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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풍속사]독자의 사랑에 보답하다-‘슬램덩크’후일담
[경향신문 2004-12-16 16:57]
지난주, 일본 가나가와 현에 있는 한 폐교가 갑자기 다시 학생들로 붐볐다. 이 동네를 배경으로 한, 만화 작품 한 편을 기리기 위한 이벤트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스포츠 속에서 우정과 성장을 나누던 멋진 학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그 작품은 한국에서도 엄청난 붐을 몰고 온 바 있는 농구만화 <슬램덩크>(이노우에 다케히코). 이번 이벤트는 1억권 판매 돌파를 자축하는 팬서비스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것이었다.
30여권의 시리즈로 단행본 1억권을 돌파한 것은 만화시장이 거대한 일본이라 할지라도 그 사랑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증명해 주는 하나의 척도인 셈이다.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작가가 시작한 첫 번째 작전은 바로 일간지 전면광고였다. 광고비는 작가가 부담했다. 어느 날, 일본의 주요 종합일간지에 주요 캐릭터들이 각각 한 명씩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채우며, 멋진 모습의 스케치로 등장해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통 큰 팬사랑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이었을 뿐. 두 번째 이벤트는 온라인에서 벌어졌다. 주인공들의 농구경기 장면이 펼쳐지고, 관중석에는 관중이 가득하다. 그리고 팬들은 사이트에 등록해서, 자신의 아바타를 관중석에 앉히고 응원메시지를 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북산(쇼호쿠) 고교 농구부 경기의 하이라이트에 직접 가서 응원을 하는 기분을 만끽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벤트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지난주의 폐교 이벤트였다. 폐교에 들어가서, 23개 학급의 칠판에 만화를 그린 것이다. 작품에 등장한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23개의 근은 에피소드로 칠판위에 분필로 그려냈다. 그것도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그 동네에서 말이다. ‘마지막’이라는 이미지, 학교라는 공간, 그리고 나아가 칠판위의 분필 낙서가 가지고 있는 그 자유분방한 에너지까지. 뭐랄까, <슬램덩크>라는 작품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이벤트를 펼친 것이다(공식 사이트에서 제작 동영상을 볼 수 있으며, 만화 내용은 칠판색 그대로 편집한 특별 한정판 엽서세트로 소량 상품화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며칠간의 ‘꿈 같은’ 시간이 흐른 뒤, 칠판을 지우는 마무리까지. 작품 자체의 분위기와 주제의식과도 자연스럽게 일맥상통한다.
만화라는 장르가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필살기라면 바로 독자와의 긴밀한 호흡이다. 이번 슬램덩크 이벤트는 그 점을 명확하게 짚어준 최고의 사례다. ‘1억권 팔렸으니 이런 이벤트도 하지’라고 푸념할 것이 아니라, 이런 이벤트를 할 정도의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에 1억권 팔린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독자들과 작품에 대한 사랑으로 따지자면 10억권이라도 부족할 한 만화 작가의 성의에 박수를 보낸다.
〈김낙호|만화연구가·웹진 ‘두고보자’ 편집위원 (출처:http://bigmasa.jugem.jp)〉
기사제공 : 경향신문
**'수작'은 작가의 실력에서 나오지만
'걸작'은 작가의 실력과 정신에서 나온다.
슬램덩크가 걸작의 반열에 올라서는 이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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