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3/08/15 07:24

2023/08/15 족쇄

일을 선뜻 맡는다.

그리고 제대로 못한다.

마음은 무겁고 하지만 집중은 안된다.

지금 2시간짜 헛발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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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07:24 2023/08/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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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3/07/28 07:11

2023/07/28 마음돌보기

텃세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2016년에 처음 영상반 교사가 되었을 때

그 전  강사들과 비교하던 사람들.

8년차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

자신이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불평하는 사람들.

이런 상황에 새로운  교사가 오면 뭘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끝까지  버틸거다.

 

하지만  마음이 상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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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8 07:11 2023/07/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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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3/07/27 08:36

2023/07/27 돌보는 마음

밭에 가보니 수세미와 이름을 모르는 잡초가 서로 엉켜있었다.

이름을 모르는 잡초의 덩굴들을 다 잘라내고 수세미 혼자 잘 있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수세미가 좀 상했다.

갑자기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부모가 된 것같았다.

수세미는 어떻게 대를 세우는지 연구를 해서

내 수세미가 저기 저 잡초한테로 가서 어울리는 게 아니라

하늘로 높이높이 솟아서 수세미 열매를 주렁주렁 열리게 해야겠다.

 

요즘의 나는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쓸 글들이 많고 할 일들이 많은데 그냥 끝없이 끝없이 가라앉고 있다.

매일 밤의 달리기가 그나마  나를  견디게 해준다.

어두운 밤

가끔의 바람과 도랑의 물소리,

그리고 이제는 늙어서 나를 따라오지 못하는 고양이 연이의 소리

들과  함께 뛴다.

이틀 전에는 너무 많이 뛰었고 제대로 호흡하지 못해서 기침을 많이 하고 있다

오미자 물로 겨우 기침을 잡았는데 다시 기침이라니.

조금의 실험도 하지 말고 그냥 알고 있던대로만 지내자.

마당에 심은 백합은 꽃은 다 떨어뜨렸지만 잘 살아날 것같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에 빠져있다가 다시  눈을 돌리면

개들, 닭들, 고양이들의 모이통이 보이고 산책을 하고 싶다는 애절한 눈빛이 보인다.

어제는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개화역에 차를 세우고 전철을 타고 갈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1시간 30분을 가고

밥을 먹으며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고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돌아올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개들이 너무 안돼보였고 그래서 산책을 시작했고....

옷을 망치고 가방을 망치고 시계까지 흙투성이가 되었다.

결국 약속에 늦었다.

네비의 소요시간으로 계산하면 약속시간 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차는 막혔고 25분 늦었다.

움직이지 않는 앞차를 바라보며 시계를 보는 일은 

그리고 사과의 말을 반복하는 일은 너무 불편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 만났고

일방통행의 지하도에 잘못 들어섰다가 당황하며 돌아나왔다.

낯선 골목, 장대같은 빗줄기, 그리고 네비와는 다른 길을 가는 나.

그래도  내가 있는 곳은 비 한 방울 들이치지 않는 차 안.

나는 그만큼의  안전지대는 가지고 있는 것같다.

가끔 대화를 하다가 물이 차오르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대로 두면 그 물은 눈으로 새어나올 것이고

그러면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당황할 것이다.

그래서 웃는다. 자꾸 웃는다.

비 한방울 들이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

그 공간은 밖에도 안에도  있다.

덕분에 나는 잘 지내고 있는 것같다.

앞으로 달리기가 끝나면 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이폰 카메라기능을 다 못익혀서

사진은 생각대로 나오지 않았다.

못나온 사진이라도 매일매일 strava와 사진을 남기겠다.

 

갤노트20은 밤 사진을 잘도 찍어주었는데

아이폰 카메라기능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무와 달과 별을 찍고 싶었으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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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7 08:36 2023/07/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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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3/07/26 18:51

2023/07/26 달리기

요즘 매일 달리기를 하는데

어제 가이드가 숨쉬기에 대해서는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방법 만이  좋은 건 아니고

편하게 호흡을 해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편하게 호흡을 했다가  어제밤부터 기침이 심해졌다.

그동안 입으로 들이마시지않고 잘 지내왔는데

이런 방법도 있다, 정도의 이야기에 혹하고 넘어가서 고생이다.

한 번 기침을 시작하면 여름 내내 폭풍기침에 시달릴텐데 너무 후회가 된다.

