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농사의 기초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농사 용어  

두둑- 고랑- 이랑- 밑거름- 웃거름[追肥]- 파종- 모종- 옮겨심기(이종)- 정식(아주심기)- 가식- 로터리- 흙덮개- 왕겨- 쌀겨(등겨)- 도복- 깻묵- 솎아주기- 포트- 모판- 소출- 상토- 김매기(풀매기)- 북주기- 점파(점뿌림)- 선파(줄뿌림)- 산파(흩어뿌림) 탈고(타작)- 도리깨

밭 만들기  

흙밭 만들기에서 제일 고려해야 할 것은 배수성과 보수성이다. 곧 물이 잘 빠지게 고랑을 파면서도 가물 때를 대비해서 물기를 어느 정도 머금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논의 경우는 보수성이 더 중요하지만 밭은 배수성이 더 중요하다.

배수성을 높게 하는 밭 만들기는 이랑 만들기인데, 여러 작물을 골고루 심는 밭농사는 특히 이랑식 밭 만들기가 중요하다. 이랑이란 두둑과 고랑을 합친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밭을 만드는 것은 바로 배수성을 높게 하기 위해서이다. 배수성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제초를 위해서인데, 고랑이란 기본적으로 물길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오가며 풀을 매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이랑을 만들 때에는 배수성을 일차적으로 고려하여 고랑을 파되, 장마 때 비에 두둑의 흙이 유실되거나 거름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곧 보수성을 배려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비가 올 때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에 직각되게 두둑을 만든다.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으로 두둑을 만들면 두둑의 흙과 거름이 물에 씻겨 내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밭 전체적으로 큰 물길을 위한 고랑은 깊게 파두고, 두둑과 두둑 사이에는 작은 고랑을 파두어 이랑에 고인 물이 큰 고랑으로 흘러가도록 한다.

이랑은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두둑의 폭을 작게 하고(약 30-50cm) 단면으로 볼 때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작물을 한 줄로 심는 이랑이 있고, 두둑의 폭을 대략 1m에서 1m 20cm 정도로 만드는 평이랑이 있다. 작은 폭의 이랑은 특히 배수성이 좋아야 잘 되는 작물을 심는데 고추나 고구마가 대표적이다.(그림-35,36)

그러나 필자는 되도록 평이랑을 권하고자 한다. 이는 되도록 한 번 만든 밭은 매년 로터리를 쳐서 다시 만드는 수고를 덜고 반영구적으로 쓰고자하는 목적에서이다. 대신에 고랑을 깊게(30cm 정도) 파서 흙이 적게 메워지도록 하는 게 요령이다. 물론 배수성을 높이고자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다.


다음으로 밭을 만들 때 중요한 일은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흙이 부드러워야 작물이 뿌리를 잘 내릴 뿐만 아니라, 뿌리에서 열매를 맺는 근채류(고구마, 감자, 홍당무 등)들은 특히나 흙이 부드러워야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흙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흙 속의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힘을 주느라 열매 속에 딱딱한 심이 맺혀지게 된다.

지금은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로터리 치는 것(경운)인데, 필자는 되도록 로터리 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작은 텃밭에서야 기계를 써가면서까지 로터리 치지 않더라도 쇠스랑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만, 이른바 무경운 농법에 따르면 밭을 기계로든 손으로든 갈지 않아도 흙을 충분히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 농약과 제초제로 지은 밭이라면 처음에는 기계로 로터리를 쳐 주는 게 좋다. 그리고 나서는 다음 해부터는 흙에다 거름을 넣어주고 계속 풀이나 볏짚 등으로 덮개를 씌워주면 흙은 절로 부드러워진다. 흙이 거름져서 미생물과 여러 가지 벌레들이 살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흙을 부드럽게 만드는 요령으로는 풀이나 볏짚 등으로 덮개를 씌워 절대 맨 흙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일이다. 아무리 거름을 주었더라도 맨 흙이 공기 중에 드러나게 되면 흙은 굳기 마련이다. 특히 겨울동안 맨 흙으로 있게 되면 눈이 쌓였다 녹고 얼고 마르고 해서 흙은 굳게 된다. 풀이 덮혀 있으면 그것을 서식처로 삼아 각종 미생물과 벌레들이 번성하고, 다음 해에 태어날 알들까지 맺혀 놓아 그야말로 풀은 흙을 살아있는 생태계로 만들어주는 훌륭한 보호막이 되는 것이다.

