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2/12/01 10:47

2022/12/01 새로운 시작

최진영의 소설을 발견해서 몽땅 다 읽는 중이고

이제 세 권 남았는데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에서 막혀있다.

왜 이렇게 안읽히는가

가 오늘의 질문이다. 

손원평의 소설과 함께

하루에 세 권도 읽었던 게 바로 엊그제인데

그러니까 밥도 안먹고 

줄은 못 치니 포스트잇을 빼꼭히 붙여가며 읽고

문장들을 컴퓨터에 옮기고

편집 중간중간에 불러오기나 랜더링으로 기다려야할 때

틈틈히 문장들을 들여다보던

그 흡입력이 

왜 이 책에는 없는가.

 

몇가지 가설

1. 내 집중력이 떨어졌다.

거의 매일매일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사건 사고는 나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에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과 감정을 써야 한다.

일들을 처리하느라 밤 10시 취침 다짐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큰 일 두 건을 처리하느라 또 머리를 쓰고

오늘 아침에는 믿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중.

집중력이 떨어지는데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할 일들이 수시로 터지고 있다.

아아아 정말 극한직업이다 싶다.

 

2.스토리 중심이 아니어서?

사건이 없다.

그러니까 죽어가는 남자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설정인데

회상씬들조차도 모노로그다.

그러니까 모노로그 안의 모노로그.

창작자의 주관성,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에세이다큐도

동력은 의식이나 주관이겠지만

그에 걸맞는 영상이 확보가 되지 않으면 게으르게 느껴지고

완성도는 당연히 바닥이니

관객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의 구조와 통하는 것같기도.

책들을 다 읽고 빨리 정리하고 새로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이 소설에서 막혀있다.

그렇더라도 중간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

패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상태 혹은 작품의 상태에 따라서

집중할 수 없거나 집중하기 힘든 조건은 자주 올 것이다.

그것을 고비로 생각하고 참고 넘지 않으면

아마도 좋은 기분, 평온한 상태에서만 책을 읽는 버릇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지금의 이 고비를 참고 참고 참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을 참지 못하면

세상에 참지 못할 일이 너무 많아.....

 

3. j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를 지키는 것이 남은 삶의 목표 중 하나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고립되어 있었으며

그를 지키자는 결의는 많은 사람이 했으나

정작 그에게 연락한 사람은 나 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면서

몇일 전의 하은처럼 불편해서 술을 많이 마시고

불편해서 많이 떠들고 돌아왔었는데

만남이 이어졌다.

그게 2009년이니 올해로 13년째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만남은 이어져오고 있다.

j에 대해서 누군가는 맑은 물컵에 떨어지는 파란색 물감 한 방울같은 사람이라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고양이 같은 사람이니 거리가 있을 때엔 다정하다가도 너무 가까이 가면 할퀼지도 모른다했다.

j와 나에 대해서 오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왜 만나는지를 말해주면 그걸로 끝이다.

우리는 왜 만나는가

질문을 하다 보면 

그는 왜 나를 만나는가

또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그에게 가지는 만큼

그도 나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는 건가

원치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 상태를 끝낼 생각은 없다.

누구에게 먼저일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의 마지막을

타인을 통해서 전해듣고 싶지는 않으니까.

다만 가끔은

인의 장막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북적이는 것같은 

그의 일상을 보며

내가 그에게 필요할까

관계의 시작이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그는 그런 상태일까

하는 의문이 생겨나곤 한다.

어쩌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이 만남이 지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정과 예의가 반반 섞여있는.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친구들에 대한 기억

누군가가 미우면

상대방도 나를 비슷한 강도로 미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누군가가 그리우면

상대방도 나를 비슷한 강도로 그리워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누군가가 걱정스러우면

상대방도 나를 비슷한 강도로 걱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 속에 기포처럼 떠오르는 어떤 감정들을

그냥 퐁퐁 터지게 두면 된다.

j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후회없는 끝을 위해

4. 새로운 시작

이제 끝난 활동에 대해서는 기대도 관심도 버리겠다.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계획해야할 때다.

in이 없으면 out도 없는 거니

in을 위해 노력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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