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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0
    박카스 아줌마와 성매매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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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5/17
    '강철군화'의 시대…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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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9/03/13
    민주노총 혁신 리모델링이냐 새 집 짓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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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9/03/12
    명텐도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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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9/03/05
    현중지지 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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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9/03/05
    노사상생 앞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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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9/03/05
    노사민정 합의 민주노총 성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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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9/03/05
    도시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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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03/05
    서울지하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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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9/02/25
    [일다펌]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알 수 없게된 사람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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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아줌마와 성매매와 성

황혼의 로맨스인가, 매춘인가


불편한 진실의 하나가 노년의 왜곡된 성문제다.7일 오후 인천 자유공원 일대에 산책나온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순철기자

ㆍ약산·자유공원 ‘박카스 아줌마’ 현장르포

약산 인근서 ‘돗자리 영업’ 여성 10여명

커피·술 핑계로 노인에 접근 성매매까지


노인의 성은 아직까지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노년의 성에 대해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는 속칭 ‘박카스 아줌다’라는 또다른 사회적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공원 등지에서 커피나 술을 팔며 노인을 유인해 성매매로까지 이어지는 ‘박카스 아줌마’의 활약(?)은 부양가족 없이 가난한 여성 노인과 외로움을 표출할 길 없는 남성 노인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시대의 부산물이다. 로맨스라 하기엔 비뚤어져 있고 무작정 매춘으로 몰기엔 안타까운 바로 그 현장에 나가봤다.

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약산 인근.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무 숲 사이 그늘에 앉은 노인에게 50대 중년 여성 두 명이 접근했다.

화사한 복장에 모자를 곱게 쓴 여성들은 노인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이내 노인과 함께 풀 숲 뒤 돗자리가 깔린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잠시 후 한 여성이 가방에서 술과 안주를 꺼냈고 이들은 한 시간 가량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시간을 보냈다. 노인들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이 찾는 약산 인근에서만 이같은 ‘돗자리 영업’을 하는 중년 여성이 10여 명에 이른다. 등산객 ㅇ씨(50)는 “가끔 산에 오면 열 걸음을 못 가서 커피 한 잔만 하고 가라는 중년 여성이 계속 붙잡는다”고 했다.

이들은 커피나 술을 한 잔 하자는 핑계로 남성 노인들에게 접근해 음식을 팔고 나아가 성매매도 서슴지 않는다. 수년 전만 해도 나무 숲 사이에 천막까지 치고 영업을 했으나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에는 싼 값에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는 노인이 늘었다.

5년째 약산에 ‘출근’하고 있다는 여성 ㅇ씨(64)는 “50대 중반 젊은 아줌마는 2만 원을 부르는데 내 또래는 1만 원이면 가능하다”면서 “아들 집에 얹혀살래도 며느리 눈치가 보여 이렇게 살아도 혼자 사는 게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약산에서 영업 중인 여성 대부분이 안정적 수입 없이 돗자리 영업으로 생활비를 마련한다고도 전했다. 5년 전만 해도 하루 10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요즘은 하루 3만 원 벌기가 힘들다. 같은 날 중구 자유공원에서도 영업이 한창이었다. 커피가 담긴 보온병을 든 60대 여성 노인과 70대 남성 노인이 벤치에 앉아 데이트를 하는 듯했다.

할아버지가 잘 나가던 해병대 시절의 모험담을 늘어놓으면 할머니가 맞장구를 치며 대화가 이어졌다. 다른 쪽 의자에선 보온병을 들고 접근한 여성에게 남성 노인이 지갑을 열어 돈을 내보이는 모습이 보였다.

벤치를 서성이던 노인ㅇ씨(86)는 “주로 혼자 있는 노인에게 ‘혼자 오셨느냐’ ‘나도 혼자라 외롭다’면서 접근해 커피, 막걸리, 소주, 떡, 단팥빵 등을 판다”며 “외로운 노인들 말동무도 돼 주고 경우에 따라선 월미도로 데이트를 나가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

커피는 한 잔에 500원, 소주는 한 병 5000원, 캔음료 2000원 등 음식 가격에 ‘말동무’ 가격까지 포함돼 정상가격보다 비싸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주머니 사정이 나은 노인이라면 여성들과의 만남을 마다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는데 화대는 1~3만 원 정도로 인근 여인숙에서 1만 원 미만의 숙박료를 내고 이뤄진다. 경찰이 해당 지역을 순찰하지만 이미 조직화한 여성 노인들이 미리 알고 자리를 피해 단속은 쉽지 않다. 게다가 거래가 거의 대부분 현장에서 현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도 남지 않는다.

남편이 당뇨를 앓고 있어 생계유지를 위해 일한다는 한 할머니(70)는 “마음이 없는 노인에게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며 “말동무가 필요한 노인들과 남의 신세를 좀 져야 하는 노인들이 만나는 것뿐”이라며 ‘영업장소’로 향했다.