또한 흙 위의 덮여있는 풀은 다른 풀들의 씨앗이 발아하는 것을 막아주는 훌륭한 제초 역할도 해준다. 풀 속의 풀 씨는 햇빛을 보지 못해 발아하지 못하고 풀 위의 씨앗은 흙을 밟지 못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고 마는 것이다. 덮개용으로 쓰인 풀은 삭아서 좋은 거름이 되는 효과도 갖고 있다.

흙덮개용으로 쓸 수 있는 재료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일 기본적인 것은 흙에서 절로 자라나는 잡초들을 베어서 버리지 않고 흙 위에다 계속 깔아 놓는 것이다. 작은 풀은 뿌리까지 뽑아내서 뿌리가 흙에 닿지 않도록 방금 전에 뽑은 풀 위에다 뿌리부분을 겹쳐서 쌓는 게 요령이다. 뿌리가 흙에 닿으면 다시 풀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풀이 아주 커버려서 뿌리까지 뽑기 어려울 경우는 낫으로 바로 흙 위의 줄기 부분을 베어 깔아놓으면 된다. 잘려진 뿌리는 흙 속에서 좋은 거름이 되는데, 설사 뿌리부분에서 다시 풀이 자라나더라도 이 때쯤 되면 작물이 꽤 큰 상태라 그 정도에는 별로 해를 입지 않는다. 작물에 해가 될 정도로 금방 자라버리면 다시 낫으로 베어 주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다음으로 흙덮개용으로 훌륭한 것은 볏짚과 왕겨, 쌀겨 등 벼농사로 나온 부산물들이다. 볏짚은 다른 잡초들과 달리 섬유질이 질겨 금방 삭지 않고 수명이 오래가는 장점이 있다. 볏짚은 제초를 위한 흙덮개용으로는 제일 질긴 것으로 구하기도 쉽고 효과도 제일 좋다. 풀의 발아를 막기 위해선 흙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는 게 요령이다. 볏짚 정도의 제초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는 갈대가 있는데, 바닷가가 아니면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흠이다.

볍씨의 겉껍질을 벗긴 왕겨는 볏짚 다음으로 제초 효과가 뛰어난 재료인데 낟알로 되어 있어서 볏짚보다는 내구성이 약한 게 흠이다. 볏짚은 논농사 짓는 곳에 가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왕겨는 정미소에 가서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80kg짜리 한가마에 2-3,000원이면 살 수 있다.

쌀겨는 제초효과도 있지만 거름 효과가 더 뛰어난 덮개 재료이다. 쌀겨는 인산과 가리 비료가 풍부하여 질소비료 과다로 인한 작물의 도복(쓰러짐) 현상을 막아 줄 수 있고, 열매를 튼튼하게 맺게 해준다. 또한 쌀겨는 탄소질이 적어 발효 때 유기산이 잘 발생하여 풀씨 발아를 막아준다. 쌀겨 또한 정미소에 가서 구할 수 있는데, 왕겨보다는 1천원 정도 비싸게 살 수 있다. 요즘은 백화점마다 쌀을 직접 찧어 파는 곳이 많아 잘 부탁하면 공짜로도 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덮개용 재료로 뛰어난 것은 산에 풍부한 부엽토이다. 덮개용 목적으로 쓰려면 되도록 낙엽이 많은 윗 부분이 좋고, 거름용으로 쓰려면 많이 발효된 밑 부분이 좋다. 부엽토는 병해충도 적고 풀씨도 적어 아주 깨끗한 재료인데다,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이 아주 풍부한 재료이다. 구하기는 쉬워도 일일이 퍼 오는 것이 번거로운 흠이라면 흠이다.

덮개용을 목적으로 쓴다면 늦가을마다 수북이 쌓이는 도시의 가로수 낙엽도 괜찮을 듯 싶다. 미화환경원들이 낙엽을 쓸어모아 푸대 자루에다 담아 놓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갔다 쓸 수 있다. 물론 산의 것보다는 깨끗지 않은 것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 말고 덮개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 많다. 톱밥이나 대패밥도 좋고(그러나 되도록 본드를 사용한 합판 톱밥은 좋지 않다.), 신문지나 상자용 종이도 좋고, 비료 푸대자루도 좋다.

마지막으로 좋은 밭을 만들려면 좋은 밑거름을 넣어주어야 하는데, 밑거름은 덮개용 재료를 흙 위에 씌우기 전에 주어야 한다. 거름이 햇빛에 노출되면 빛에 질소질 비료가 타버려 비료효과가 떨어진다. 거름은 흙에 섞여 있거나 풀 등 탄소질 재료에 가리워 있어야 미생물들이 제대로 발효시킬 수 있다. 흙과 잘 섞어주면 좋지만 그것이 힘들면 흙에 뿌려주고 덮개용 재료로 잘 덮어두어도 된다.