 

어두운 밤, 강화의 농로를 혼자 달리다보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탁탁탁 일정한 속도로 뛰다보면

앞으로의 삶도 이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외로움이나 이별에 취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혼자서 잘 지내고 있다.

늦은 밤의 달리기처럼.

나는 잘 갈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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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6 18:51 2023/07/2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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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3/01/26 08:30

2023/01/26 Thanon Rama IV

방콕에 와서 미쉐린 별점을 받았다는 식당에 갔다.

음식들은 훌륭했고 즐거운 식사를 끝낸 후

야시장을 돌아봤다.

닭, 오리들이 물건들처럼 빽빽하게 케이지에 담긴 채 기다리고 있었고

바로 앞에서 삶아지고 요리가 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길에 한 남자가 오토바이에 탄 채

비닐에 담긴 밥을 먹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여행하는 내내 아마 이 마음일 것같다.

이런 여행은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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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6 08:30 2023/01/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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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3/01/12 22:31

2023/01/12 박완서,재클린 로즈미,미야베 미유키

엄마의 말뚝, 박완서

81쪽.어머니가 세운 신여성이란 것의 기준이 되었던 너무 뒤떨어진 외양과 터무니없이 높은 이상과의 갈등, 점잖은 근거와 속된 허영과의 모순, 영원한 문밖 의식, 그건 아직도 나의 의식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의식은 아직도 말뚝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멀리 벗어난 것 같아도 말뚝이 풀어준 새끼줄 길이일 것이다. 

88쪽.그렇건만도 어쩌다가 바깥 재미에 빠져 집 생각을한 번도 안 하는 수가 있고 그럴 때마다 섬뜩한 느낌과 함께 제정신이 들었다. 나는 그 섬뜩함 자체를 사랑했다. 그 섬뜩함은 일순 무의미한 진구덩의 퇴적에 불과한 나의 일상, 내가 주인인 나의 살림의 해묵은 먼지를 깜짝 놀라도록 아름답고 생기 있게 비춰주기 때문이다. 그 요술 같은 조명 효과 때문에 나는 마치 첫 무대에 서는 배우처럼 가슴 울렁거리며 새롭고도 서툴게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가 있었다. 비록 일순의 착각에 불과한 것이더라도 권태가 행복처럼, 먼지가 금가루처럼 빛나는 게 어찌 즐겁지 않으랴. 뜻밖의 삶의 축복이었다.  

숭배와 혐오, 재클린 로즈

26쪽.어머니가 아이의 죽음 배후에 자리한 정치적, 사회적 병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겪은 불행이 불의의 결과임을 세상을 향해 폭로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거칠게 말해, 어머니는 캐묻지 않고 말을 너무 많이 하지도 않을 때에만 고통을 겪을 자격을 지니며 동시에 진심어린 공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9쪽.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앤절라 맥로비가 "신자유주의적 모성의 강화"라고 묘사한 현상을 현재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완벽한 직업과 완벽한 남성과 완벽한 결혼 생활을 누리는, 잘 차려입은 중산층의 주로 백인 어머니들. 이들이 경험하는 충만한 만족감 덕분에, 가난하거나 흑인이거나 혹은 단지 인생의 여러 복잡한 상황 때문에 그 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여성들은 인생에서 완전히 실패했다고 느끼게 된다. 

30쪽.지금까지 내가 만난 어머니들은(나 자신을 포함해) 하나같이 사회가 기대하고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흔히 어머니가 구현할 것이라 기대하는 상투적 특징과 상충되는 모습을 보였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미유키

94쪽. 그런 행운을 부러워하고 그 덕을 나눠 받고 싶은 바람에는 당사자도 의식하지 못하는 일말의 시샘이 섞여 있게 마련이다. 그 시샘은 가랑비 한 번에도 싹을 틔워 버리는 미움의 씨앗이다...이봐, 기타이치. 사람 마음은 밭 같은 거다. 밭에는 씨앗이 수없이 떨어져 있지, 그중에는 네가 뿌린 적이 없는 씨앗도 있어. 그러니 부지런히 잡초를 없애는 게 중요해.

130쪽. 거짓말이란 건 말이다,기타이치. 십중팔구는 '이랬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이 언어로 드러난 것일 뿐이야...그러므로 거짓말하는 자를 경멸해서는 안돼. 우리는 부처님이 아니니까 누구라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 내일은 내 얘기일 수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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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22:31 2023/01/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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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2/31 23:52

2022/12/31 나에게 쓰는 편지

2022년 한 해동안 시도는 참 많았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물론 바라는대로 다 되지는 않았던 것같아.

