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2/11/29 21:46

2022/11/29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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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는 편집을 하다가 11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잠은 오지 않았지만 침대에 누워서 페북을 보고 있었다.

페북 타임라인에 올라온 오마이뉴스 기사,

그러니까 이태원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사연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폰이 울리고 '하은'이라는 이름이 떴다.

이번 주말에 하은은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해야했고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걸로만 알았다..

응 하은아, 하고 전화를 받는데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저 119구급대원인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침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올라왔다.

네? 하고 깜짝 놀라니

그렇게 놀라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그 전까지 읽었던 기사들에 비슷한 얘기가 있었다.

소식을 알리는 공무원들은 절대로 어떤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빨리 와야한다고 말한다.

내게 전화를 한 구급대원도 빨리 응급실에 와달라고 했다.

강화에서 자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아무 것도 챙기지 않고 옷만 입은 채 응급실로 갔다.

비가 와서 낙상사고가 많다고 하고

이동식 침상은 줄을 서있었다.

응급실 입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한 사람만 들어가야 한다고 하고

교대도 안된다고 했다.

남편은 장거리운전을 해야해서 내가 남았다.

어제밤 11시부터 오늘 아침 6시까지 긴 시간을 하은과 같이 있었다.

하은은 수술을 해야해서 처치실에 있었는데

처치실에는 각종 용품들이 가득 있었으므로

다양한 간호사들이 들락거렸다.

처음엔 그걸 몰라서 새로 누군가 오면

우리 하은이를 치료하러 오는 사람인가 하고 발딱 일어났지만

나중에는 그냥 덤덤히 앉아있었다.

하은 옆에 다른 남자가 한 사람 더 있었는데

아내로 보이는 여성한테

온갖 투정을 다 부렸다.

넘어져서 정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인 건지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위해서 참았다.

가늘고 여린 하은의 손을 자주 잡아주고

흘러내리는 하은의 양말을 다시 올려주었다.

가슴이 뻐근해질정도로 사랑하는 하은

성형외과 인턴이 와서 1시간 가까이 수술을 했다.

그의 성의와 정성에 감복했다.

티끌하나 없던 하은의 얼굴에

상처가 남는다고 한다.

남편은 눈이나 더 중요한 곳 안 상한 걸 다행으로 알자고 했고

나는 자꾸 흘러내리던 하은의 양말을 생각했다.

이태원 소식은 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사진을 보았다.

하늘색 담요로 덮여진 누군가의 발이

신발없이 양말만 신겨진 발이 보였다.

내 아들 딸과 같은 또래의 청년이었을 

귀하고 뿌듯한 자식이었을 그 존재의

양말을 보고 하염없이 울었던 게 바로 며칠 전이었다.

너무 가는 손목

너무 가는 발목

그래서 바지도 빙빙 돌고

양말도 흘러내리는

가냘픈 내 딸의 몸을 만지고

양말을 다시 추켜올리는데 

며칠 전 본 그 양말이 자꾸 떠올랐다.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며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은이 같이 보자고 했던 영화

이만큼의 거리를 두고

늘 같이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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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21:46 2022/11/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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