<최보경기자 이상서·이상준인턴기자 cbk41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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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군화'의 시대…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강철군화'의 시대…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철학자의 서재] 잭 런던의 <강철군화> 기사입력 2009-05-16 오후 2:44:23 <강철군화>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날 한국은 바야흐로 '강철군화'의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는 나라이다. 철거민을 비롯한 도시 빈민들이 '강철군화'에 의하여 짓밟혀 목숨을 잃고, 불에 타 죽는다. 수만의 평화적인 촛불 또한 '강철군화'에 의하여 '불법'(한국의 실정법이 보장하지 못하는 인권에 대한 모든 요구는 불법으로 매도 당한다. 실정법은 자본의 이익을 최대한 낼 수 있는 한에서만 시민권을 보장할 뿐이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모든 인간 활동은 무가치한 것이며, 그런 활동을 요구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취급 당한다)으로 낙인 찍히면서 무참하게 꺼져 간다. 0교시 수업을 없애서 졸지 않고 수업하게 해 달라는 고등학생들, 취업해서 열심히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학생들, 생존의 위협을 그나마 덜 받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부당한 차별을 철폐하고 한국인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해 달라는 이주 노동자들,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과 차별을 철폐해 달라는 장애인들, 성 소수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자들의 염원과 희망의 촛불이 '강철군화' 앞에 서서히 꺼져 갔다. 이러한 모든 부당한 일들은 이미 <강철군화>(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궁리 펴냄)에게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100여 년 전에!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하에 더욱 광포하고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우리 시대를 배회하고 있는 '자본'이라는 저 유령이 날뛰고 있는 이곳, 이 시점에서 과연 잭 런던의 <강철군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혹자들은 <강철군화>가 소설 정치경제학이니, 소설 자본론이니, 100여 년 전에 이미 오늘날 자본의 첨예한 모순을 예견했느니 하면서 이 책을 칭송(?)하거나 아니면 일종의 예언서처럼 평을 하기도 한다(마치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자본주의를 딱 들어맞게 설명을 하고 있느니 또는 아니니 하는 부르주아들의 호들갑과 어딘지 모르게 무척 닮아 있다). 그런데 <강철군화>에 대한 이런 평들은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며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런 평들에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와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평들에는 '봐! 결국 해봐야 강철군화에게 무참하게 짓밟히잖아!'라는 교묘한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잭 런던은 이러한 평들에 깔린 이데올로기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는 <강철군화>에서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이미 사회주의 국가를 꼭 올 수밖에 없는 사회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소설은 미완인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꼭 마르크스의 <자본론>처럼!). 잭 런던은 20세기 초와 이로부터 700년이 지난 가상 시점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잭 런던이 우리에게 남겨 준 과제인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강철군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정말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사회주의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잭 런던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어니스트'의 입을 빌어 다음과 같이 한 마리로 말한다. "권력! 우리 노동계급이 그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강철군화>에서 나타난 노동계급의 권력 쟁취를 위한 실마리 ▲ <강철군화>(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궁리 펴냄). ⓒ프레시안 그렇다면 이 권력을 어떻게 쟁취할 것인가? 처음에 잭 런던은 부르주아 의회를 장악하면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 소설 전체에 걸쳐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환상인가를 너무나 절절하게 보여 주고 있다(이런 점에서 의회주의자들은 의회 진출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의회 장악이 아니라면 고전적인 방법대로 폭력 혁명을 통해 권력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때는 우리도 힘으로 봉기하는 거지요." "그때는 여러분은 여러분의 선혈 속에 잠겨 있을 거요." "그런데 지금 여러분의(필자 수정) 힘이란 게 어디에 있지요?" 도대체 폭력혁명을 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 즉 힘은 정말로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역사를 통틀어서 보면 대체로 그 힘이란 '강철군화' 앞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혁명은 도처에서 실패했고, 사회주의권은 무너져 버렸다. 이제 그 힘을 어디서 찾아서 권력을 쟁취할 것인가? 다시 의회주의로 돌아가서 자본주의 체제만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중의 표를 통해서? 이미 잭 런던은 그것이 환상임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밝혀냈다. 그러면 도대체 그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이며, 또 어떻게 해야 그 힘을 현실화시켜 권력을 쟁취할 수 있을 것인가? 잭 런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여자들이야말로 파업의 가장 강력한 추진 세력임이 입증되었다. 그들은 전쟁에 대해서 한사코 반대의지를 굳혔다. 그들의 남편들이 전쟁터에 나가서 죽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또 그 총파업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사람들의 기분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대중의 유머 감각에 적중했다. 그 아이디어는 전염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학교에 걸쳐서 어린이들까지도 수업을 거부했으며, 학교에 오는 교사가 있더라도 텅빈 교실로부터 집으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총파업은 거대한 국가적 야유회의 형태를 취했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총단결이라는 생각도 그처럼 확고한 증거로서 나타나고 나니까 모든 사람들의 상상력에 호소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대대적인 놀이판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위험도 없어졌다는 점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유죄인 판에, 어떻게 어떤 사람들만 처벌할 수가 있겠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 하나-여성의 해방을 위한 물질적 조건 확보 여기서는 크게 2가지가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처럼 보인다. 