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애인님과 급 데이트를 했다.
전도연 하정우의 '멋진 하루'를 보고있는데
갑자기 애인님께서 귓속말로 "나 가을타는 것 같애" 이런다.
뭥미- 영화보다 뜸금없이;
영화가 다 끝나고,
"요즘 가을 타?"하고 물었더니
"자꾸 기분이 센치해지는게 이거 가을타는거 같아" 이런다.
"계절타는거 좋은거지~ 센치한 기분을 즐겨" 라고 말했다.
애인님의 외모를 굳이 설명하자면,
설기현+박지성+유해진을 섞어놓은 상인데
(외모로 판단하기 참 미안하지만ㅠ.ㅠ.....) 그의 입에서 가을을 탄다, 는 말이 나오니 참 귀여웠다.
콩깎지 참 잘 씌었지...
하여튼, 의외로 여성적인 감성이 풍부한 그는 한동안 가을을 열심히 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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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을을 탄다는 걸 언제 처음 알았을까.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인 것 같다. 4학년인가 5학년인가..
가을이 되었는데 갑자기 막 우울해 지는 것이다.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맺히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는 내가 무슨 병에 걸린거 아닌가 싶어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한테 슬그머니 다가가 정말 큰 맘 먹고
"엄마, 나 요즘 자꾸 가슴이 울렁거려. 막 우울하고, 이상해"
라고 말했더니, 엄마가 "그거 가을타는거야" 라고 했다.
뭥미-
가을을 왜 타.... 잘 이해가 안 되어도 그냥 "음..가을을 타는거구나...근데 봄, 여름, 겨울은 안 타는데 왜 가을에는 기분이 울적해지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오늘,
가을을 탄다는 애인님과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
라디오에서 디제이가
가을을 타는 이유는 갑자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해 그 찬 바람이 폐에 닿으면 우울함?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하였다. 정말인가?
오래전부터 가을을 왜 타는가, 에 대한 나의 길고 긴~~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필 호르몬 때문이라니. 참 낭만도 없고 운치도 없는 간단한 결론이다.
뭐, 그건 그냥 의학적인거고. 라고 생각하고 넘기련다.
어쨌든
오늘 나는 집밖을 나서면서 내가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낯선 이국땅에 밟을 디디는 그 순간의 기분.
설레이면서도 왠지 긴장되는 기분. 딱 그런 기분이었다.
길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걷고 헤매고 싶은 기분. 딱 그런 기분.
저 파란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
그래서 누가 시비를 걸어도 다 웃으며 넘어갈 것 같은 기분.
딱 그랬다.
짧아서 아쉽다고 했나.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걸 수도 있지만
아쉬운 건 아쉽다.
곧..
첫눈이 올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