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2/11/29 21:46

2022/11/29 응급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때 나는 편집을 하다가 11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잠은 오지 않았지만 침대에 누워서 페북을 보고 있었다.

페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오마이뉴스 기사,

그러니까 이태원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사연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폰이 울리고 '하은'이라는 이름이 떴다.

이번 주말에 하은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야했고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걸로만 알았다..

응 하은아, 하고 전화를 받는데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저 119구급대원인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라왔다.

네? 하고 깜짝 놀라니

그렇게 놀라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그 전까지 읽었던 기사들에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

소식을 알리는 공무원들은 절대로 어떤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빨리 와야한다고 말한다.

내게 전화를 한 구급대원도 빨리 응급실에 와달라고 했다.

강화에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아무 것도 챙기지 않고 옷만 입은 채 응급실로 갔다.

비가 와서 낙상사고가 많다고 하고

이동식 침상은 줄을 서있었다.

응급실 입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한 사람만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

교대도 안된다고 했다.

남편은 장거리운전을 해야해서 내가 남았다.

어제밤 11시부터 오늘 아침 6시까지 긴 시간을 하은과 같이 있었다.

하은은 수술을 해야해서 처치실에 있었는데

처치실에는 각종 용품들이 가득 있었으므로

다양한 간호사들이 들락거렸다.

처음엔 그걸 몰라서 새로 누군가 오면

우리 하은이를 치료하러 오는 사람인가 하고 발딱 일어났지만

나중에는 그냥 덤덤히 앉아있었다.

하은 옆에 다른 남자가 한 사람 더 있었는데

아내로 보이는 여성한테

온갖 투정을 다 부렸다.

넘어져서 정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 건지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위해서 참았다.

가늘고 여린 하은의 손을 자주 잡아주고

흘러내리는 하은의 양말을 다시 올려주었다.

가슴이 뻐근해질정도로 사랑하는 하은

성형외과 인턴이 와서 1시간 가까이 수술을 했다.

그의 성의와 정성에 감복했다.

티끌하나 없던 하은의 얼굴에

상처가 남는다고 한다.

남편은 눈이나 더 중요한 곳 안 상한 걸 다행으로 알자고 했고

나는 자꾸 흘러내리던 하은의 양말을 생각했다.

이태원 소식은 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사진을 보았다.

하늘색 담요로 덮여진 누군가의 발이

신발없이 양말만 신겨진 발이 보였다.

내 아들 딸과 같은 또래의 청년이었을 

귀하고 뿌듯한 자식이었을 그 존재의

양말을 보고 하염없이 울었던 게 바로 며칠 전이었다.

너무 가는 손목

너무 가는 발목

그래서 바지도 빙빙 돌고

양말도 흘러내리는

가냘픈 내 딸의 몸을 만지고

양말을 다시 추켜올리는데 

며칠 전 본 그 양말이 자꾸 떠올랐다.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은이 같이 보자고 했던 영화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늘 같이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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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21:46 2022/11/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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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1/28 13:21

2022/11/28 작년 상영회소식

https://indieground.kr/indie/notice.do?mode=view&articleNo=730&title=%5B%EC%86%A1%EA%B0%80%EC%B9%98%EC%9D%98+%23%EC%BB%A4%EB%AE%A4%EB%8B%88%ED%8B%B0%EC%8B%9C%EB%84%A4%EB%A7%88+%EB%8C%80%EC%9E%A5%EC%A0%95%5D+%EC%84%9C%EC%9A%B8+%3C%EB%AC%BC%ED%91%B8%EB%A0%88+%EB%B6%81%EC%B9%B4%ED%8E%98%3E+%ED%8E%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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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13:21 2022/11/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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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1/20 15:59

2022/11/20 해가 지는 곳으로, 내가 되는 꿈

36쪽. 가족을 잃고 피난민이 된 우리는 웃을 수 없는 자들.

농담과 웃음을 고향에 버리고 온 사람들.

어른들은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않았다. 그들에게 말이란 감정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 같았다. 말이 길어질수록 비난과 원망처럼 차디찬 감정이 찰랑찰랑 흘러 넘쳤다. 언성 높여 싸우거나 흉한 말을 내뱉는 것도 아닌데 대화의 끝은 자꾸 서늘해졌다. 살아남은 것도 죄고 살겠다고 도맟치는 것도 죄라는, 너나 나나 몹쓸 인간이라는 자조와 책망이 눈빛에도 말투에도 깃들어 있었다. 안다. 불행해서 그렇다는 걸. 죽음에 억눌려 있다는 걸. 그래서 난 더더욱 불행을 닮아 가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업신여기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나 삶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어떤 잘못이나 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으로는 엄마의 죽음도 나의 삶을 견뎌 낼 수 없다. 