첫째,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 스스로를 반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으로 형성할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둘째, 노동계급의 총파업을 어떻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민중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놀이판으로 만들 것인가이다. 그런데 이 둘 중에서 선차적인 것은 첫째이다. 여성, 그리고 여성의 노동이 모든 사회적 생산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 즉 자본을 만드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노동은 가사노동, 돌봄 노동인데, 이 노동은 성별 분업화된 자본주의 하에서 여성에게 부과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첫째의 할 일에 대해서 말해 보자. 첫째 할 일은 출발점은 가사노동, 돌봄 노동으로부터 여성이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의 사회화, 즉 상품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품화를 시켜봤자 결국 여성의 몫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사노동, 돌봄 노동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적으로 그 부담을 여성에게 덧씌우는 것이다. 즉 여성이 자본과 임금 노동자인 남성 노동자에게 이중적인 착취와 억압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여성→노동계급→자본이라는 먹이사슬 체제처럼 구성되어 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최소한의 신체적이고 기계적인 생활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자본은 이 노동자가 기계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노동자 역시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데, 이렇게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인간 '생산' 노동에 대해서는 단 한 푼의 임금도 지불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동계급의 인간으로서의 자기 생산 내부에는 정치경제학적으로 부불노동(임금으로 지불되지 않은 노동)의 착취가 내재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을 가사노동, 돌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노동계급 자신 내부에서의 착취의 계기를 근절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급의 경제주의적 경향은 여성을 해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오히려 여성을 더욱 더 억압과 착취의 사슬로 옭아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경제주의적 경향은 개별 노동자의 임금 상승에만 초점을 두는 것인데, 개별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 의미하는 바는 임금 상승에 따라서 노동자 자기 생산을 위한 더 많은 요구를 여성에게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대 자본 투쟁은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물적 조건 확보를 위한 투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계급의 모든 임단투 투쟁은 일단 아이들의 공동 양육과 공동 교육을 위한 물적 조건 확보에 맞춰져야 한다. 공동 양육과 공동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자본으로부터 쟁취해야 한다. 이렇게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될 때, 노동계급의 진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이는 노동운동이 고민하고 있는 지역운동의 활성화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둘-노동계급의 총파업을 대대적인 놀이판으로 만들기 둘째 할 일에 대해서 말하려면, 첫째 할 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더 할 필요가 있다. 공동 양육, 공동 교육은 철저하게 자본 교육, 제도권 교육으로서 공교육에 반대된다는 의미에서 반 자본 교육, 비 제도권 교육, 노동계급 교육으로서의 사교육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 사교육 체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상상력 풍부한 열린 인간을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인간 생산의 방법으로는 각 연령 별로, 각자 하고 싶은 영역 별로 코뮌을 형성해서 자신들이 하고 싶고, 또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각 코뮌들이 상호 의사소통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개인들로 자신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생산된 사회적 개인은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각 활동 단체들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자신의 부모나 누나, 형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일상생활을 잠시 접고 여행 가듯이 파업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각 코뮌 단위로 각각의 깃발 아래서 먹고 놀고 자유로이 담소를 나누면서 휴식을 가지는 파업이 될 것이다. 물론 이 파업은 여성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파업, 나아가서 모든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파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모든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사표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사표 던지고 논다는데, 그것을 불법이라고 잡아 갈 것인가? 설령 잡아가더라도 감옥에는 온통 나의 동지들일 테니 그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감옥에서 놀면 될 테니까 말이다. 자본에 대항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본이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서 움직이는 수동적인 활동이 아니라, 자본이 무엇을 하던 간에 억압과 착취가 없는 새로운 세상을 끊임없이 만드는 일이다. 몇 푼의 임금 인상이 새 세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 노동계급 자신 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사악한 억압과 착취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야말로 <강철군화>를 완성하는 길일 것이다. 또한 자매, 형제애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를 우리 노동계급의 손으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철학자의 서재'는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평 연재입니다. 매주 주말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 선정한 책을, 철학자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쓴 서평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이재유 한국철학사상연구회 회원·건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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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혁신 리모델링이냐 새 집 짓기냐

