람들은 2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극장이나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다른 지방 말들이 많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꽤 많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들 덕분에 지금까지 표가 잘 팔리고 영화제 기간동안 몇 곳이 북적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제를 찾는 사람들의 층이 대단히 얇고 이 행사가 부산시민들과 겉돈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비록 여기서 썩 낯익은 영화들을 많이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영화제가 십여년 연륜을 쌓았으면 그만큼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여러 연령대 부산시민들이 기다렸다가 표를 예매해서 찾아오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매년 영화제에는 이,삼백편 영화들이 상영되지만 볼 수 있는 것은 겨우 열댓편이 고작이다.
마치 인생의 숱한 길들이, 인연이 닿을뻔했던 허다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머지 영화들은 볼 기회가 없다. 아마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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