55쪽.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58쪽. 오늘은 며칠이나 되었을까.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을까. 더는 그런 것 아무 의미 없지. 우리는 겨울의 심장을 걷고 있다. 여기선 아무도 나이 들지 않고, 시간은 하루나 1년 단위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러다 갑자기 봄이 오고 여름이 되어 말간 호수에 비친 내 얼굴이 늙은 마녀처럼 보이더라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있다. 카드에 적혀 있는 러시아 글자를 보며 이젠 잊고 살아야 할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뉴 이어를 떠올렸다. 지나라면 다를 것이다. 소중한 날을 소중하게 보낼 것이다. 

60쪽. 그들은 자기들 나라에서도 멀고 전쟁에서도 먼 곳에서 외로이 죽었다.(크리스토퍼 바타이유,이 화영 옮김. '다다를 수 없는 나라'(문학동네, 42쪽)

89쪽. 열심히 버는데도 늘 쪼들렸다. 중요한 일을 다음으로 미루거나 대충 처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가족 여행, 가족사진, 생일파티, 칭찬과 위로, 오늘은 어땠어? 키가 이만큼이나 컸네, 안아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것, 오늘을 기억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것,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잘 자라고 말해주는 것.

정신을 차려 보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도 소용없었다. 아이들이 아니면 개수대의 그릇에게 화를 냈다. 세탁기 속 뒤엉켜 있는 빨래에게 화를 냈다. 소음이 심한 청소기를 돌리며 화를 냈다. 허공을 떠도는 먼지를 향해 화를 냈다. 화장품 살 시간을 따로 내지 못해 아이들 로션을 같이 발랐고 세탁소에 겨울 외투 맡길 시간이 없어 가을 점퍼를 연말까지 입고 다니다 몸살을 앓기도 했다...... 집은 점점 좁아졌고 아이들의 비밀은 늘어났고 단은 말이 줄었고 나는 비쩍 말라 건조해졌다. 분명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데, 최선이 답은 아니란 생각이 세금 고지서처럼 주기적으로 날아들었다. 삶이 마디마디 분절되어 흘렀다. 직장에서의 나와 아이들 앞에서 나와 단을 대할 때의 나와 혼자 있을 때의 내가 징그러울 만큼 달랐다. 나라는 사람이 흐트러진 퍼즐 같았다. 애초의 내가 어땠는지 밑그림은 기억나지 않았고 퍼즐은 흩어진 채 여기저기 떠돌았다. 무언가 미세하게 어긋나고 있어서 먼 훗날 완벽하게 분리될 것만 같았다. 나와 내가, 나와 단이, 나와 아이들이.

92쪽.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금방 가난해졌다. 가난하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았다. 친구도 사귀기 힘들어했다. 버젓한 브랜드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다들 다니는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했다. 그 상처를 부모의 사랑만으로 치유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의 눈총과 무시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나는 몰랐다. 몰라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도 없었다. 책이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종종 그런 방법을 알려 줬다. 그건 글자로만 배우는 요리와 비슷했다. 차라리 돈을 버는 게 쉬웠다. 돈으로 아이들의 조건을 평균까지 끌어올려 주는게. 그러려면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포기해야 했다. 

128쪽.그러니 내가 권지나 아니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권지나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냔 말이다. 우린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다. 묵묵히 맞으면서도 나름 삐뚤어지지 않고 지낸 세월이 있으니까 하느님이 내게 그 정도 행운은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나요 하느님?

148쪽. 우린 이제 어떡하지. 여보, 우리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갈 수 있지.