민주노총 혁신 리모델링이냐 새 집 짓기냐 ‘위기의 조직’ 내부혁신 위한 토론회 영등포로터리에는 으레 그렇듯 다섯 방향에서 달려온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있었다.답답한지 운전자들이 울려대는 경적 소리가 바로 옆 민주노총 7층 회의실에까지 들려왔다.  12일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대혁신 토론회를 다른 취재 일정 때문에 기자는 오후 2시부터 지켜보았는데 오후 8시5분 임성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총평으로 10시간 가까운 장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내내 이 경적 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간간이 구급차량의 ‘삐뽀삐뽀’ 소리까지 넘나들었다.  다섯 갈래에서 달려온 차량들의 정체마냥 우연히도 이날 2부 토론의 패널들은 민주노총 내부의 5개 정파(공식 자료집에는 ‘의견그룹’이라고 완곡하게 표현) 의 충돌과 갈등,교착을 상징하는 듯했다.아니면 성폭력 파문,인천지하철노조로 대표되는 단위 사업장들의 탈퇴 움직임,때를 맞춰 이날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권용목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의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 발간 기념회 등의 내우외환을 함축하는 듯 보였다.  기자의 관심은 ‘바깥에서 보는 민주노총의 위기와 과제’를 다룬 1부보다 2부 ‘내부에서 보는 민주노총의 위기와 과제’에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바깥에서의 시각이야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확인하고 파악할 수 있었던 것.그보다는 2부에 등장하는 정파들의 의견차이가 정말 그렇게 진저리날 정도로 나는지,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자기 혁신을 위해 정파의 해산을 선언할 수 있을 정도의 절박한 상황인식을 갖고 있는지,지역본부와 산별연맹 활동가들은 얼마나 민주노총의 위기에 고민하고 제대로 성찰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 12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혁신 대토론회’에서 김민영(오른쪽)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성폭력 파문 이후 불거진 민주노총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암이 자라 사망할 위기’그게 다는 아닌데 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오후 3시52분 송고한 기사를 보니 미리 제작돼 배포된 자료집에 철저히 의존했다.2부의 의견그룹 섹션은 모두 5명의 패널들이 발제문을 자료집에 담은 반면,지역본부와 산별연맹 섹션에 참여한 패널들은 단 한 명만이 발제문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를 받아 쓰는 보수 신문 역시 자료집에 실린 내용만을 옮기는 데 그칠 것 같다.이날 회의실 출입문에는 ‘조중동 아웃’이란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초유의 토론회를 둘러싸고 민주노총의 진의와 고민을 외면한 채 ‘너네 망해버려라’는 식으로 저주를 퍼부은 기사는 조중동이나 이미 12일자에서 신랄한 저주를 퍼부은 문화일보에서 충분히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정파그룹 중 하나인 노동전선의 정윤광 정책위원장의 말 “암이 자라 사망할 위기에 놓여있다.”를 앞뒤 맥락 빼고 대문짝 만하게 제목을 뽑은 문화일보가 그랬다.  물론 그는 이런 진단 끝에 민주노총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살려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노총 사무총국의 인력 3분의 1를 하방(下放)시켜 3년 내내 현장에서 일반 조합원과 함께하게 하고 3분의 1은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투입하고 3분의 1로 조직된 노동자 사업을 맡게 하자는 주장 같은 것에 그들이 관심을 기울릴 리 없다.  역시 정파그룹인 현장실천연대의 이재현 의장이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약화시킨 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된 “정파그룹들 스스로 해산할 용의가 없는지 돌아보고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애당초 관심이 없다.최대 정파그룹인 전진의 한석호 집행위원이 “고만고만한 정파끼리 도토리 키재기만 하고 있을 거냐.”며 “민주노총이 자본의 공세라는 쓰나미에 휩쓸릴 때 비빌 언덕 하나라도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 조직 사업에 민주노총 예산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에 고개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성폭력 파문에 총사퇴한 지도부 중 한 명인 허영구 전 부위원장이 청중 토론에 어렵게 마지막 기회를 얻어 “민주노총이 다 죽어가는 상황인 것은 어느 정도 맞다.”며 “지금 민주노총은 리모델링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 집을 짓는 게 맞다.노동운동을 노동조합 중심으로만 끌고 가려는 생각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여러 의미로 주목된다.민주노총 간판 대신 새로운 간판을 바꿔 달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발간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를 훑어보았는데 “사실관계가 너무 잘못된 것이 많았다.”며 “이처럼 수준 낮은 집단이 엉터리로 책을 만든 것에 오히려 감사한다.이번 기회에 뉴라이트를 상대로 못된 버릇을 고쳐 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저 역시 노동관료였습니다”  이어 지역본부와 산하연맹 섹션에선 원래 예정됐던 6명 가운데 2명이 불참했다.김정대 광주지역본부 정책선전국장은 지역단위에 대한 중앙의 지원이 너무 미약해 조직 꾸려나가기가 매우 힘들다는 호소를 했다.박승희 서울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정파 갈등과 중앙본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투쟁이나 조직에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이날 혁신 토론회의 출발점이었던 성폭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 안팎의 고민이 투철하게 있어왔는가를 따져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모두 혁신을 얘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숱한 과제들도 해내기 어려운 게 지역본부 실정”이라며 “나도 우리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노동관료’ 였다.”고 고백했다.그리고 이 고백을 넓혀나가는 한편,촛불시위에서 확인됐던 자발성의 교훈을 왜 우리 노동운동에 접목할 수 없는지를 고민할 때라고 갈파했다.  박준석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안에서도 선봉 조직인 금속노조 조차 투쟁의 동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중앙조직을 슬림화하고 예산과 인력을 지역본부나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에게 쏟아부어야 할 때”라고 구체적 실천과제를 정리했다.그리고 민주노총은 진보운동의 중심으로서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역할 분담을 모색할 때가 아닌가 라고 짚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수석부위원장은 “현장이 운동의 어머니”라며 “우리가 (정말 운동에 도움이 되는) 어머니 잔소리를 듣기 싫어한 것이 위기를 부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그는 현장으로부터 이탈되어가는 노동조합의 모습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 가장 큰 혁신 과제라고 짚었다.현대중공업이 자본에 포획되도록 방치하고 이를 어떻게 처리하지 못한 채 놔둔 것이나 인천지하철노조가 수년간 맹비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활동가들의 말만 믿고 놔둔 것도 민주노총 지도력의 공백을 불러왔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또 제대로 산별노조 건설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다른 길을 찾느냐며 다수는 소수를 포용하는 한편,소수는 자기의 입장을 충분히 표명한 뒤 조직의 결정에 따르는 민주집중제의 원칙을 철저히 이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임성규 비대위원장 “정파를 모두 내놓으라”  긴 토론이 끝자락에 이르렀다.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몇십 명으로 줄어든 청중은 주례사 같은 총평을 기대했건만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오늘 많은 분들이 좋은 의견을 많이 내놓으셨지만 말만 늘어놓고 책자 내고 꽁무니를 뺄 가능성이 높다.”고 찬물을 끼얹었다.민주노총의 문제점에 책임이 없지 않은 정파 그룹들이 작금의 상황을 불러온 책임을 자각해 제 팔뚝을 자르겠다고 팔뚝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제가 혁신의 칼을 쥐려면 각 정파그룹들이 팔뚝을 내밀지 않는데 어떻게 칼질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임 비대위원장은 13일 마감되는 보궐선거에 어떤 정파도 난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쳐 후보를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 출마를 권하고 있다며 자신이 출마한다면 지금까지 위원장을 했던 모든 이들이 부위원장으로서 자신과 힘을 합쳐 일하는 조건으로만 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정면대결해 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이런 상황인식은 없다고 지적했다.2010년만 돼도 권력 누수가 생기고 각종 선거가 잇따라 무지막지한 이명박 정부도 노동자에 유화적인 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또 노동운동 내의 실리주의 풍토가 있어 정부와 제대로 된 싸움을 벌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평을 마무리하며 “모두가 정파를 내놓아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본부를 빠져나오자 밤 8시가 넘었는데도 금세 비라도 뿌릴 것 같은 영등포로터리에는 여전히 적잖은 자동차들이 신호 대기 중이었다.민주노총에 파란 불은 언제 켜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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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텐도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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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지지 정연수

