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22/12/23 20:33

안녕하세요

온라인공간에 처음 발을 디딘 건 1993년 이었어요.

그때 '잠깐만!' 하고 좋았던 사람들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참 운이 좋았던 것같아요.

그렇게 몇년을 잠수하고 지내는 동안에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아주 긴 시간동안 하이텔에서만 지냈어요.

하이텔 대화방 '자유인' 에서 만났던 분들.

나중에 독일로 건너간 태권도 사범, 방사선사, 경제학과 대학원생

다 좋았던 분들이었고

나중에 저희 언니가 결혼하는데 언니 또한 저처럼 사람들하고 왕래가 없이 지냈던 터라

신부측 하객이 없어서 그 때 그 대화방 분들이 와주셨어요.

저는 또 신부측 친구가 없어서 여동생인데 부케도 받구요.

사람의 인성? 성격?이라는 게 20대 이전에 다 완성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몇년 전에 상담을 받으면서 20대 초반,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경험들도

한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아마도 그래서 늘 이렇게 

책상서랍 속의 일기장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는 것같아요.

나의 이름도, 직업도, 소속도 모르는 사람들이

오로지 나의 글만으로 나를 알고 나와 교류하는 공간,

이라고 생각하며 지냅니다.

 

저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연결을 끊었어오.

이 곳으로 오는 길을 아는 사람들이 없어요

아주 오래전 길 하나를 남겨두긴 했지만 그 길을 찾아서 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진보넷 블로그에도 공개가 안되게 해두었는데

이 곳을 찾아오는 분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첫번째 블로그를 닫고 두번째 블로그로 온 건 스토킹 때문이었습니다.

두번째 블로그를 닫은 건

그 블로그에 오는 사람 중에서 감시자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한 걸 뒤늦게 아는 경향이 있죠.

세상 모두가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런데 세상에 나를 너무나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정확히 알게 되고 나니 그 공간에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온라인공간에서 글을 쓰는 저는

집이 없는 달팽이같은 상태거든요.

그냥 말랑한 무방비상태 거든요.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게 편하다는 걸 압니다. 

 

윤이형의 '붕대감기'에는 이런 문장들이 있어요.

160쪽. 너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걸로 강해지려고 하지.

자신을 드러내는 건 징징거리는 것이고, 

그건 곧 약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도 과묵해지고,

멋있어지고 싶어.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외로움을 잘 못 견디는 내가 싫지만,

미움받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거나,

이리저리 단어를 검열하는내가 더 한심하게 느껴져.

나는 바보같은 말을 하면서 견딜 거야.

농담이라는 것의 위대함도 잊어버리고,

바보 같은 말을,

직설법이 아닌 문법으로 된 말들을 

더이상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주지도 앟는 세상한테,

모두가 올바르고 심각하고 훌륭한 말들만 하게 돼서

여유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끔찍한 세상한테, 

계속 같이 놀자고 멍청한 소리를 하고

헛발질을 할 거야.

난 바보고 멍청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자꾸만 화를 내나 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서서 싸우고 있는데

너는 그렇게 한가하냐고

자꾸만 물어보나 봐.

하지만 미안해, 이게 나야.

이렇게 웃음이 없고 똑바르기만 한 세상을

난 못 견디겠어.

 

제가 쓰지 않았지만

제 마음같은 말이예요.

그래서 저는 계속 장소를 옮겨가며

글을 쓸 겁니다.

 

이 곳은 방문자수 1인 블로그인데

오늘 갑자기 방문자수가 많아졌습니다. 

무섭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들이 나를 발견한 걸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제가 세상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그 분이라면

알아주세요.

저는 그냥 조용히 살고 있어요

무해하고 연약하고 조용하게.

그냥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사세요

이제 그만하면 되었지 않습니까.

 

제가 세상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라는 그 분이 아니라면

글쎄요

이 곳은 저만의 외딴방인데

어떻게 여기에 오셨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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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20:33 2022/12/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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