물이 뚝뚝 떨어졌다. 단은 울고 있었다. 이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해 봤을까. 정말 사랑했을까. 아직도 사랑할까. 우리가 대체 사랑이란 걸 알긴 아는가. 피로나 자괴감, 분노나 질투가 사라진 궁금증이었다.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은 사랑이 어떤 건지 정말 아느냐고. 우리가 해림과 해림에게 느끼는 그런 사랑이 아닌, 완전한 타인에게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을 당신은 경험을 해 보았느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올려 입었다. 단도 콧물을 훌쩍이며 바지를 입었다.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다. 단이 얼굴을 훔치며 나를 쳐다봤다. 5년 전쯤에 당신이 만나던 여자 말이야. 단의 얼굴이 굳었다. 한 번은 물어보려고 했어.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진지한 관계였는지, 그때 왜 나와 헤어지지 않았는지 그런 것들. 알면서 가만있었던 거냐고 단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단이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말해 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한테 어떻게 그런 얘길 해. 내가 아무리 개자식이어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

알잖아.

몰라. 모르겠어. 어떻게 아무렇지가 않아?

사랑하지 않으니까.

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당신도 그렇잖아.

왜 그런 말을 해?

여보, 그딴 사랑 아니어도 우린 정말 많은 것으로 이어져 있어. 지금껏 힘든 일을 같이 겪었고 여기까지 함께 왔어.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지만, 아니어도 상관없잖아.

......

......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마.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가 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이해할 수 없어.

...... 궁금해.

그럼 그 때 물어봤어야지.

그땐 궁금하지 않았어.

어째서.

여유가 없었어.

지금은 여유가 있어?

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잖아. 우리한테 남아도는 건 시간뿐이잖아.

한국에서였다면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각자의 가정을 꾸릴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을지도.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 버렸다는 걸. 아니, 어쩌면 나조차 생각지 못한 어느 때 폭발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사느라 이렇게 힘든데 당신은 양심도 없이 여자나 만나고 다닌 거냐고 무조건 화를 냈을지도. 그때 우리가 함께 해내야 했던 것들, 아이들 교육과 적금과 내 집 마련과 챙겨야할 경조사와 집안 행사들, 주변의 시선과 뒷말과 참견과 편견....... 이젠 그런 것이 없다. 오직 서로의 목숨만이 남아 있다. 그것에만 골몰하면 되는 것이다.하지 못한 말을 하고, 듣지 못한 말을 들어야 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나니 그 말에는 사실 아무 뜻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는 걸 확인하고 인정하자 오히려 단순하고 개운해졌다. 우린 서로에게 해민의 엄마이고 해민의 아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66쪽. 단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단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버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랑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면 내겐 당신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도 충분하다고,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렇게만 말했어도 단은 알아들었을 것이다. 내가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진심을. 함께 보낸 무수한 어제가 직조해 낸 우리만의 문양을 확인하고 간직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에 남은 한 마디가 위험으로 굴러 떨어지는 단을 붙잡아 줄 마찰력이 되었을지도. 

170쪽. 돌아가야 한다. 더 멀어지기 전에 만나야 한다.

안 돼. 언니. 위험해.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만나.

언니. 민이는. 애를 데리고 저기로 다시 돌아갈 순 없잖아.

지나가 하얗게 트고 갈라진 손으로 내 얼굴을 닦았다. 지나가 눈물을 닦아 줘서 내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흐느낌도 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 얼굴을 닦아 주는 지나도 울고 있었다. 단과 나는 너무 무난하고 뻔해서 위태로웠다. 그래서 충분히 생각해 보지 못했다. 우리의 사랑에 제대로 헌신하지 못했다. 이대로 멀어진다면 살아남더라도 평생 후회할 것이다.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지나가 나를 부둥켜안으며 중얼거렸다. 

언니, 일단 살아야지. 살아야 만나지. 

......저절로 만날 수는 없어.

도리가 말했다.

만나기도 전에 죽을지도 몰라.

지나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알면서도 가겠다는 거죠. 죽고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도리가 나를 부며 말했다. 우리 중 가장 작고도 단단한 도리의 음성. 그렇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제발 언니, 우리랑 같이 가.

우리와 함께 간다고 목숨이 보장되는 건 아니야, 지나. 이들에겐 이들의 기적이 있어.

우리의 기적. 그런 것이 아직 남아 있을까. 평생에 단 한 사람은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A,B,C가 아니라 완벽한 고유명사로 기억될 사람이. 어떤 이는 지름길로 나타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가장 먼 길을 지난하게 지나고 모든 것에 무감해진 때에야 비로소 거기 있는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기적을 만나려면 그곳까지 가야 한다. 멀어지며 그것을 갈구할 수는 없다. 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노예가 되더라도, 그렇게라도 단을 만나 또 다른 탈출을 기대할 수 있다면....... 나는 지나를 끌어안고 가만히 다독였다. 꼭 살겠다고 다짐했다. 동쪽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지런히 자라는 나의 또 다른 기적, 해민이 먼저 발을 떼었다.