'노사화합선언' 민주노총 안에 너 있다

[기자의눈] 민주노총 도덕성 위기 때 보수노동계 목소리 강해져

정문교 기자 moon1917@jinbo.net / 2009년03월03일 14시55분

많은 언론이 지난달 18일 경주의 한 콘도에서 열린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수련회를 주목했다. 오종쇄 현중노조 위원장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임금협상을 조기에 마치겠다”고 말했다. 교섭권을 회사에 위임하는 ‘무교섭’방침이었다.

대의원 수련회를 마친 현중노조는 지난달 23일 현대중공업 사내 체육관에서 조합원 8천여 명이 모여 ‘2009년 임금요구 기조설명회’를 열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선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이수영 경총 회장, 이영희 노동부장관 등이 참석해 ‘노사민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대다수 언론은 서울 도심에서 열린 ‘노사정 화합선언’보다 제조업이 밀집한 울산의 ‘노사 화합선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  현대중공업노조 '2009년 임금요구 기조설명회' 모습 [출처: 울산노동뉴스]

"교섭권 위임, 갑작스런 행보"

현중 노조의 일부 조합원들은 오종쇄 위원장의 ‘2009년 임금요구 기조설명회’장에서 교섭권 위임에 반발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의원과 조합원 손에 밖으로 쫓겨났다. 쫓겨난 조합원 중 한 명인 A씨는 오종쇄 위원장의 갑작스런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2월초 소식지에서 회사가 작년에 2조 원 이상의 흑자를 냈다고 했어요. 3월에 회사 창립기념일이 있고 그 전에 주주총회가 열려요. 이런 맥락으로 봤을 때 노조가 흑자 얘기를 꺼낸 건 추가성과금을 타내겠다는 의지로 보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근데 보름도 안 지나 위원장이 대의원수련회에서 교섭권 위임카드를 꺼낸 거예요. 대의원수련회 전에 권용목 전 위원장(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 장례위원으로 오종쇄 위원장이 일했어요. 그 자리에 정계, 재계 인사들이 많이 왔는데 그 자리에서 어떤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까지 아무 이야기도 없다가 나온 갑작스런 발표라...”

오종쇄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 장례에서 호상을 맡았다. 장례위원장은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 맡았고 고문으론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 서경석 목사, 박홍 신부 등이 함께했다. 정몽준, 신지호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오종쇄 위원장의 파격 발언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이었다.

故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는 “변화된 노동환경에서 80년대식 노동운동은 안 된다”며 민주노총을 강하게 비판하며 2006년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을 창립했고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다.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을 창립하기 전 그는 87년 노동자투쟁의 도화선이 된 현대엔진(이후 현대중공업으로 합병)노동조합 초대 위원장과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다.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현중노조 지지

지난달 23일 현중노조 소식지에는 “새로운 노동운동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 발 앞서가는 현중노조에 큰 박수를 보낸다”는 정연수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의 지지선언이 실렸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달 9일 도시철도노조, SH공사노조 등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과 함께 ‘노사정 화합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작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였지만 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돼 김영후 위원장을 비롯한 15대 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얼마전 16대 위원장으로 정연수씨를 뽑았다.

▲  2008년 11월 서울지하철노조 파업 당시 /참세상 자료사진

정연수 씨는 14대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 됐다. 정 위원장은 14대 노조위원장이었던 2007년 대선 투표일 3일 전인 12월 16일 오종쇄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 故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 등과 함께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정연수 위원장은 전 배일도 전 위원장(전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비슷한 노선으로 노조를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일도 전 위원장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노조위원장을 맡았고 2000년 서울지하철노조 최초의 무파업선언을 했다. 배씨는 故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와 마찬가지로 서울지하철노조 초대 위원장이었고, 전해투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전노협 시절 민주노조운동을 이끌었다. 배씨는 노조위원장 임기를 마친 다음해인 2004년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2006년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출범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어지는 '노사화합', 비정규직의 눈물 얼마나 닦을 지

언론은 올해 현중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처럼 '노사화합선언'을 한 노사를 일제히 큰 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소속의 영진약품노동조합도 단체협상을 유보하는 '노사화합선언'을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SK노동조합 STX팬오션 해상노조 등도 영진약품노조와 비슷한 '노사화합선언'을 3일 발표했다. 이들 중에는 새롭게 '노사화합선언'에 참여한 노사가 있는가하면 몇 년째 이어진 곳도 있다.