그럼 거름은 어떻게 만들고 어떤 거름이 좋은지 다음절에서 알아보자.

거름 만들기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 대 질소 비율(탄질비) 조절이 중요하다. 탄소질은 수분이 적은 마른 풀 같은 것에 많고 질소질은 수분이 많은 인분이나 축분, 소변, 음식물찌꺼기 등에 많다. 그래서 퇴비 만들기에서는 수분의 비율이 매우 중요한데, 수분이 40% 이하면 건조하여 발효가 늦어지고 60% 이상이면 습해서 공기의 공급을 방해하여 발효보다는 부패작용이 커지게 된다. 퇴비가 발효가 아니라 부패가 되면 비료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악취도 나고 파리나 구더기 같은 벌레가 끼며 해로운 병해충의 발생을 촉진한다.

탄소질은 미생물에게 서식처와 산소를 제공해주고, 질소질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주기 때문에 둘은 항상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름 만들기의 요령은 물기를 잘 조절해 주는 것에 있는데, 음식물 찌끼나 인분, 축분, 소변 등에는 수분이 많으므로 톱밥이나 대패밥, 볏짚, 왕겨, 재, 부엽토 등으로 물기를 낮춰주고, 낙엽이나 마른 풀 등에는 소변이나 음식 찌끼 등을 섞어주어 물기를 보충해 주는 데 있다. 이런 원리에 따라 거름을 만들 때에는 탄소질이 많은 층과 질소질이 많은 층을 켜켜이 쌓아간다.

퇴비를 이렇게 쌓을 때에는 우선 밑바닥은 공기가 잘 통하도록 마른 풀 등을 깔아주고, 퇴비 더미에 빗물이 침투해 들어가지 않도록 둘레로 홈을 파주거나 조금 높은 곳에다 쌓는다. 그리고 퇴비를 켜켜이 다 쌓은 다음에는 맨 위층에는 또한 탄소질이 많은 풀 등으로 덮고, 위에다 거적이나 불투명 비닐 등을 덮어 햇빛과 빗물의 피해로부터 보호를 해 준다.

거름을 켜켜이 쌓을 때에는 물기 있는 질소질 비료를 많이 쌓더라도 적당히 물을 공급해주는 게 좋은데,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축축한 느낌이 들 정도가 좋다. 이렇게 쌓아두면 더운 여름날에서는 삼주나 한 달 정도면 발효가 되는데, 퇴비더미에 발효열이 60도 정도로 올라 거적을 거둬보면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다. 봄가을에는 한 두 달 정도 겨울철에는 그 이상 지나야 발효가 된다. 발효열은 살균 작용도 하고 퇴비 전체적으로 발효 효과를 골고루 퍼지게 한다. 이 때쯤 되어서 퇴비 더미를 뒤적거려 주는 게 좋은데, 안쪽 것은 바깥 쪽으로 바깥 것은 안쪽으로 섞어준다.(그림-11,12,13)

주말농장과 같이 몇 평되지 않는 조그만 텃밭에선 퇴비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밭 한쪽 귀퉁이에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다 같은 방법으로 쌓는 것도 괜찮다.(구덩이 판 단면 그림) 주말농장이라면 주로 음식물 찌꺼기가 많을 텐데, 탄소질 거름으로 주변의 마른 풀이나 정 구하기 힘들면 집의 신문지를 모아 찢어서 쌓아주면 된다.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한 퇴비 만들기에서는 몇 가지 조심할 것이 있는데, 고기 덩어리나 음식물 국물이 그것이다. 고기 덩어리는 구더기나 파리, 들쥐를 꼬이게 할 수 있어 좋지 않고, 김치 같은 음식물 국물은 염분이 많아 발효를 늦게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고기 덩어리는 잘게 쪼게 넣으면 좋은데, 여의치 않으면 재를 듬뿍 쳐주고, 국물은 가급적 제거하고 넣어준다.

그러나 텃밭농사(주말농사)를 할 사람에게 질소질이 많은 퇴비 재료를 구하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음식물 찌꺼기는 사실 버리기 힘들어 퇴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지 그것으로 양을 충분히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인분과 축분인데 전문 농사꾼이 아니고서는 이 또한 여의치가 않다.