살아야 해, 꼭 살아.

지나가 말했다.

매일 생각할께요.

도리가 말했다. 

우리 아무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지 못했다. 

191쪽. 돌고 돌아 오래전 그 자리 근처에 닿은 느낌이다. 느낌만 있을 뿐 그때의 나도 당신도 여기 없다. 나를 지우고 오직 당신의 기쁨에만 몰두하던 시절이 있었다. 잊지 않았으니 그처럼 살아갈 여지가 있다. 삶을 흐름이 아니라 덩어리도 볼 때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은 없다는 걸,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며, 그럼에도 알 수 없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은 당신이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듣지 않고 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돌고 돌아 다시 이 근처에 닿는다면 그때에도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길. 부디 당신이 기쁘길 바란다. 

.....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이 한 줌 재로 돌아갈 그날에도 사람들은, 당신은, 우리는 사랑을 할 것이다. 아주 많은 이들이 남긴 사랑의 말은 고요해진 지구를 유령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다. 사랑은 남는다. 사라지고 사라져도 여기 있을 우주처럼. 

205쪽. 돌이켜보면 최진여잉 오래 지켜 온 이야기들에는 사라지는 빛에 붙들린 당신의 얼굴을 발견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당신의 서글픔을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있었고, 닮은 마음의 무늬로 머뭇거리는 우리의 만남을 그려 내려는 다감한 시도가 있었다. 그 의지와 절박함과 다감한 시도를 빠짐없이 담기 위해 그의 소설들은 자주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날을 세워 '인간적'이라는 수사가 무색해진 시대를 겨누어야 했을 것이다. 공들여 빚어진 문장과 표현으로 소설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정서적 교감의 가능성을 두드렸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소설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비어져 나온 최진영 소설만의 어떤 사랑의 방식이라 해도 좋겠다.

이제 짐작해 본다. 이 소설을 떠나는 우리가 겪어 낼 삶에는 분명 시차가 있겠지만, 하여 우리가 바로 오늘 견뎌야 할 어둠 역시 결 다른 것이겠지만, 밤이 온전히 우리를 장악하기 전 그 사랑이 나에게, 당신에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이라고.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노래가 깨어난다.(프리드리히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문예출판사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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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0 15:59 2022/11/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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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1/18 12:37

2022/11/18 이제야 언니에게

<타인의 집> 손원평

44쪽. 지구 자체가 거대한 공동묘지이며 삶은 그 공동묘지 위를 끊임없이 순환해 생겨난 결과일 뿐이라고 위안하며 말이다. 누군가의 죽음 위에 발을 디디는 게 인생이라면 그 죽음이 얼마 전 나와 같은 공간에 머물던 사람에게 닥쳤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물론 이런 종류의 작자기 위안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정확히 나를 둘러싼 모든 게 일상으로 느껴질 때쯤, 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에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재화언니와 희진이의 특징을 낱낱이 파악하고 그들의 껄끄러운 관계를 알아버린 후에도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그들의 행동 패턴과 시간을 파악한 나였으니까. 하지만 엮이지 않는 데엔 한계가 있었고 그건 어느 날 재화언니가 내 방문을 두드리면서 곤란한 부탁을 하는 것으로 촉발됐다. -151

<이제야 언니에게> 최진영

161쪽.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야가 물었다. 

이모는 내가 겪은 일일 때문에 나한테 잘해주는 거예요?

잘해주는 게 아니라 걱정하고 아끼는 거야.

너무 노력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노력해야 해 이모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 

노력은 힘든 거잖앙아요. 제야가 중얼거렸다.

마음을 쓰는 거야. 억지로 하는 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야.

제야는 일기에 이모의 말을 썼다. 언젠가는 이모의 말을 이해할 수 있길 바랐다. 

162쪽. 낯모르는 사람들 틈에 있을 때마다 제야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 중에도 있을까.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 해도 절망스럽럽고 없다 해도 고통스러웠다.

이런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람들 중에도 있지 않을까.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165쪽. 새해가 되고 겨울이 멀어지고 바람은 순해졌다. 저녁 산책을 하며 제야는 이모에게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고 이모가 말했다.