그래도 나는 조금 나아진 것같기는 해.

일희일비하는 얄팍한 성정이 어디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예 낙담만 하거나 그냥 좋아만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여지를 두는 것이 변한 지점이다.

나는 지금보다 촬영을 더 잘하고 싶고

편집도 더 잘하고 싶다. 

그래서 카메라도 새로 사고 

편집 템플릿도 여러 개 사서

여러 시도도 해보았다.

여전히 나의 실력은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변화를 도모하고 변하려고 노력하는 그 마음만은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더 필요한 것은 끈기와 인내심.

늘 결심하고 그것을 길게 끌지 못하는 게

나의 단점이라는 걸 아니

이제는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고

다시 목표를 정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한 치 앞을 봐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살고 싶다.

죽는 날까지 계속 변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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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23:52 2022/12/3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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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2/24 14:36

2022/12/24 붕대감기

23쪽. 어린이집에 마지막으로 전화했을 때, 은정은 서균이가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요, 말하며 울어버렸다. 엄마들 사이에서 어떻게 소문이 돌았을지 알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소문 같은 건 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걱정하며 말을 아끼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누구 한 아이의 엄마라도, 인사치레로라도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 많이 힘드시지요? 서균이는 좀 어떤가요? 하고 말을 걸어준다면 좋을텐데. 우정이라는 적금을 필요할 때 찾아 쓰려면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적립을 해뒀어야 했다. 은정은 그런 적립을 해둬야 한다는 생각도,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예측도 하지 못했다. 그런 식의 적립과 인출이 너무도 부자연스럽다고, 노골적인 이해관계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친분을 쌓는 사람들을 남몰래 폄하했다. 학부모가 되면 더하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가 도태되거나 정보에서 소외되는것을 예방하기 위해 옷을 잘 차려입고 학부모 총회에 나가고, 굳이 친해지고 싶지 않은 엄마들과도 모임을 만든다고들 했는데, 은정은 그런 작위적인 인간관계에 거부감이 느껴졌다. 얻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사람을 만나 웃어 보이는 일은 회사에서 충분히 하고 있었으므로, 아이 엄마들하고까지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건 공교육의 실패일 테고 은정은 그 실패에서 비롯되는 부차적인 노력을 떠맡고 싶지 안았다. 자신에게는 그런 관계를 통해 얻을 것도 줄 것도 별로 없었다. 인간으로서 필요한 감정의 교류는 남편과 아이에게서 충족하면 되고, 정보는 책과 인터넷에서 얻으면 그만이었다.

60쪽. 세연이 달라진 것은 3년쯤 전부터였다. 아마도 율아에게 갑작스레 수족구가, 그리고 곧바로 장염이 찾아와 진경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 여름부터였을 것이다. 세연이 갑자기계정을 닫았다. 몇 주 후 다시 계정을 연 세여는 더이상 일상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공유하는 글들의 성격이 달라졌고, 자주 댓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달라지더니,쓰는 글들의 결도 달라졌다.

물론, 아이 때문에 추모 집회에 나갈 수 없었고, 그 어떤 행동도 할 수는 없었지만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에서 일어난 그 사건 이후 진경의 내면 역시 만만찮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세연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는 아니었다. 에너지 코어를 흡수한 캡틴 마블이 분노로 불타는 불주먹을 갖게 됐다면, 세연이 흡수한 무언가는 세연의 말캉말캉한 부분, 풍부하던 감정, 미성숙한 생각들, 마음의빈 공간들과 어떤 너그러움까지 모조리 태워 없애버린 것 같았다. 세연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지극히 적어졌고, 타인의 글에 대한 반응도 줄어들었다. 좋아해도 될 글인지 아닌지 몹시 신중하게 따져보고 위험하지 않은 글에만 반응을 했다. 진경은 자신이 올바름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걸 알았다. 이제 세연에게는 진경과 나눈 시간보다 올바름이, 자신의 원칙들이 더 중요했다. 대단히 건조한 어조로 자신이 기획하고 있는 책과 출판사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의 소식을 전하거나, 여성주의 관련 글들을 공유하거나, 이슈들에 관한 이력을 피력하거나, 하고 싶은, 지금 당장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그래서 짜증나는, 그래도 죽도록 하고 싶은, 그래서 우울한, 일들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했고 앞으로 분명히 할 일들에 대해서만 짧게 또박또박 적어 올리는 세연을 보면 진경은 자신도 모르게 '미스트'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칙칙 소리가 나게 미스트를 뿌려주고 싶었다.