텃밭농사에서 제일 구하기 쉽고 다루기 쉬운 것은 아마 깻묵일 듯하다. 참깨나 들깨를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깻묵은 질소질 비료로는 제일 훌륭한 재료 중에 하나다. 인분이나 축분은 병해충이 꼬일 가능성이 많고, 축분 중에 소똥은 풀씨가 많아 풀을 많이 발생시키고, 돈분이나 계분은 비료 효과가 크지만 오래 쓰면 땅을 산성화시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깻묵은 열을 가한 것이라 일차 살균이 되어 있고, 풀씨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루기도 쉬운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이라면 깻묵 덩어리를 부셔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고, 많은 양을 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 때문에 텃밭농사에서는 오히려 적합할 수 있는 것이다.

깻묵 또한 질소질이 많아 병해충이 낄 수 있기 때문에 앞의 방법대로 발효시키는 것이 좋은데, 일단 뜨거운 열로 처리된 것이라 물기가 없으니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거름을 직접 만들기가 어려운 사람은 발효된 퇴비를 종묘상에서 돈분, 계분과 톱밥을 섞어 충분히 발효시킨 퇴비를 사다 흙에 깔아주는 것도 손쉬운 방법이다. 20kg 짜리 한 푸대에 4,000원 정도 하는데 한 5평에서 10평까지 깔아줄 수 있다.

거름은 다음 해에 쓸 것을 미리 늦가을에 만들어 놓는 게 좋은데, 늦어도 밭 만들기 한 달 전에는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히 숙성된 퇴비를 흙에 깔아 줄 수 있다.

질소질 비료만이 아니라 인산 가리질 비료도 만들어 쓰면 좋다. 인산 가리질 비료는 작물의 목질부를 튼튼히 해주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해주므로 작물이 꽃을 피워 생식성장을 할 때 웃거름으로 주면 좋다. 인산 가리질 비료가 풍부한 것 중 대표적인 것은 쌀겨인데, 질소질 비료를 만들 때처럼 쌀겨와 탄소질의 재료를 켜켜이 쌓는 식으로 만든다. 쌀겨는 굳이 발효시키지 않더라도 직접 작물에 뿌려주는 것도 괜찮다. 작물 주변으로 뿌려두면 풀의 발아도 막아주는 덮개 효과도 있을 뿐만 아니라 삭아서 작물에 필요한 인산 가리질 비료를 공급해 준다. 발효시켜 주는 것보다 속효성은 떨어지지만 덮개 효과도 거둘 수 있어 괜찮은 방법이다.

질소나 인산질 비료 말고 중요한 비료 중에는 미량 요소 비료가 있다. 이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철이나 구리 망간 붕소 같은 무기물 들인데, 아주 미량만 필요한 것인데 그렇다고 이것들이 모자라면 작물이 병해충에 약하고 병이 잘든다. 거름을 정성껏 골고루 만들어 주면 이것들도 다 들어가 있지만 작물의 성장 상태를 보아가며 이것들이 결핍되어 병이 생기면 따로 종묘상에 가서 미량 요소를 사다 뿌려 주면 좋다.

마지막으로 거름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작물이 다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참깨 콩 도라지 같은 경우는 오히려 박토에서 잘자라고, 이 중에 콩은 공기의 질소를 흙 속에 고정시키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콩 뿌리에서 살기 때문에 흙을 거름지게 해주는 고마운 작물 중에 하나다. 그래서 콩 같은 경우는 옛부터 논둑이나 밭둑에다 많이 심었고 따로 콩 밭을 만든다면 거름을 많이 먹는 옥수수 같은 것을 콩 밭 둘레에다 심곤했다.

웃거름에 대해서는 가꾸기 절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씨뿌리기(파종)  

원래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심을 때 꼭 세 알을 심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가 먹고 남은 하나를 사람이 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말하자면 자연의 뭇 생명들과 공생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씨앗이야 사람의 것일지 모르지만 땅 속에 들어가면 벌레나 새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니 많이 심어 함께 공생하는 삶의 지혜를 선택한 것일 듯 싶다.

그런데 새나 벌레가 먹든 안 먹든, 씨앗이 처음 자랄 때는 여럿이 함께 있어야 서로 협동하여 잘 자란다. 나중에 꽤 자랐을 때는 서로 부대껴 솎아주어야 하는데, 솎아준 것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거리로 이용한다.

