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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15
    역사는 누구의 소유인가?
    중얼

역사는 누구의 소유인가?

 

1. 난데없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돌아서도, 본인이 역사에 대해서

깊게 연구해서도 아니다. 그저 상식적으로만 골똘히 생각해도 뭔가 수상하고 이

상한 구석이 있길래 답답해서 써놓는 글이다. 따라서, 읽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역사에 대해서 고등학교까지 배운게 전부다.

그리고 나머지는 혼자 이궁리 저궁리 하는 것일뿐이니까 지금부터의 내 생각이

맞을지 틀릴지는 알 수 없다.

 

 

2. 사무실로 들어오는 입구에 소파가 있고 그 위에 책이 두 권 놓여져 있다.

꼭 미용실 대기석같은 이곳은 아마도 방문하신 분들이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인 모양이다. 두 권의 책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럭셔리 하이클라스 잡지로 명성을 떨치는 '노블레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노블레스를 휘리릭 넘기다보니 소설가 복거일선생의 글이

보인다. 딱 한페이지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발끈하는 것은

한민족에 대한 범주를 확대해석하기 때문'이라는, 중국보다 한국내부에 칼을 겨

누는 내용이다. 국수주의자들이 테러위협마저도 가할만한 내용이 럭셔리 하이클

라스 잡지 노블레스에 실렸으니, 아마도 돈있는 양반들은 우익을 넘어 이제 민족

마저 넘어서려나 하는 기우도 잠깐 스쳤다.
곰곰 생각해보기 시작한건 이때부터다.

 



 

 

3. 복거일의 말대로 '한민족은 언제 생겼는가?'
'민족'이라는 개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써있다.

 

민족 [民族, nation]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언어·풍습·종교·정치·

경제 등 각종 문화내용을 공유하고 집단귀속감정에 따라 결합된 인간집단의 최대

단위로서의 문화공동체를 가리키는 말

 

아하. 그렇다. 이 개념을 가지고 우리의 현대부터 과거로 투사해보자. 도대체 '

한민족'이라고 부를만큼 '일정지역, 장기간, 공동생활, 귀속감정'은 언제 생겼는

지 말이다. 만약, 두 개 이상의 민족이 공존한다면 그때는 '한민족'이 아니라 '

한민족 이전 민족'으로 불러야 할 것이니까.

 

 

4. 문제는 통일신라 이전이다.
조선시대 - 말할것도 없이 하나의 민족이다.
고려시대 - 별다른 이견 없이 하나같다.
통일신라시대 - 한강이남 유역을 '일정지역'으로 본다면 신라민족 하나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발해가 있으니까. 발해는 신라와 같은 지역도 아니고 언

어는 모르겠지만 정치경제가 모두 다르다. 게.다.가... 귀속감정... 달랐겠다.
중국의 주장으로 '한국의 역사는 한강 이남이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여기 있어

보인다. 대충 생각해도 그렇다. 그런데 별로 마음에 안든다.
일단 북방의 기상이 꺾였잖아. 그러니까 기분도 나쁠 뿐더러 의지가 약해진다.


일단 가는 김에 좀더 가보자. 그럼 삼국시대는 어떤가? 고구려는 당나라에 팔았

다 치더라도 백제는 신라에 복속당했다. 그 전까지 죽자살자 싸우던 백제는 하나

의 '민족'으로 볼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있다' 분명한 '일정지역'과 '장기

간', '언어, 풍습, 정치, 경제', '집단귀속감정' 모두 만족한다. 따라서 '백제민

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그럼 이상해진다. '나라 수=민족 수'가 되어버린다. 더 아래로 내려가서 삼국 이

전에 가야, 부여, 조선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해진다. 민족이 디따 많아진다.

 

 

5. 다시 생각해보자.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부연설명된 부분이 있다.

 

이 말은 다의적(多義的)이어서 국민 ·부족 ·종족 등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며

, 또 실제로는 이들과 부분적으로 중복되는 요인도 있다. 그러므로 민족은 언어,

거주하는 지리적 범위, 경제생활과 문화, 동류로서의 공속의식(共屬意識)을 공통

으로 가지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간집단이다.

 

아. 그러면 국민과 민족은 다른건데, 우리의 경우는 구별이 애매한 '현재환경'에

있어서 그런 것일수 있겠다. 역사란 승리자의 기록이라서 복속된 패자는 기록에

서 제외되거나, 교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일단 우리 경우보다 로마를 생각해

보고 거기에 우리를 비교해보면 좀 쉽지 않겠나?


그리스민족과 로마민족은 다르다. 그런데 로마민족이 프랑스, 스페인 등등 모든

지역을 점령했다. 그러다 나중에 각각 분리됐다. 그런데 언어나 풍습이나 모두

다르다. 이렇게 로마는 '다민족국가'였으니 민족과 국가의 구별이 쉽다.