이들 노사가 '노사화합선언'을 하면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건 일자리 지키기다. 경제위기에 노동조합이 임금 및 후생복지 등을 양보해 회사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켜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단체협상을 유보한 영진약품 노사는 지난 2004년 80여 명이 명예퇴직을 합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흑자로 돌아섰지만 명예퇴직자가 회사에 복귀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종쇄 위원장은 지난 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80년대의 파업은 노동자가 박봉과 장시간노동에 억압적 분위기에 시달렸기 때문에 국민이 불편을 감내해 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대중은 없고 이념만 남아있다"고 투쟁중심의 민주노총을 비판했다. 그리고 "더디 가더라도 비정규직의 근로환경 개선에 정규직이 나서야한다"고 했다. 노동계도 정치권도 모두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뉴라이트신노동연합도 비슷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노조와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중심에는 정규직노조 전, 현직 명망가가 있다. 물론 정규직만으로 구성돼 있다고 비정규직의 근로환경 개선을 등한시 한다고 잘라 말할 수 없다.

▲  홈에버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 500일을 맞아 찍은 손도장 /참세상 자료사진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나서야 투쟁을 통해서건 화합을 통해서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다. 강성노조, 귀족노조로 낙인찍힌 현대차의 경우 비정규직노조가 생기면서 다소나마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이 향상됐다. 1년 넘게 투쟁해 복직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이랜드일반노동조합에서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으로 변경), '비정규직이 손을 놓지 않는 한 함께 하겠다'며 정규직 지도부의 대량해고를 감수하면서 비정규직 복직을 이뤄낸 뉴코아노조의 모습을 '노사화합선언'을 쏟아내는 이들이 얼마나 참고할 지도 미지수다.

민주노총 위기때, 보수 노동계 힘 얻어

금속노조는 지난달 27일 긴급 선전물을 통해 "안전화 하나 바꿀 힘이 없는 노조에 민주노조운동을 팔아먹은 떡값은 지불되지만 그 대가는 '노예의 삶'이다. 경제위기가 지속되면 힘없는 노조가 고용을 지켜낼 리가 만무하다"고 현중노조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비판에 앞서 민주노총이 얼마나 힘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토요일 3만 명이 모인 노동자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지만 민주노총은 '성폭력 사건'으로 내홍을 겪은 뒤 비상대책위 체제로 운영중이다.

▲  2월 28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모습 /참세상 자료사진

뉴라이트신노동연합은 민주노총이 2005년 한해를 기아차 채용비리, 현대차 채용비리,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다음 해인 2006년에 출범했다. 현대차 신노동연합회가 출범하고 현대차노조의 파업을 공개 비판했던 2006년 말과 2007년 초도 현대차노조 기념품 비리, 이헌구 전 현대차노조 위원장 금품수수 사건이 터진 직후였다. 민주노총이 도덕성으로 흔들릴 때마다 보수 노동계는 큰 힘을 얻었다.

지난달 23일 같은 날 나온 '노사민정 합의문'보다 현중노조의 교섭권 위임이 더 주목받는 건 '선언'이 아닌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 현중노조를 비판하고, 그 비판이 대중적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행동이 필요하다.

경제위기는 다가왔고 한 곳에는 '노사화합'을 한 곳에서는 '노조로 뭉치자'고 한다. 누가 더 많은 설득력과 지지를 얻을지는 '행동'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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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상생 앞잡이

[밀리언 잡]

(下) 노조 고비용 구조를 깨라 ● '투쟁보다 실용'택한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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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 합의 민주노총 성명

[성명]노동자에게는 고통전담강요, 기업에는 지원만, 정부에는 면죄부만 주는 경제파탄 노사민정 합의 반대한다

경총과 한국노총이 중심이 된 노사민정 비상대책위가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내용의 핵심은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노동자의 파업자제와 임금동결 및 삭감이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이 아니라 위기를 파탄으로 내몰겠다는 경제파탄 합의다. 이명박정부가 내놓고 있는 부자정책의 동어반복이고 부록에 불과하다. 일자리 나누기는 없고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만 나열하고 있다. 이는 처음부터 예견된 내용이다. 전체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구성된 노사민정은 노동자 고통전담을 위해 기만적 선전문구만 조율하는데 그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최저임금노동자의 임금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경총과 이명박정부와 정책연대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야합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노사민정 합의는 대표성도 없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추상적인 내용에다 노동자의 고통전담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판단하며, 그 어떤 내용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다. 따라서 경제위기극복은 과거 방식처럼 수출만으로 극복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내수경제를 살려내지 않으면 경제위기가 파탄으로 갈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때문에 노동자의 소득을 개선시켜 소비능력향상으로 내수경제 진작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나누기는 일방적인 임금삭감이 아니라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진행되어야 하며 총노동비용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노사정이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문은 노동자의 임금삭감에 모든 대책이 집중되고 있을 뿐 정부와 사용자 측의 책임과 역할은 없다.