나는 내가 쓸모없는 것같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나쁜 생각을 끊지 못하고 벌벌 떨고 사람을 경계하고 겉돌면서 점점 더 나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드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아. 쓸모없어야 아무 것도 안 할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당연해지니까. 왜냐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니까.

제야는 앞만 보고 걸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근데 그럼 나는 뭐지 이모?

꼭 무언가를 해야 되느는 건 아니야. 너는 지금으로도 충분해.

167쪽. 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있어. 하루하루 잘 살아가면서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어. 네가 조급해하지 않으면 좋겠어. 뭔가를 시작하더라도 여름 지나고 하면 좋겠고. 

그냥 그렇다는 거야, 이모. 다람쥐 쳇바퀴 같은 거. 좋다가 힘들어지는 거. 힘들어서 내려왔는데 다시 타고 싶은 거. 아무것도 아닌 거. 근데 다람쥐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과인 거.

넌 다람쥐가 아니야.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해. 언젠가 정말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지도 모르잖아.

그런 때가 오면 저절로로 달리게 될 거야.

나는 지금 이모 옆에 있어서 좋아. 안전하다고 생각해.

근데 우리 속에 있는 것 같아?

안전하니까. 

173쪽. 이모는 애를 쓰는 걸까? 이모는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건 아주 멋지고 좋은 일이라고 했다. 나는 이모가 애쓰는 걸까봐 여전히 두렵다.

이모의 말을 여기 적어둔다.

한숨이 날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아직 젊다. 지금도 나는 부자지만 앞으로 더 부자가 될 거야. 무슨 일 있을 때는 젊고 돈 많은 솔로 이모를 생각해.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도망치지 않기 위해 이모의 말을 적어둔다.

나는 절대 이모에게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도망칠 생각으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모에게는 늘 웃으며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이모도 웃게 할 것이다. 

180쪽. 제니에게도 승호에게도 남자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겪고도 연애를 하다니 정말 남자를 밝힌다고 생각할까봐 겁이 났다. 그건 사실 제야가 자기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연애를 하다니. 그건 사실 제야의 머릿속 당숙이 하는 말이었다. 넌 정말 남자를 밝히는 애구나. 제야는 당숙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남자에게 잘해서 인정받으면 당숙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야는 늘 남자의 기분과 욕구를 살폈다. 자기감정을 모두 남자의 사랑과 연결시켰다. 남자가 있으나 없으나 우울하고 불안하고 외롭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남자가 점점 커져서 모든 걸 없애주길 바랐다. 제야의 기억과 망상을. 제야 자체를. 

189쪽. 눈을 떴을 때는 저물녘이었다. 창이 열려 있었다. 내가 창을 열어두고 잤나? 제야는 벽에 등을 기대고 창을 빤히 쳐다봤다. 제니에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 제니를 괴롭힐 것만 같았다. 자기를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제야는 이모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제니를 잃는 중이라고. 제야는 가깝고 익숙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우울과 불행, 자책감, 죽고 싶다는 열망.

200쪽. 나는 그가 스스로를 혐오하고 증오하길 원한다. 내가 나를 혐오하게 된 만큼, 증오하고 자책하고 망가뜨린 만큼, 아니 나보다 훨씬 크고 깊게. 변명 없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수치스러워하길.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렇다면 그보다 훨씬 힘이 세고 덩치가 크고 괴물 같은 사람이, 아니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짐승이어도 좋다. 아무튼 그 무엇이 그를 강간하길 원한다. 자기 죄를 알 필요도 없다. 재산을 뺏을 필요도 없다. 가족을 해칠 필요도 없다. 명예를 더럽힐 필요도 없다. 그가 당하면 된다. 그리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면 된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말을 할까? 너도 즐긴 거 아니냐고 말할까? 네가 죽을힘으로 반항했다면 당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할까? 다 큰 남자가 겁도 없이, 다 큰 남자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 큰 남자가 울면서 하는 말이라고 다 믿어선 안 돼, 그런 말을 할까? 다 큰 남자가 술을 마신 것 자체가 문제라고, 다 큰 남자가 착각한 거 아니냐고, 다 큰 남자가 이미 소문이 나버렸으니 인생 글러먹었다고, 다 큰 남자가 총각도 아닌데 먼저 자빠졌는지 자빠뜨렸는지 알 게 뭐냐고 말할까? 가해자 보듯 그를 볼까?

