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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19일차

오늘 새벽에 위원장이 돌아왔다. 자세한 요지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대강 어떤 식으로 돌아갔는지 알만도 했다.
잠을 제대로 자기가 힘들어서 박스를 여러겹 깔고 박스테이프로 박스를 이어붙였다. 어제 동생이 와서 옷가지와 세면도구들을 준 것이 다행이었다. 적어도 발은 씻고 잘 수 있었으니까.

다음날, 위원장은 우리에게 교섭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해주고 있을 때 급하게 일어나서 이야기를 들었다.

교섭은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두 가지를 얻었다. 웃기는 건 얻었다고도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건 당연히 해야 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첫 번째는 단체교섭을 지키려 해보겠다는 당연한 이야기, 두 번째는 부당해고로 판결난 14명 중 10명 복직시키겠다는 것.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사기질도 이런 사기질이 없다는 생각이다.

자, 생각을 해보자,
정말 이걸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부나 사측이나 가장 좋은 그림이 뭘까.

교섭을 했는데 교섭 중에 노조가 거부해서 결렬이 되고 그럼 노조가 이렇게 했다. 노조가 민폐를 끼치고 있다, 그러니까 공권력 투입을 한다, 라고 여론몰이를 해서 정당성 얻고 공권력 투입하고 이 농성장에서 노조원들 몰아내는 것.

까지가 딱 좋은 그림이다. 이 쪽에서 아무런 폭력행위도,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진입해서 잡아간다면 그걸로 끝인 셈이니까. 그럼 그 이후에도 모든 부정적 이미지는 노조가 뒤집어 쓸 것이고, 노조를 영원히 몰아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누가 그 속셈을 모를까봐 교섭을 하는 24시간 동안, 그들은 그 속셈을 정말 뻔뻔스럽게도 아예 얼굴에 깔고 모든 것을 진행했다. 계속 급하다고 농성 풀라고 재촉을 해대고, 내놓은 의견들은 논리적으로 충분히 까댈 수 있을 만큼 허접하기 짝이 없고.

그 중에서도 세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 모든 조건은 똑같았지만 위에서 말한 단체교섭을 지키는 내용 중에 3개월 이상 18개월 미만 된 직원에 대한 내용, 이건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일할 만한 사정이 되지 않아서 그만두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라는 것. 그 기간의 이직률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비율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그러나 이 인간들은 그걸 우리가 18개월 이상 정규직화를 주장한다고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두 번째, 사측은 노조측과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전에 기자회견에서 그 부당해고한 10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복직을 시켜주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직도 500명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을뿐더러, 그 10명을 복직시켜줄 수 있는 이유가 구제신청을 한 사람에 한해서 해주겠다는 것. 전체 14명 중에 4명은 구제신청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 있는 거 뻔히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손해배상이나 수많은 고소고발에 대한 조치는 풀어주겠다는 보장 따위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세 번째, 24시간동안 교섭하면서 피곤해진 노사양측이 7월 18일 오늘 7시로 교섭을 미뤘는데, 그걸 정하고 잠깐 정회를 하고 있는 그 틈에 정부 측이 나서서 이 협상은 결렬되었다고 말하고 오후 2시까지 농성장을 나오지 않으면 공권력 투입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교섭장 옆에서, 그것도 7시에 다시 교섭하자고 한 거 뻔히 들었으면서, 이딴 짓을 한다. 정부, 또라이도 이런 생또라이들이 없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기자가 물었다.
“부당해고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우를 하실 겁니까?”
라고 사측에 물었을 때,

“저희는 부당해고 한 적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작태. 그럼 지방노동청에서 부당해고 승인 받은 사람들은 유령이냐.

왜 이렇게 더 싸우라고 독려를 하는 걸까. 왜 이렇게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떠한 성실성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속보이는 짓과 언론플레이에만 매달리는 걸까. 지금까지 입은 손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돈이 많아서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노조를 말려 죽이려고 하는 걸까.

달라진 것도 없고, 나아진 것은 아주 당연한 것들을 해보겠다는 말 뿐.

마음 속이 갑갑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도대체 이런 바보들을 상대로 언제까지 시간낭비를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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