합의문은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유지 및 나누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노동자의 임금동결 .반납, 절감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고통전담만 있고 사측은 임금삭감에 덧붙여 오히려 세제지원을 받고 각종 정책자금 지원 등 경영, 금융상 각종 지원사업의 우대를 받게 되어 있으며 심지어 법정 기준 미만의 휴업수당 지급도 허용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의 고통분담이 공정히 이루어지려면 우선 일자리 유지 및 나누기는 노동시간 단축이 중심이 되고 단축된 임금삭감분에 대한 공정한 노사정의 분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노동자에게 고통만 전담시키고 기업에는 각종 지원책을 주는 일방적 조치에 불과하다. 특히 2008년 9월 10대 그룹의 유보율만 해도 787.13%, 총 194조에 이르고 있으며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만도 42조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곳간을 여는 고통분담 없는 희대의 사기적 합의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고용유지에 대한 적극적 지원대책을 추진하는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며, 재벌의 곳간 -수백조에 이르는 잉여금- 을 여는 기업의 고통분담을 적극 요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합의가 정부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이명박 정부는 파산한 신자유주의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을 전면으로 밀고 나가 지금도 최저임금 삭감, 비정규직법 개악 등 온통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고 위기 시기에 내수를 오히려 더욱 침체시키는 개악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대책은 온통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기 위한 삽질 투자에 6개월에 지나지 않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일자리 나누기,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는 ▲ 최저임금법․비정규법 개악 중단 ▲ 한반도 대운하 등 삽질 중단,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가 아닌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비정규법 이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중단은 전혀 없고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떤 일자리로 창출할 것인지도 전혀 없는 이번 합의는 정부에게 오히려 비정규, 최저임금 개악안 처리를 위한 면죄부를 주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합의는 우리 노사관계의 핵심당사자인 민주노총을 제외하고 일방적 탄압과 배제로만 일관하는 등 노사의 대표성에서도 원천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미 지난 1월의 실질실업자만도 346만명에 달하고 있는 등 일자리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의 합의는 결코 고용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엉터리 합의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극복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적극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이번 3월 추경예산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야4당과 연계하여 일자리 대책과 추경예산확보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9.2.2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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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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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파업鐵` 서울메트로 노조의 대변신



◆ 2004년 7월 파업 교통대란

= 2004년 7월 서울메트로 노조는 2% 임금 인상, 주5일제 실시를 위한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사흘 동안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 지하철에 비해 역(驛)당 근무 인원이 2배 이상에 달한다는 비판에도 노조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강행했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과 맞물려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대체인력으로 군 인력까지 동원됐지만 지하철 운행이 파행을 빚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매년 노사분규와 파업 반복으로 서울지하철은 '파업철'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시민을 골탕먹였다.

◆ 2009년 2월 파업대신 봉사

= 지난달 23일 서울시 용답동 지하철 군자차량기지 내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실.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과 11명의 중앙집행위원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으로부터 3월 7일 열리는 운수노동자결의대회에 20% 차출을 통보받고 대책회의를 벌였다. 불참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대회 안건이 용산 철거민, 전교조 일제고사 거부 문제 등 자신들과 동떨어진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달 18일 노조 간부들이 노숙자가 밀집한 서울역에서 급식봉사활동을 나갔다. 또 조합비를 털어 양말도 구입해 나눠줬다.

해마다 시민의 발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해 오던 서울메트로 노조가 확 달라졌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민주노총 중에서도 강성인 공공연맹 산하 주요 사업장이다. 급진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는 임성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도 이곳 출신이다. 당연히 노사분규는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다.

◆ '이랬던' 서울메트로 노조

= 과거 서울메트로 노조의 행태는 잘못된 노조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강성노조가 바람막이를 하면서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체육행사, 음주나 취침 행위까지 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차량지부의 경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1만1126명이 근무 중 불법적으로 상급노조집회 등에 참석했다. 근무 중 사무실과 작업장 등에서 음주행위는 적발된 것만 2003년 이후 87건이다.

수당을 타기 위해 돌아가면서 병가를 내기도 했다. 휴일 대체근무시 수당을 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 최근 5년간 승무 분야 1인당 병가일수는 무려 16.6일에 달한다. 이에 비해 본사는 2일에 불과하다. 수서차량기지 한 노조원은 2007년 한 해 동안만 26회의 병가를 내 1300만원의 대체근무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년 노사분규(24회)와 파업(10회)을 반복해 시민들을 골탕 먹였다.

