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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홈에버 상암점 점거투쟁 20일차

이렇게까지 가겠나 싶었는데 어느새 20일을 넘겼다. 경찰의 봉쇄 때문에 집에 들러본지도 1주일이 넘어간다. 물론 나갈 수야 있다. 나가서 다른 분들과 합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식들은 더욱 흉흉하게 들려오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교섭을 마치고 와서 위원장이 보고한 내용은 아니나다를까였다. 사측은 이야기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최종확인했다. 게다가 전국빈민연합에서 제보한 바로는 이랜드와 계약한 용역깡패회사가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구사대를 할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실 확인도 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사측에 확인해보라고 요구하자, 사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12시까지 협상안되면 결렬로 하겠다고 또 먼저 기자들에게 다 떠벌려놓고, 왜 그랬냐 물었더니 홍보이사는 우리랑 관계없다. 왜 걔가 하는 짓을 말하고 그러냐.

사측은 계속 농성점거 해제만을 고집하며 양보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야기는 전처럼 쳇바퀴를 맴돌았다. 6시간 여를 농성해제 농성해제. 그럼 농성해제하면 손배고소고발 취소해줄거냐 물어봤는데 그건 안돼. 도대체 뭘 양보하고 있나? 회사측은 어떤 생각으로 교섭장에 나와 있는가?

그런 이야기들을 전달받으면서 차라리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었다. 가야 할 길은 대강 정해진 것 같았다.

 

공권력이 으름장을 놨지만 아직 진입의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는듯 하다. 이 앞에 서 있는 의경들은 정말 얼굴에 어린티가 가시지 않은 청년들이다. 왜 이 애꿎은 애들 세금 낭비하면서 뙤약볕에, 비내리는데, 여기 세워놓는가. 명령받는 마포경찰서장이 직접 우리의 위법사항을 지적하고 나서서 전경옷 입고 지 혼자 막으란 말이다.

지침 역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저항한다와 저항하지 않는다로. 개인적인 생각 같아서는 저항하면 안된다고 본다. 평화적 농성은 끝까지 평화적이 되어야 하고, 우리가 농성장을 내어준다 하더라도 투쟁은 끝나지 않았으니, 그 사이에 유혈이나 폭력사태가 있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어차피 그렇게 할 힘도 없는 분들이지만.

그러나. 용역깡패 새끼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이 자식들은 지들이 뭔데 경찰에 얘기하고 나가는 조합원 이름까지 물어보고 신분확인하고 가방까지도 뒤지려 하는 개같은 짓을 서슴지 않는다. 학생을 팬 것만도 모자라서 새벽에는 셔터문 차고 도망가기까지. 인간 이하의 짓들을 하고 있는 새끼들에게 인간 대접을 해주고 싶진 않다. 자고로 개가 자기를 인간인줄로 착각할 때는 그만큼의 대응 방법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노숙자들이 만약 여기에 가세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전에 동생과 전화를 걸었을 때 현실주의자인 동생은 인터넷에서 악플을 다는 인간들의 모든 논리를 들이댔다. 하지만 나는 그냥 단순히, 말했을 뿐이다.
"오빠는 잘못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몸도 안다치고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란 말밖에는 못하겠다."
그리고 이틀 후, 동생에게서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문자가 왔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하루만에 939명이나 공권력투입 반대 서명을 해주셨다.
눈물이 핑 도는 걸 애써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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