그럼 프랑스나 스페인은 자국의 '역사'를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가본적이 없으

니 잘은 모르겠고 고등학교때 배운 세계사 지식을 응용해봐도 그들의 역사는 '게

르만 민족의 대이동'으로 시작된다. 게르만'민족'이다. 게르만'국가' 아니다.
민족이 먼저 있고 그 민족들이 국가를 세우는 거다. 현재의 프랑스 지역에 게르

만도 왔다가고 로마도 왔다 분리되고 신성로마가 어쩌구 한 다음에서야 '프랑스'

가 생겼다. 그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그들 민족-프랑스민족이라 해두자-은 국가

의 역사와는 별도로 민족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다. 나라가 있건없건, 또는 있었

던 없었건. 이들이 이야기하는 역사는 그냥 국가의 역사면 된다.

 

현재 대한민국이 있는 한반도에서의 역사는 어떤가 생각해봤다.
조선, 낙랑, 부여, 가야 등등이 있었고 그 중에서 '조선'을 우리 기원으로 본다.

(나중에 조선이 또 생겨서 편의상 古조선이라고 한것뿐, 원래는 조선이다)
근데 그게 민족의 기원인지 국가의 기원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조선이 한사군에

점령당했건 위만이 또 세웠던 아무튼 나머지는 그때부터 신경 안쓰고 일단 조선

이랜다. 그러다가 고구려, 신라, 백제 나온다. 민족이란 일정지역에서 발전하는

것이니깐 신라와 백제는 부여쪽에서 이어진 것일지 모른다. 조선을 우리민족의

뿌리로 놓는다면 그 지역에서 이어진 고구려가 정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조선민족 고구려가 부여민족신라에게 당했다. 아, 슬프다. 만약 조선이

한민족의 뿌리라면 신라가 한반도내 통일국가를 건설하면서 한민족국가는 사라졌

다. 애초 고구려와 신라는 다른 민족이었으니까. 통일신라 이전의 수많은 부족과

국가들이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하기는 무리잖아. 민족의 정의에 어긋나니까.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한민족(조선에서 이어진 민족)의 후예가 아니라 부여민족

의 후예라는 말이 된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별 문제없는데 신라가 통일

해서 어깃장이 놓이 대목이다. 천년동안의 신라역사는 조선민족이 아닌 부여민족

의 역사가 되는 셈이다.


좀더 가보자. 고려는 과연 고구려의 후예인가? 발해의 후예인가? 한강이남에서는

신라가 통일하고 한강이북에서는 고구려유민들이 말갈돌궐을 복속하여 발해를 건

국하였으며 그 이후에 고려가 등장하여 다시 신라를 복속했다면? 이 경우에 고려

는 조선민족이 맞고, 다시 후조선을 거쳐 지금까지 오게 되니까 고조선이 한민족

의 뿌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다만, 천년동안의 신라역사는 변방민족의

역사가 되지만-그래도 민족의 정통성은 지켰다.

 

 

6. 앞의 주장은 말이 되는가?
다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된다. 왜? 역사란, 각 지역에서의 사건이 시대적으로 어

떤 연관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했는가를 밝히는 것이고, 국가의 뿌리를 규정하는

것은 거기서 파생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앞뒤가 바뀌어버리면 앞의 5번과

같은 꼬임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게다가 조선멸망-고구려등장-고구려멸망-발해등

장-발해멸망-고려등장에서 허술하기 짝이없는 연결고리들을 규명해야 하는데 이

에 관련된 기록이 별로 없다. 없대드라. 없다고 하드라.


그래서 다시 맨 앞의 제목으로 쓴 화두를 꺼내본다. '역사는 누구의 소유인가?'
국가의 소유인가? 민족의 소유인가? 지역의 소유인가?
혹시 '그 지역의 역사'는 아닐까? 우리의 경우에는 말이다.


이 한반도 지역에서 우리가 게르만민족이동처럼 밀려온 것도 아닌 것같고(우리는

유목민이 아니라 토착농경민이었대며?) 지배층의 국가구조는 어쨌든지간에 대대

로 동일지역에서 머무르면서 농사짓고 수렵하면서 살았을텐데 뭔 문제가 이리 많

단 말인가? 한민족의 시작이 현재의 북한지역이 발원이고 부침을 거듭하면서 한

반도 전체가 동화되었고 지금까지 여러 국가가 생기고 없어지고 했던게 한민족의

역사다...라고 하면 말이 되는 것같다.
그러려면 고려 이전의 역사에서는 '민족'개념을 꺼내면 안된다. 자칫하면 앞에서

같은 오류가 발생하니까 말이다.

 

 

7. 자, 다시 출발.
이번엔 민족이 아주아주 서서히 형성되었다는 가정을 해본다. '장기간'을 한

2,000년 쯤으로 놓고 본다면 한민족이 완성된것은 고려중기쯤으로 찍자. 민족이

완성되는 과정에서의 소규모 부족과 부락의 부침이 있었다가 점차로 하나의 민족

으로 통일되어갔고 현재 '한민족'으로 규정되는 형태가 그즈음 완성되었다고 보

고 슬슬 풀어가본다.