◆ '이렇게' 바뀌었다

= 이러던 메트로 노조가 지난 2월 9일 서울시와 노사 화합ㆍ평화선언을 했다. 노조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는 "대립과 갈등의 노사문화를 청산하고 경영효율화와 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의 파업 동참 요구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시민의 발을 담보하기 때문에 정치적 파업에 참여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게 불참 이유다. 지난달 28일 언론악법을 철폐하자며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열었던 전국노동자대회에도 그래서 참석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에서 경고장을 보내고 있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가을에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해주는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마라톤대회가 그것. 5억원에 달하는 대회 준비 비용 일부는 실비참가비(1만원)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노사체육기금ㆍ협찬금 등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정연수 노조위원장이 앞장서 궤도노조, 현대중공업, 전국 공기업, 서울시 공무원 등의 노조를 돌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노조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강연도 실시하고 있다. 대시민ㆍ국민 서비스를 외치고 있는 서울메트로 노조, 앞으로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민주노총 다른 사업장에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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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펌]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알 수 없게된 사람들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알 수 없게된 사람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최현정 지금,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느끼고 있는지 잘 알아차리고 계십니까? 어떤 경우에는 너무나 명확하여 쉽게 알아차리고 그 원하는 바를 해소할 수 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문제는커녕 무엇을 원하고 느끼는지조차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사람에게 경험이 쌓여가고 인생이라는 것이 점점 더 복잡한 의미로 얽혀갈수록,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왜 우리는 우리가 무얼 느끼고 원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눈앞에 떡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저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도 납니다. 맛있게 먹습니다. 배가 고팠던 것이군요. 두 번째 상황입니다. 떡이 있고, 며칠 동안 애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떡을 천천히 씹으면서 지루한 느낌이 들고, 떡을 아무리 많이 씹어 삼켜도 허기짐이 줄지 않는 느낌에 슬픕니다. 배가 고팠던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세 번째 상황입니다. 떡이 있고, 며칠 동안 애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으며,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보기로 한 친구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를 떡을 점점 격하게 씹고 있습니다. 나는 정말로 배가 고팠던 것일까요? 해결되지 못한 소망은 고스란히 남아 마음을 침식시킨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인생의 그 떡을 그저 먹어버리고 맙니다. 왜 떡을 원했는지, 왜 먹었는지, 잘 모르고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배가 고파서 먹은 것이라면 다행입니다. 배고파서 떡을 먹었다면 탈이 날 일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떡의 맛을 느끼면서 먹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친구를 향한 화 때문이었다면, 혹시 친밀한 관계에 대한 불안이나 공허감이었다면, 아마 떡을 먹다가 체할지도 모릅니다. ‘먹고 싶다’ 아래 놓인 진짜 욕구나 소망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화나, 불안이나, 공허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텐데요. 물론 불안이나 공허감은 너무나 지독한 감정이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고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애쓰면서 차라리 떡을 꿀꺽꿀꺽 먹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저 떡을 먹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떡만 먹기 때문에 우리의 불안과 공허감은 끝내 보살핌 받을 수가 없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려 할 때, 그 동기는 참으로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여러 맥락과 이유가 놓여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 맥락과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면 우리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힘들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이를 허투루 다루기 십상입니다. 물론 때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았는데 해결하는데 필요한 용기나 방법이 부족하여 해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해결되지 못한 소망은 해결될 때까지 우리 안에 남아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가로막고 마음을 침식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욕구를 가리는 행위는 어디서 비롯된 습관일까 아이들은 무엇을 원하고 느끼는지 참 잘 압니다. 아주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지요. 천사 같은 모습은 그런 데서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른이 될수록 점점 무얼 원하는지, 무얼 느끼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워지지요. 물론 처음부터 느끼고 인식하기 어려워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는 자라온 환경이나 인생의 큰 사건에 따라 그 능력이 변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욕구를 표현했다가 혼이 났을 수도 있고, 욕구 실현이 금기되는 환경에서 자랐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환경에서 자라, 자기 욕구를 인식하고 우선시하는 법을 아예 익히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자기 욕구를 중시하지 않는 누군가로부터 그런 삶의 방식을 배웠을 수도 있고, 욕구를 드러내었다가 처벌받은 어떤 경험으로 인해 ‘욕구를 알아차리면 안 되는 법’을 익히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기 욕구를 차단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인생에서 어떤 경험이 반복되면서, 혹은 어떤 특별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특정한 방식으로 자기 내면의 욕구를 가로막는 습관을 키우게 되는 것이지요. 왜 욕구를 가리게 되는 것일까요? 욕구를 가리는 행위란 매우 강력한 어떤 위협이나 불안, 혹은 깊은 상실감을 피하고 감당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작동하는 마음의 방패막이자 보호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방어’라고 설명합니다. 방어란 ‘정신분석’이라는 심리학 학파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정신분석을 만든 프로이트라는 사람이 이러한 특정 심리적 작동기제를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군사 개념을 통해서 마음의 기제를 은유하기 좋아했던 프로이트가 이러한 작동법을 일컬어 ‘방어기제’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왜 방어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면을 이해하는 일 방어기제는 아주 어렸을 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고, 그런 방식이 아주 유용했던 터라 계속 그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서 성격으로 굳어갑니다. 어떤 경우에서이든 특정 방어가 우리의 성격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그 당시 그 방어가 필요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나 충격적인 상황이 사라진 이후에도 방어가 지속되면서, 내면의 두려움은 점점 방치되고, 우리는 내면의 진실한 욕구를 들여다보지 못한 채 타인과 진정으로 만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방어적’일 때, 우리는 그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습니다. 급기야 매우 왜곡된 방식으로 자기 내면의 어려움을 종식시키려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이를테면 조스트라는 심리학자는, 우리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외면하기 위해서 경제성장이나 부의 축적에 골몰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퀴블러-로스라는 정신의학자는, 몇몇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홀대하거나 지나치게 냉정하게 대하는 이유에는 의료진 마음 안에 죽음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지요. 물질적 풍요에 골몰하거나, 냉정함으로 무장하는 것은 두려움에 대한 우리의 방어기제가 발현된 모습 중 하나입니다. 왜 그런 방어가 생기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그의 방어 이면에 놓인 깊은 내면과 만날 기회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두려움이나 불안, 상실감을 피하고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스스로를 방어하고 계십니까. 방어하는 것도 능력이겠거니와, 왜 방어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두려운 나머지 방어하고자 애쓰고, 그 대가로 수많은 희생을 치르게 되기도 하며, 진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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