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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홈에버 투쟁, 다시 시작이다

결국, 우리 박지성이에게 이런 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경찰님들은 들어오시고야 말았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밖으로 나가 있으라는 말을 듣고 전날 19일 11시께 나갔다. 밖에서 분회를 잘 챙기고 조직을 하라는 분회장의 말도 있었거니와, 위원장도 나가라는 말을 했다.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바깥의 아주머님들도 이런저런 정리가 안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결국 나갔다.

집에 와보니 어머니는 동생과 함께 태국에 관광을 가셨다. 전부터 별러왔던 건데 내가 나가서 이런 일 하고 있다고 안 갈 순 없지. 아버지 혼자서 마루를 지키고 계셨다.
"공권력 투입한다던데."
"예, 할 것 같아요."
"그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아버지 앞에서 버릇없이 욕지기를 두번이나 쏟아내 버렸다. 조심해야지.

다음날 아침에 그 뉴스 속보의 글자들을 보고 나서도 한참을 화가 나고 분하고 그런 마음에 떨어야 했다. 이것은 결국 자신들의 정당성을 내팽개치고라도 돈을 쫒아가겠다고 확고하게 선포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냐, 그래. 이것이 내가 믿어왔던 대한민국이었구나. 이것이 그래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의 정신이 살아있고 서로 웃어가면서 힘을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던 거구나.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원래 이런 세상이었구나.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것을 밀어낼 수가 없었다.

내 개인적인 일로 오늘 가양점 선전전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홈에버 웃대가리들은 어찌나 친절하신지 우리가 종이만 전달하러 가도 고객분들 심려 끼칠까봐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라고 고객들 나가지도 못하게 셔터문 내리는 짓을 서슴지 않는데, 뭐 아니나 다를까. 울산점에서도 소식이 들려왔다.

하루종일 인상만 쓰고 다닌 날 같았다. 무엇을 먹어도, 무엇을 들어도, 너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세상이 흔들리고 땅이 흔들렸다. 너무 화가 났다.

화를 추스를 때쯤, 다른 시작을 생각해야 했다. 그러려면 다 쏟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다음 아고라에서 말싸움을 시작했다. 그렇게 지독하게 말을 하던 한 님은 결국 내 이야기를 이해해 주셨다. 우리가 이용당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셨다. 우리는 이용당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아직도 교섭의 주체는 우리 이랜드일반노조이며, 아직도 지도부는 살아남아있다. 지도부를 다 잡아가봐라. 조합원들은 충분히 아직도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다.

다시 오마이뉴스에 와서 동영상을 보았다.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나와 함께 웃고 있던 사람들이 울고 었다.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억울함과 분함을 모르는 체 하면서, 행여 자기가 다칠까봐 철갑을 두른 인간들이 하나씩, 사람들을 끌어내고 있었다. 동영상을 마저 볼 수가 없었다.

다시, 시작이다. 이미 날짜는 바뀌었다. 아직도 선전전이 남아있고 사측이 직장폐쇄하게 만들 힘은 남아있다. 우리는 우리의 힘을 다한다. 아직 선전전을 꾸릴 동지들도 남아있고, 싸움도 멈추지 않았다. 교섭의 주체를 없애면, 이야기가 안될 줄 알았던가.

이 이야기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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