206쪽. 나는 내 인생 최대 불행이 강간당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내 인생 최대 불행은 이런 세상에, 이런 사람들 틈에 태어난 거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른이라고 고개 숙여 인사해야 하고 어른이 하는 말이니까 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싹수가 노란 거고 애당초 글러먹은 애가 되는 거고. 당숙이 악마여서 나를 강간한 게 아니다. 여기서는 그게 강간이 아니니가 강간한 거다. 당숙이 당당한 건, 가해자면서 희생자인 척 구는 건, 이 세계에서 당연한 문법인 거다. 여기 사람들은 '강간'이나 '성폭행'의 의미를 모른다. '남자가 꼴리면 그럴 수도 있는 짓'만 안다. 돈이 많으면 돈이 많은데 무슨 대수냐, 궁핍하면 불쌍하니까 눈감아주자, 돈이 적당히 있으면 먹고살 만해서 잠깐 딴 생각을...... 그러므로 이곳에서 남자는 언제나 그럴 수 있다. 지구 어딘가에는 아직도 여성 할례가 있다고 들었다. 더럽고 불경하다며 생리하는 여자를 격리한다고 들었다. 여자를 재산 취급한다고 들었다. 결혼 지참금이 적다고 여자를 학대한다고 들었다. 여기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 해주면 뭐라고 할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기겁할까? 우리는 뭐 다르나? 대한민국은 달라? 내 아들이 한 달에 거둬들이는 돈이 얼만데 젊어서 여자애 하나 건드린 게 무슨 대수냐고 말하는 이 땅은...... 야만인들. 파렴치한들. 

나는 그 일이 없었다면 나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날 그 일이 없었어어도 그는 분명 지금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잊었어요? 저 사람이 나를 강간했잖아요.

말하니까 다들 얼어붙었다. 불편해졌다. 혀를 찼다. 남사스럽게 저런 말을 어떻게 저렇게 염치없게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벌레 보듯 나를 봤다. 난 벌레가 아니다. 인간이다. 나도 부끄러움을 안다. 나는 부끄럽지가 않다. 

216쪽.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사람은 그다. 그는 분명 그러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저주스럽다. 그를 생각하고 그날을 생각하고 어떻게든 내 잘못을 찾아내려는 내가, 그의 친절과 다정함을 아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라고 생각하는 내가, 술 때문이었을까 의심하는 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이유를 찾으려는 내가 저주스럽다. 

그는 자기를 저주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이라도 자기를 저주했다면 내게 빌었을 것이다. 변명 따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를 사랑한다. 아낀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할 것이고, 자기 잘못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그렇게 지내는데, 그런 자기를 유지하는데, 어째서 나는 나를 저주하나. 나를 버리지 못해 안달인가. 어째서 나조차 내게 책임을 묻는가. 나를 걱정했던 그와 나를 강간한 그는 한 사람이다. 친절하고 비열할 수 있다. 다정하고 잔인할 수 있다. 진실하고 천박할 수 있다. 그게 사람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떼어낼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너무 쉽다. 괴물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쉽다. 너무 쉬운 그 말은 아무 의미 없다. 너무 쉬워서, 아무 힘이 없다. 그는 괴물도 짐승도 악마도 아닌 사람이어서 나를 강간했다. 그는 나를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을 것이다. 기만하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그는 쉬운 인생을 살 것이다. 나는 여태 애썼다. 다시 애쓸 것이다. 나는 애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절대로, 그와 같은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222쪽. 내가 고향에 이있지 않아도, 도시의 익명에 둘러싸여 있어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잖아. 부모님이 있고, 친척들이 있고, 동네 사람들이 있지. 학교 사람들도 있고, 여행하는 동안 깨달았어. 나조차 그들의 시선으로, 나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판단할 때가 많다는 걸. 무슨 뜻인지 알겠니?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말이 쌓일수록 나는 나를 의심하게 되었어. 내가 그럴 만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나를 몰아세웠어. 내가 겪은 사건만큼 나란 존재 자체가 너무 끔찍했지. 끔찍한 나는 그런 일을 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잖아, 그 일 이전에는 나는 나를 끔찍해하지 않았어. 원인과 결과가 자꾸 역전되는 거야. 