62쪽.세연처럼 똑바로 노려보고 매 순간 진지하게만 대하기에 진경은 자기 삶이 너무 팍팍하고 바싹 말라 있다고 생각햇다. 강해지라는 말을 들으면 혈관을 억지로 쫙 늘려서 강철 바를 밀어 넣으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받지 않은 질문에 대답하고 싶기도 했다. 네가 전에 말했었잖아. 여자들 사이에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는 안 될 것같은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이아. 너는 안타까워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때 너의 말을 듣고서야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 정말 많이 놀랐어. 그날 집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결혼한 여자들을 가리켜 하는 말들을 찾아보았어. 그 말들에 대해 내가 반발심이나 슬픔이나 분노나, 혹은 어떤 사람들처럼 부끄러움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너는 놀랐을지도 모르겠어. 그것에 대해 무엇을 느낄 만한 자리 자체가 내 삶에는 없다는 걸 네가 이해하게 되면 더 놀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사실이야. 내가 삶으로 꽉 차서 폭발해버리지 않게 하려면 나는 나의 어떤 부분을 헐어서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렇게 얻어낸 공간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부정적 감정을 채울 수는 없다는 것,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전혀 모르고 내 삶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 사람들을 존중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한 미움을 집어넣을 수는 도저히 없다는 것, 그게 내가 해낼 수 있었던 최선의 생각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들어가면 그 자리는 꽉 차버리는 걸.

66쪽. 진경은 되고 싶지 않은 것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단정하고 올바른 여자도, 꼿꼿하고 강하고 바쁘고 카리스마 있는 여자도 되고 싶지 않았다. 진경은 가능하면 닳고 닳은 여자가 되고 싶었다. 진저리가 쳐질 만큼 통속적인 여자가 되어 엄마의 가슴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너무 사랑했고, 인생을 낭비하기 싫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진경은 자신이 엄마의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똑똑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다정하고 생기발랄한 사람임을 알았고,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햇다. 하지만 엄마는 진경에게 결코 충분한 사랑을 준 적이 없었기에, 진경은 결국 목바른 사람이 되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연애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맸다. 한 연애가 끝나기 전에 다른 연애가 시작되는 일도 잇었다. 그 와중에도 엄마는 계속 진경의 발에 맞지 않는 단정한 모카신을 신기려고 들었다. 진경은 집에서 도망쳐 나오기 위해 결혼했다.  

  

 

160쪽. 너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걸로 강해지려고 하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징징거리는 것이고, 

그건 곧 약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도 과묵해지고,

멋있어지고 싶어.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외로움을 잘 못 견디는 내가 싫지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거나,

이리저리 단어를 검열하는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져.

나는 바보같은 말을 하면서 견딜 거야.

농담이라는 것의 위대함도 잊어버리고,

바보 같은 말을,

직설법이 아닌 문법으로 된 말들을 

더이상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주지도 앟는 세상한테,

모두가 올바르고 심각하고 훌륭한 말들만 하게 돼서

여유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끔찍한 세상한테, 

계속 같이 놀자고 멍청한 소리를 하고

헛발질을 할 거야.

난 바보고 멍청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만 화를 내나 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서서 싸우고 있는데

너는 그렇게 한가하냐고

자꾸만 물어보나 봐.

하지만 미안해, 이게 나야.

이렇게 웃음이 없고 똑바르기만 한 세상을

난 못 견디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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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14:36 2022/12/2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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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2/23 20:33

안녕하세요

온라인공간에 처음 발을 디딘 건 1993년 이었어요.

그때 '잠깐만!' 하고 좋았던 사람들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참 운이 좋았던 것같아요.

그렇게 몇년을 잠수하고 지내는 동안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아주 긴 시간동안 하이텔에서만 지냈어요.

하이텔 대화방 '자유인' 에서 만났던 분들.