어쨌든 밭에다 직접 파종할 때는 씨앗을 조금 많이 뿌려주는 게 좋다. 뿌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점파(點播, 점뿌림), 선파(線播, 줄뿌림), 산파(散播, 흩어뿌림)가 그것이다.(그림-14,15,16,17,33,34)

점파는 하나하나 구멍을 파서 심는 방법이고, 선파는 호미로 홈을 줄 긋듯이 파서 죽 심는 방법이고 산파는 말 그대로 흩어 뿌리는 방법이다. 이런 파종 방법은 작물 종류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직파할 것인가 모종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양을 대량으로 할 것인가, 소량만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콩을 심을 때는 점파식으로 해서 세네알 씩 심는 게 좋지만 대량으로 할 경우는 산파를 하여 흙을 뿌려 덮거나 아주 대량이라면 로터리를 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포트에다 모종을 키울 목적으로 심을 때는 당연히 점파를 하지만, 포트가 아닌 모판에다 심을 경우는 선파나 산파를 한다. 선파나 산파를 할 경우는 나중에 솎아줄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종을 한 후 흙을 덮어주는 두께는 항상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덮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흙의 습기 상태에 따라서는 융통성 있게 해 주는 게 요령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되도록 조금 두껍게 심어주는 게 좋다. 얇으면 씨앗이 금방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에다 물을 뿌려주면 좋다. 그러나 뿌리고 나서는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물이 말라버릴 수 있다.

반대로 장마가 져서 흙에 습기가 많으면 얇게 심어주는 게 좋다. 깊게 심으면 수분이 너무 많아 씨앗이 곯거나 삭아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원칙으로 하되 습기 여부에 따라 얇거나 두껍께 덮어주면 되는 것이다.

배추나 상추 같이 씨앗이 너무 작은 것은 비 피해가 우려되므로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직파를 하더라도 비가 오고나서 심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일기예보도 자주 빗나가 하늘의 변화를 쉽게 장담할 수야 없지마는, 어쨌든 씨앗이 작으면 비가 쏟아져 씨앗이 다 공기에 노출되거나 빗물에 튀겨 나가 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날씨 변화를 잘 알아보고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간격을 잘 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작물이 다 자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서 그 포기만큼 띄워야 한다. 참외나 수박 같이 옆으로 넝쿨을 뻗는 것은 사방이 1㎡정도 되게 널찍하게 심고, 벼나 보리 같이 위로 죽 솟는 것은 한 뼘 간격이 좋고, 배추나 무 같이 잎사귀를 널찍하게 늘어뜨리는 것은 4-50cm 정도가 좋고, 고추나 가지 같이 가지를 옆으로 뻗는 것도 4-50cm 정도가 좋다. 반면 줄 간격은 이런 포기 간격에 약 1.5배 정도 띄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편 콩이나 옥수수 같이 곡식류 씨앗은 까치 같은 새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말이야 새의 먹이를 위해 세 알을 심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매나 수리 같은 천적들이 없어 까치 놈들이 극성을 부려 피해가 꽤 심각하다. 이 또한 생태계가 망가지는 바람에 생긴 문제인데, 옛날 조상 농부들의 아름다운 마음마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씨앗을 심어 놓은 밭에 까치 놈들이 나타나면 한 알만 먹는 게 아니라 거의 전멸해 버리곤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일 확실한 것은 비닐 하우스 같은 곳에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모종을 사다 심는 게 제일 좋은데, 번거롭고 돈이 들기도 한데다 옥수수 같은 것은 직파해야 잘 크는 작물이어서 모종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밭 주변에 반짝이 띠를 달아놓아 반사되는 빛으로 새의 접근을 막거나, 씨앗 자체를 목초액에 담가 놓았다가 음지에 말려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숯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하여 받은 액체인 목초액은 그 특유의 불 냄새 때문에 새들이 먹지를 못한다. 그런데 먹지는 않지만 괜히 부리로 쪼아 씨앗을 망치기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꼭 세네 알을 심는 게 좋다. 목초액은 숯가마 있는 곳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양을 적게 팔지 않아 텃밭 농사에서는 불필요하므로 조금 비싸더라도 종묘상에 가서 사는 게 편할 것이다.

모종 키우기  

사실 텃밭이나 주말농사 정도의 소규모에서는 모종을 키우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양도 적기 때문에 오히려 모종을 사다 심는 게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사실 농사의 반은 모 키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농사를 전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왕 농사에 뜻을 갖고 있다면 모종 키우는 것까지 알아야 농사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모종을 키우려면 비닐 하우스 같은 온실이 따로 있을수록 좋지만, 적은 양이라면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 위에다 간이 온실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철이 아니라면 비가림만 되어 있거나 언제나 쉽게 물을 줄 수 있는 곳에서는 모종 키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종을 키우는 목적은 고추 같이 이른 2월이나 3월초부터 파종을 해야 하는 작물의 경우 서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고, 또 씨앗이 작아 빗물 피해를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역시 제일 큰 목적이라 함은 모종을 내어서 옮겨 심으면 소출도 많고 더 튼튼히 크게 하기 위해서다.