중국의 역사서에는 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세워졌다고 그랬으니 우리가 오천년

역사라고 우기지만, 실상 국가는 청동기가 등장하면서부터 형성되었다는게 정설

이므로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청동기 비파형동검을 기준으로 기원전 8세기로

보자. 청동기 문화를 중심으로 그리 넓지 않은 지역단위로 여러 부족국가들이 생

성되었고 낙랑, 조선, 부여, 가야 등 외에도 이름이 남겨지지 않은 수많은 부족

국가들이 있었다.고 보자. 이들은 아직 민족의 형태를 갖추기 전이라고도 보자.
그들이 서로 국가를 건설하고 싸우고 부수고 계승을 자처한들 '하나의 (소통가능

한)언어와 문화'를 점점 만들어나가면서 현재 '한민족'을 구성해나간다.고 보자.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모두 韓민족으로 보자면 동토로 강제이주 당한 고려

인을 제외하면 어찌된 일인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더 위쪽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

다. 조선족도 한민족이니까 말이다.


따라서 '한민족의 역사'를 말하고 싶다면 현재의 한민족이 고유하게 거주하고 있

는 '지역의 역사'를 말함이 옳다. 따라서 고구려가 한민족의 형성에 기여한 점을

조명해보면 한민족의 역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고구려의 일부지역은 현재 중국의 영토다. 만약 중국이 '중국 영토

내의 역사'를 말하면서 고구려 역사를 말한다면 그것도 맞다.
우리는 '민족의 역사'를 말하고 중국은 '국가 내 역사'를 말하니까. 중국은 다민

족국가니까 말이다. 민족이야 어쨌든 현재 지네 땅에서 일어났던 역사는 지네가

책임질 역사니까. 언제 중국이 '고구려도 중국민족의 역사다'라고 그랬던가?

 

 

8. 고구려에 대한 이견은 기준이 '민족'이냐, '국가'냐의 차이에서 나온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민족의 역사'가 아닌 '국가의 역사'로 본다면 현재

남한지역만을 국한해서 보는 것이 맞다. 현재 국가의 영토 내의 역사니까.
민족의 역사로 본다면 예전 고구려 영토까지 '잠시' 포함해서 기술하는 것이 맞

다. 어쨌거나 그랬으니까.


만약 중국이 '漢민족의 역사'를 말한다면 금나라, 청나라 빼고 말하면 된다.

(오늘자 뉴스에서 몇몇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중國의 역사'를 말하지 '漢족의 역사'를 말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민족'에 집착하는가?


우리의 국가적인 영토보다 민족적인 영토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일제에 침탈당하기 이전에도 우리는 '민족'을 지금처럼 강조했을까?
현재 우리를 규정하는 '국가'의 틀이 너무나 나약하기에, 좀더 원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민족'의 틀을 '국가'에 때려맞춰넣는 것은 아닌지?

 

만약 모든 국가단위를 해체하고 민족 단위로 국가를 재구성한다면 건설될 나라는

몇 안될 것이다. 중국은 구소련처럼 갈갈이 나눠지고 미국은... 모르겠다. '대이

동'해야 될 것이다. 어차피 가능성 없는 일이다.


현재 중국은 '통일 과정'에 있고 서남공정과 동북공정은 그래서 추진되어 있다.
수많은 중국내 민족들을 하나의 국가 아래 묶는 작업일 뿐이다. 중첩된 지역에서

의 역사를 중국이 기술하건 말건, 우리는 '니미 뽕이다!' 하면 끝이다.
문제의 중첩되는 지역에서의 역사는 중국은 국가의 개념으로, 우리는 민족의 개

념으로 알아서 기술하고 구성하고 주장하면 되는거 아닌가?

백두산이 '우리 민족의 영산'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중국이 수십세기동안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나.
이미 북방관련해서는 '영토(이건 국가적인 개념이다)'와 무관하다.
우리 '민족의 발원과 분포'에서 현재 중국내 영토에 넓은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는 주장(이것은 민족적 자존심이다) 뿐이다.

 

 

9. 중구난방 생각을 정리해본다.

고구려는 '우리 국가의 역사'인가?

이걸 증명하고 싶으면 조선-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대한민국이 이 고대국가들의 맥을 이어왔다고 말해야 한다.

고구려는 '우리 민족의 역사'인가?

이걸 증명하고 싶으면 韓민족의 형성에 대해서 먼저 말해야 한다.

조선-고구려-발해의 북조와 부여-신라-통일신라의 남조가 융합하여 고려에서

韓민족이 형성되었음을 말해야 하고 그렇다면 우리 역사의 서술방식은

'삼국통일완성'이 아니라 '남북조 형성'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의 역사서술이 중국사대사관과 일제식민사관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사필귀정이다.

 

역사는 그 시대의 진실이 아니라
사관(史觀)을 가지고 기술한 증명이다.

 

동북공정...
고구려의 역사를 훔쳐간다고 중국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가 이제까지 어떤 사관을 가지고 역사를 대했는지
반성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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