나중에 독일로 건너간 태권도 사범, 방사선사, 경제학과 대학원생

다 좋았던 분들이었고

나중에 저희 언니가 결혼하는데 언니 또한 저처럼 사람들하고 왕래가 없이 지냈던 터라

신부측 하객이 없어서 그 때 그 대화방 분들이 와주셨어요.

저는 또 신부측 친구가 없어서 여동생인데 부케도 받구요.

사람의 인성? 성격?이라는 게 20대 이전에 다 완성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몇년 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20대 초반,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경험들도

한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아마도 그래서 늘 이렇게 

책상서랍 속의 일기장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것같아요.

나의 이름도, 직업도, 소속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나의 글만으로 나를 알고 나와 교류하는 공간,

이라고 생각하며 지냅니다.

 

저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연결을 끊었어오.

이 곳으로 오는 길을 아는 사람들이 없어요

아주 오래전 길 하나를 남겨두긴 했지만 그 길을 찾아서 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진보넷 블로그에도 공개가 안되게 해두었는데

이 곳을 찾아오는 분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첫번째 블로그를 닫고 두번째 블로그로 온 건 스토킹 때문이었습니다.

두번째 블로그를 닫은 건

그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에서 감시자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한 걸 뒤늦게 아는 경향이 있죠.

세상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런데 세상에 나를 너무나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정확히 알게 되고 나니 그 공간에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온라인공간에서 글을 쓰는 저는

집이 없는 달팽이같은 상태거든요.

그냥 말랑한 무방비상태 거든요.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게 편하다는 걸 압니다. 

 

윤이형의 '붕대감기'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어요.

160쪽. 너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걸로 강해지려고 하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징징거리는 것이고, 

그건 곧 약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도 과묵해지고,

멋있어지고 싶어.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외로움을 잘 못 견디는 내가 싫지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거나,

이리저리 단어를 검열하는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져.

나는 바보같은 말을 하면서 견딜 거야.

농담이라는 것의 위대함도 잊어버리고,

바보 같은 말을,

직설법이 아닌 문법으로 된 말들을 

더이상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주지도 앟는 세상한테,

모두가 올바르고 심각하고 훌륭한 말들만 하게 돼서

여유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끔찍한 세상한테, 

계속 같이 놀자고 멍청한 소리를 하고

헛발질을 할 거야.

난 바보고 멍청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만 화를 내나 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서서 싸우고 있는데

너는 그렇게 한가하냐고

자꾸만 물어보나 봐.

하지만 미안해, 이게 나야.

이렇게 웃음이 없고 똑바르기만 한 세상을

난 못 견디겠어.

 

제가 쓰지 않았지만

제 마음같은 말이예요.

그래서 저는 계속 장소를 옮겨가며

글을 쓸 겁니다.

 

이 곳은 방문자수 1인 블로그인데

오늘 갑자기 방문자수가 많아졌습니다. 

무섭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들이 나를 발견한 걸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제가 세상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그 분이라면

알아주세요.

저는 그냥 조용히 살고 있어요

무해하고 연약하고 조용하게.

그냥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사세요

이제 그만하면 되었지 않습니까.

 

제가 세상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그 분이 아니라면

글쎄요

이 곳은 저만의 외딴방인데

어떻게 여기에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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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20:33 2022/12/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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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2/20 10:21

2022/12/20 연이

날은 추운데 연이가 안온다.

연이는 그동안 현관 안 따뜻한 방석이 깔린 상자 안에서

늘 지내고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야옹 하고 신호해서 나가고

밖에서 놀다가 야옹하고 신호해서 들어오며

그렇게 잘 지냈는데

주말에 용인에 가느라 밖에 내놓은 후에

연이가 집으로 돌아오지않는다.

전기방석 상자를 밖으로 내어뒀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걸 몰랐던 것같다.

밖으로 나가서 찾아보고 싶은데

걷는 게 힘들어서 못 나가고 있다.

밤이면,또는 새벽이면

연이가 어딘가에서 너무 추워서 못 움직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는데

그래서 데크에 나가서

이 쪽 저 쪽을 보며

연이야 연이야 불러보는데

사흘째 오지 않고 있다. 

이럴 때마다 늘 후회가....

나는 그냥 여기 남아있어야 했을까.

그런데 주말에 학부모 참여행사가 두 개나 있어서

그러기는 힘들었다.

그러니까 사람 자식들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다, 우리 연이는.

앞으로 이런 일들이 얼마나 더 많이 일어나려나.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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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10:21 2022/12/2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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