226쪽. 여행하는 동안 나를 둘러싼 공기를 생각했어.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유령같은 공기가 가진 힘에 대해. 그 힘을 만들어내는 또다른 힘과 작용들에 대해. 나는 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어떤 힘에 둘러싸여 있는지. 나는 어린 여자애여서 무시당했다가 젊은 여자여서 의심받고 늙은 여자여서 무시당하게 될 거야. 하지만 어릴 때, 나와 승호와 함께일 때 나는 달랐어. 강릉 이모와 함께일 때도 나는 달랐지. 나는 그냥 나였어. 나를 주장하거나 증명할 필요도, 나를 부정할 필요도 없었어. 

229쪽. 이런 말 정말 쓰기 싫지만 그래도 쓴다. 너도 잘 알겠지만 확인하는 마음으로 쓴다.

만약에 네가 성범죄르를 당한다면 증거를 꼭 남겨야 해. 녹음이든 사진이든 남겨야 해. 몸을 씻지 말고 바로 경찰서로 가야 해. 당시 입었던 옷과 속옷도 다 챙겨야 해. 안전한 장소는 없어. 집도 바깥도 위험해. 사람이 많은 곳도 사람이 없는 곳도 위험해. 도시도 시골도 버스도 택시도 공개된 장소도 밀폐된 장소도 위험해.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밤도 새벽도 다 위험해. '괜찮겠지'란 생각은 위험해. 상대가 그러기로 마음먹었다면, 성범죄를 피할 방법 따윈 없어. 조심하라는 말이 아니야. 죽일 수 있다면 죽이라는 말이야. 살아남으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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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8 12:37 2022/11/1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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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1/09 05:21

2022/11/09 공진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무실에서 몸에 좋은 거라고 공진단을 줬다.

오래 두면 상한다고 그래서 먹었는데 그 후로 몸이 계속 가렵더니

두드러기가 났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왼쪽 종아리

너무 가려워서 모기에 물릴 때 바르는 약을 발랐는데 쓰라리다.

지금까지도 쓰라리다.

가려움을 참았으면 되는데 긁는 순간은 시원하겠지만

이렇게 오래오래 상처가 남아서 괴롭힌다.

 

지난 주에 세 개의 사건이 있었고

세 개의 사건 때문에 괴로웠다.

상담가가 내 패턴을 말해주었다.

이러저러한 상황에 꽉 막히면

의외로 한 개의 상황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터뜨린다.

그래서 회복불능의 관계로 만들어버린다.

내가 내 문제를 잘 안다고 말하고

그래도 이번에는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하니

그건 알지만 어쨌든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책은 하지 말고 자신의 에너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보라고 했다.

네.

 

상담자는 세 개의 사건에 대해서 나름대로 듣고 분석한 후에

모든 것을 자기 잘못으로만 치환시키지는 말라고 했다.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내 잘못이라고 떠안는 건 

사태를 변화시키는 데에도

자신을 알고 조금 더 나아지는 데에도

별 도움이 안되니

인정할 건 인정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덤테기를 다 씌우지는 말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다.

맞는 말 하는데 알았다고 하지 뭐라고 하나.

 

너무 지친 것같으니 수도원에 가서 

피세정념, 

세상의 번잡함으로부터 멀어져서 자신 안에 가라앉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피정을 계획했는데

사무실 워크숍이 있어서 그냥 거기로 갔다.

교육이 다 끝났고 이제 편집거리만 남아있는데 

주1회 정도는 사무실에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무실에 그렇게 얘기하자 자리가 없으니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보겠다고 했다.

세상에 머물 곳 하나쯤 있는 게 다행이다.

 

지난주부터 강화에서만 지낼 계획이었는데

남편 상황이 갑자기 급변하여 다시 내가 용인에 있게 되었다.

강화에는 교감하는 생명들이 많아서 마음이 나긋나긋해지는데

용인에서는 홀로 외로운 출장모드가 된다.

바삭바삭. 

일정표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서

한줄씩 지워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한 줄 지우는 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도 진도를, 현재를 알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가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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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05:21 2022/11/09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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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없음 2022/11/01 20:35

2022/11/01 회피

뉴스를 애써 피하고 있다.

나는 아마도 감당을 못할 것이다. 

그저 촬영본을 백업하고 하드를 비운다.

내일부터 진행될 편집을 위한 준비를 한다.

내일 저녁 수업이 끝나고 나면

이제 단 한 개의 교육만 남는다. 

촬영과 편집에 더 집중을 하겠다.

내 일만 바라보겠다고 다짐한다.

나의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

수습은 하되 자책은 하지 않겠다.

이 결심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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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1 20:35 2022/11/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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