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3/07/27 08:36

2023/07/27 돌보는 마음

밭에 가보니 수세미와 이름을 모르는 잡초가 서로 엉켜있었다.

이름을 모르는 잡초의 덩굴들을 다 잘라내고 수세미 혼자 잘 있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수세미가 좀 상했다.

갑자기 '나쁜 친구들하고 어울리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부모가 된 것같았다.

수세미는 어떻게 대를 세우는지 연구를 해서

내 수세미가 저기 저 잡초한테로 가서 어울리는 게 아니라

하늘로 높이높이 솟아서 수세미 열매를 주렁주렁 열리게 해야겠다.

 

요즘의 나는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쓸 글들이 많고 할 일들이 많은데 그냥 끝없이 끝없이 가라앉고 있다.

매일 밤의 달리기가 그나마  나를  견디게 해준다.

어두운 밤

가끔의 바람과 도랑의 물소리,

그리고 이제는 늙어서 나를 따라오지 못하는 고양이 연이의 소리

들과  함께 뛴다.

이틀 전에는 너무 많이 뛰었고 제대로 호흡하지 못해서 기침을 많이 하고 있다

오미자 물로 겨우 기침을 잡았는데 다시 기침이라니.

조금의 실험도 하지 말고 그냥 알고 있던대로만 지내자.

마당에 심은 백합은 꽃은 다 떨어뜨렸지만 잘 살아날 것같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에 빠져있다가 다시  눈을 돌리면

개들, 닭들, 고양이들의 모이통이 보이고 산책을 하고 싶다는 애절한 눈빛이 보인다.

어제는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개화역에 차를 세우고 전철을 타고 갈까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1시간 30분을 가고

밥을 먹으며 시원한 맥주도 한 잔 하고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돌아올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개들이 너무 안돼보였고 그래서 산책을 시작했고....

옷을 망치고 가방을 망치고 시계까지 흙투성이가 되었다.

결국 약속에 늦었다.

네비의 소요시간으로 계산하면 약속시간 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차는 막혔고 25분 늦었다.

움직이지 않는 앞차를 바라보며 시계를 보는 일은 

그리고 사과의 말을 반복하는 일은 너무 불편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 만났고

일방통행의 지하도에 잘못 들어섰다가 당황하며 돌아나왔다.

낯선 골목, 장대같은 빗줄기, 그리고 네비와는 다른 길을 가는 나.

그래도  내가 있는 곳은 비 한 방울 들이치지 않는 차 안.

나는 그만큼의  안전지대는 가지고 있는 것같다.

가끔 대화를 하다가 물이 차오르는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대로 두면 그 물은 눈으로 새어나올 것이고

그러면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당황할 것이다.

그래서 웃는다. 자꾸 웃는다.

비 한방울 들이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

그 공간은 밖에도 안에도  있다.

덕분에 나는 잘 지내고 있는 것같다.

앞으로 달리기가 끝나면 사진을 찍기로 했다.

아이폰 카메라기능을 다 못익혀서

사진은 생각대로 나오지 않았다.

못나온 사진이라도 매일매일 strava와 사진을 남기겠다.

 

갤노트20은 밤 사진을 잘도 찍어주었는데

아이폰 카메라기능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무와 달과 별을 찍고 싶었으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3/07/27 08:36 2023/07/27 08:36

트랙백

https://blog.jinbo.net/haruharu/trackback/31

댓글

1 2 3 4 5 6 7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