모든 작물이 모종을 내야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으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옥수수나 수수나 조나 밭벼나 무 같이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물은 옮겨 심을 때 뿌리를 다칠 수도 있고, 한번 뿌리를 활착하면 그 자리에서 튼튼히 자라야 하기 때문에 옮겨 심는 것은 좋지가 않다.

모종을 키우는 방법은 포트에다 심어 키우는 것이 있고, 맨바닥에 상토를 깔아 모가 자랄 모판을 만들어 키우는 방법이 있다. 포트에다 심는 것은 당연히 점파를 해야 하고 모판에다 키우는 것은 선파나 산파를 한다. 포트에다 심으면 나중에 옮겨심기 편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일일이 포트에 흙을 담는 일이 번거롭다. 반면 모판에 키우는 것은 그런 번거로움은 없지만 나중에 옮겨 심을 때 뿌리를 다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텃밭농사에서는 양이 적기 때문에 포트에다 심는 것이 간편할 것이고, 양을 많이 하는 농사에서는 모판에다 키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옮겨심기 전에 모판에다 물을 듬뿍 뿌려주어 흙을 충분히 적셔 놓으면 모종삽으로 조심스럽게 뿌리 다치지 않도록 모종을 뜰 수가 있다.

포트이든 모판이든 모종 키우기에서는 상토가 제일 중요하다. 상토는 일단 물빠짐이 좋아야 하는데, 습기가 많으면 씨앗이 곯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토는 되도록 무균 상태이어야 하고, 풀씨가 없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균에 침투되면 작물이 약하게 자라게 되고, 풀시가 많으면 풀씨와 경쟁하느라 제대로 자라기 힘들고 나중에 일일이 풀을 골라 잡아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다음으로 상토는 그렇게 비옥할 필요가 없다. 씨앗이 싹을 틔울 때는 흙의 거름 힘으로 트는 게 아니라 씨앗 자체가 갖고 있는 영양분으로 틔우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거름이 필요치는 않다. 약간의 거름이면 충분한데, 거름기가 너무 많으면 미생물이 많아 씨앗이 삭아버릴 우려가 있다.

상토는 농협이나 종묘상에 가면 살 수가 있는데, 이 또한 스스로 만들어 쓰면 농사의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상토의 기본 재료인 흙은 산 속의 부엽토가 제일 좋다. 부엽토를 채취할 때는 표면의 흙을 걷어내고 약 30cm 이하의 속 흙이 좋다. 겉 흙은 너무 거름지고 풀씨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속 흙을 채취하면 이를 채로 곱게 걸르면 된다. 산 흙을 구하기 여의치 않으면 밭의 흙도 괜찮은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약 30cm 밑의 속 흙을 채취하여 채로 걸러낸다.

이렇게 구한 흙에다가 충분히 발효된 퇴비 약간과 모래와 재나 숯가루를 섞는다. 이 비율은 작물마다 또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전체 100% 중에 흙 50%에 발효퇴비 30%, 모래와 숯 10%씩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모래는 배수를 좋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고 숯가루나 재는 항균, 방충 역할도 하면서 인산이나 가리 비료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숯가루도 직접 만들 수가 있는데, 가장 손쉬운 것은 왕겨를 태워 훈탄을 만드는 것이다. 훈탄을 만들면 부가적으로 목초액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도 노릴 수가 있어 좋다.

(그림-5,6,7,8)

이렇게 만든 상토를 포트에다 담거나 모판에다 깔고 나서 씨앗을 심는데 심고 나서는 표면 위에다가 약간의 왕겨를 살살 뿌려주는 것도 좋다. 왕겨는 보온 효과도 있지만, 왕겨의 마른 상태를 보고 물을 주어야 할 지를 판단할 수 있어 좋다.

