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02/23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2/23
    그들의 환희! 그리고 그들의 좌절
    키노-1

그들의 환희! 그리고 그들의 좌절

민주노총 대대가 끝났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민주노총 임원선출을 위한 대의원 모임이 끝이 났다.

어제 민주노총 대대에서 한 일이라고는 강승규 비리로 '억울하게' 물러난

국민파의 재집권을 위해 동원된 대의원들의 면면을 확인하는 일과 전비연추천

부위원장 후보를 낙선시키는 일 그리고 민주노동자의 적인 어용노조가 가진

표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를 확인하는 일 그 세가지였다.

7명을 뽑을 수 있고, 1인 7표제인 선거에서 6인이 당선되는 현상에 대해 분노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러한 일은 '그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자행되던

일이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모 지역위에서 3명의 부위원장을 뽑는 선거에 3명이 출마해

찬반투표가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을 우리'그들'께서 모조리 자파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져 낙선시키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그 후보는 그 지역에서 당을 세우고 키워 온 상징적 인물이었다.

"꼬우면 표를 만들면 되잖아!"
그들의 논리다.

어느 언론에서 표현했듯 국민파의 싹쓸이를 보며 이러저러한 비판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난 번에 이미 지적했다시피 민주노총의 현실이 민주노동당에 그대로 투영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안타까워 하는 이들도 많이 있겠으나 개인적 판단으로

이제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4기지도부가 뭘 그리 잘못했느냐! 우린 그들의 닭짓을 계승하겠다!"고 나선

조준호나 "2기지도부의 사퇴는 통합되지 않은 당원 탓이다!"라며 나선 문성현

이나 기대할 것도 없고 그냥 '열심히 지들끼리 놀도록' 하면 될 일이다.    

어느 당원은 "이제 민주노총 몫인 노동부문 최고위원까지 우파가 파견될

터이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심재옥과 김기수가 안 되었지만...,"라고 말한다.

그것은 허무주의의 극단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좌파의 연대와 상식적 합리주의

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일침이기도 하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이미지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어용노조 위원장인 KT의 지재식이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 포효하는

모습과 그 외침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는 대의원들의 얼굴.
그것이 현재의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전비연 추천의 부위원장이 낙선한 것보다 실은 어용노조를 감싸고 어용노조의

위원장이란 자가 민주노총의 대대에서 설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민주노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바로미터이다.

KT노조에 대해 잘 모르는 이가 있을듯 싶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몇해 전 KT노조의 선거가 있었을때 지금처럼 '사측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고

'민주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조합원들이 선거가 끝난후 샅샅이 파악되기 시작

했다.
그 작업에 노조집행부와 사측이 연대를 했다.
그리고 발견된 조합원들은 거주지에서 한참 떨어진 섬이나 타 시도로 발령이

났다.

그동안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그들은 민주동지회를 꾸리고 얼마 전 선거에서

지역별로 후보를 내고 선거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예견되었다시피 사측의 지원을 받는 후보들이 전원 당선되었다.

지국의 관리직들은 혹여나 자신의 지국에서 '많은 표'가 아니라 '여러 표'가

나올까봐 조합원들을 회유하고 선거기간 내내 감시하였다.

내 사는 지역에서 출마했던 후보는 광역 전체에서 '압도적으로' 낙선하였다.
아예 한표도 얻지 못한 지역이 있었고 해당지역의 관리자는 환호를 하였다,
사측의 관리자가 환호를 하는 선거! 그것이 민주노총 IT연맹 KT노조의 모습이다.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과 하이닉스매그나칩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은 거의 닮은 꼴로 진행되고 있다.

한 쪽의 정규직은 민주노총에 속해 있으되 어용화된 조직으로 비정규직 싸움에

결합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삼았고 결국 투쟁의 깃발을 내리게 만든

공범이고 한 쪽의 정규직은 한국노총에 속해 있으면서 어용노조의 위상에

걸맞는 행보를 걷고 있다.

국민파의 싹쓸이를 뿌듯해 하며 환호하는 이들의 저 편에서 '자랑스런'

민주노총의 현실에 좌절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다.
사실 좌절은 '저들'의 몫이다.

어용노조를 끌어안고 사회적합의를 이마에 아로새기며 통일과업에 맹진할

저들의 실체적 좌절은 멀지 않은 미래의 조건이다.

그러나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목 위로 날아드는 칼날 앞에서 이제 두 손으로 방어해 낼 투쟁력도 상실한

현장으로 뛰어 들어야 한다.
날 선 구호와 원론적 호소로 절대 현장은 변화하지 않는다.

현장의 노동자들 그 가슴에 울림을 전하라!
그것이 '자랑스런' 민주노총의 현실에 상처받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김진숙이든 하종강이든 데려와 조합원들에게 귀를 열게 하라!

지역의 민주노동당에 그나마 쓸만한(?) 노동계급중심성 투철한 진보강사가

있다면 조합원들과 술자리라도 갖게 하라!

정파를 떠나 합리적상식이 우선이고 계급중심성의 회복이 선결과제이다.

노력하지 않으려면 계속 좌절하던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