모종 키우기 중에는 고추가 가장 힘들다. 아직도 겨울 추위가 남아 있는 2월 말이나 3월 초쯤에 심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온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다, 밤에는 이불을 덮어주어 영하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를 해야 한다. 게다가 싹이 튼 후 잎이 네다섯 개 되었을 때 가식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고추 모종 키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게 보온이다. 이를 위해 이중 온실을 만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다 모판을 좀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을 쓰면 좋다. 우선 전해 늦가을쯤 모판으로 쓸 바닥을 10cm 깊이로 고르게 판 다음 볏짚을 깐다. 깐 볏짚 위에다 상토를 깔고 다시 볏짚을 깐 다음 위에다 마직막으로 상토를 깐다. 말하자면 볏짚과 상토를 켜켜이 두 번 까는 것인데, 볏짚은 보온효과가 아주 뛰어난 재료인데다 10cm 땅 속에다 쌓기 때문에 냉해가 적다. 이렇게 모판을 준비해 두면 가식할 때는 이중 온실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식할 때쯤이면 서리가 어느 정도 지나간 다음이어서 이 정도만 해 주어도 추위는 큰 걱정이 없다.(그림-10)

모종 심기  

모종 심는 시기는 작물마다 다르지만, 대개 떡잎이 나오고 다음으로 새순이 나와 잎사귀가 네 다섯 개 정도 되었을 때가 적당하다고 보면 된다. 심을 때는 구멍을 파서 반드시 물을 가득 붓고 모종을 넣은 다음 마른 흙으로 덮어준다. 심고 나서 물을 부으면 뿌리까지 닿지 않는데다 표토 위의 물은 금방 말라버린다. 일일이 물을 부으며 심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 심으면 좋다.

심는 방법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고구마나 들깨 같은 경우는 뉘어서 길게 심고 흙을 잎사귀 목까지 덮는다. 대파 같은 경우는 뉘어 심는 것은 같지만 뿌리만 살짝 덮어주는 정도로 흙을 뿌리고, 그 외 대부분은 똑바로 심는다.

심기 전에는 모판의 모종이든 포트의 모종이든 반드시 물을 뜸뿍 뿌려 뿌리가 물에 충분히 적시도록 해주어야 한다.

모종을 심을 때 요령으로는 뿌리에 재나 숯가루를 묻혀 심는 방법이 있다. 또는 구멍을 파고 물을 붓고 재나 숯가루를 뿌려 심는 것도 괜찮다. 재나 숯가루는 인산 가리 비료도 되지만 병해충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병해충에 대한 좀더 확실한 대책으로는 200배로 희석한 목초액 물을 붓고 심는 방법이 있고, 작물의 생육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야채효소 액을 500배로 희석한 물을 붓고 심는 방법도 있다. 갖가지 채소로 발효시킨 야채효소는 그 자체가 뛰어난 영양이지만 또한 농축 발효균들이 많아 작물의 생육을 강하게 해 준다.

모종을 옮겨 심으면 대개가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사람도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는 말처럼 작물도 이 몸살을 앓아야 더 튼튼하게 크고 열매도 튼실하다. 옮겨 심으면 한 일주일 정도 힘도 없고 축 늘어져 몸살을 앓는데 더 성숙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리 걱정할 것은 없다.

가꾸기  

■ 풀메기

유기농법에서 가꾸기의 핵심은 풀매기(김매기)에 있다. 원래 거름 다섯 번 주는 것보다 풀 한번 메주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풀매기는 농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풀을 매주는 횟수는 작물마다 다른데, 대개는 파종이나 모종옮겨 심기 전, 심고 나서 대략 한달 정도 지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어느 정도 마쳐 꽃을 피울 때쯤, 그 다음 열매를 맺기 시작할 때쯤 해주면 된다.

감자나 들깨나 생강 같이 북주기를 해줘야 하는 것들은 두 번 째 풀을 매줄 때 북주기를 겸해서 해 준다.(그림-40) 그리고 이 때 웃거름을 한 번 준다. 보통 풀매기를 이런 식으로 때 맞춰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때 그 때 풀 자라는 것을 보아가며 융통성 있게 해 주면 되는데, 그러나 이 중에 파종하기 전과 북줄 때의 풀매기는 반드시 해 주어야 하고, 장마 전과 후에도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면 작물이 풀에 영향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랐기 때문에 그 다음에 또 풀이 나도 작물에 가리워 햇빛을 못받기 때문에 풀은 잘 자라질 못한다.

풀을 매는 요령은 처음 파종할 때와 북 줄 때는 되도록 뿌리 채 뽑아낸다. 뽑을 때는 손으로 그냥 잡아 빼지 말고 호미로 땅을 파가며 뽑는 게 좋다. 손으로 잡아 빼면 뿌리에 묻는 흙까지 뽑혀 밭을 망가뜨릴 우려가 있어 호미로 파주어야 하는데, 호미로 파면 땅을 부드럽게 해주는 부대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좋다.

매준 풀은 그냥 버리지 말고 그 자리에 깔아준다. 깔아줄 때는 풀의 뿌리가 흙에 닿지 않도록 전에 깔아놓은 풀 위로 뿌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겹쳐 깔아준다.(그림-43 덮개로 깔린 풀, 여기에 벌레도 살고, 삭으면 거름도 된다.) 이렇게 깔아주면 풀은 흙덮개 역할을 하여 다음의 풀 발아를 억제해주고, 벌레들의 서식처도 될 뿐만 아니라 흙의 습기를 유지해주고 삭아서는 거름이 되어준다.

장마 전 후의 풀매기는 낫으로 슥슥 베주는 것으로도 족하다. 작물이 꽤 자랐기 때문에 남은 뿌리에서 다시 풀이 자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낫으로 벨 때는 흙 바로 위의 줄기를 베주고 앞에서처럼 그 자리에 깔아준다.

마지막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나서는 풀과 작물과 함께 낫으로 베서 반드시 흙덮개 용으로 꼭 깔아준다. 그래야 풀이 다시 자라지 않아 다음 작물을 심기가 좋다.

■ 웃거름[追肥] 주기

밑거름을 충분히 주었어도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다비성(多肥性) 작물은 웃거름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 다비성 작물은 고추나 호박 같이 열매를 맺는 과채류(果菜類)와 대파나 생강 같은 양념류들이 대표적이다.

웃거름을 주는 시점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보통 북줄 때나 작물이 영양성장을 맞추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생식성장을 하기 전에 주고, 열매가 맺혀 자라기 시작할 때 준다. 그리고 장마가 끝난 후에 많은 비로 인해 거름이 유실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때도 꼭 웃거름을 준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웃거름은 작물의 성장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찾아서 주어야 한다.

웃거름은 작물의 상태에 따라 질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지, 인산 가리질 비료를 주어야 할 지, 미량 요소질 비료를 주어야 할 지를 잘 판단하여 작물이 요구하는 것을 잘 찾아 주어야 한다. 작물의 줄기나 잎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때(영양 성장을 부실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 시작할 즈음에는 인산 가리질 비료를, 병이 잘 걸리는 작물의 경우 예방할 목적으로 미량 요소 비료를 준다. 특히 오이 같은 경우는 노균병에 아주 잘 걸리는 작물이어서 하우스 관행농법에선 하루에 두 번씩이나 농약을 뿌려줄 정도이다. 농약을 주지 않고 예방과 저항력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바로 이 미량 요소를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질소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앞에서 자세히 얘기했지만, 웃거름용으로는 깻묵 액비가 제일 좋다. 깻묵을 물이 통하는 푸대자루에 담고 뚜껑이 있는 물을 넣은 고무다라에 담근다. 벌레가 끼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두면 더 좋다. 깻묵과 물의 비율은 1대 10이 좋다. 여름에는 한달, 봄 가을에는 두 달이면 충분히 발효된다. 작물에 주는 방법은 물로 다섯 배 희석시켜 작물 잎사귀에 엽면 살포한다. 또는 작물 포기 옆에다 쇠막대기로 구멍을 뚫어 액비를 넣어주면 속효성 비료가 된다. 농약 분무기를 이용하면 더 편리한 데, 물을 분사시키는 장치를 제거하고 분사 파이프를 포기 옆에 흙에다 쿡 질러 넣은 다음 펌프를 하면 쉽게 액비를 살포할 수 있다.(그림-41 분무기로 액비 주는 모습)

인산질 비료를 만드는 방법은 쌀겨와 재나 숯가루나 마른 풀 등을 잘라 켜켜이 쌓아 발효시킨다. 약 한달 지나면 발효되는 이를 포기 주변으로 빙 둘러 뿌려 주고 흙을 덮는다. 아니면 쌀겨를 발효시키지 않고 재나 숯가루와 섞어 작물 주변으로 뿌려 주어도 괜찮다.

미량요소 비료는 종묘상에서 사다가 마찬가지 방법으로 뿌려 준다.

웃거름으로 훌륭한 것 중에 하나가 청초액비인데, 종합비타민 처럼 종합 영양제로 보면 된다. 풀을 매준 신선한 잡초들을 10cm 정도 잘라 쌀겨와 흑설탕을 함께 넣는다. 고무다라에 신선한 풀과 쌀겨를 켜켜이 쌓아서 맨 위에는 쌀겨와 흑설탕을 섞은 것으로 골고루 뿌린다음 무거운 돌을 눌러 놓는다. 돌을 눌러 놓는 것은 공기를 빼기 위한 것이므로 하룻밤 지나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어 숨이 죽는데 그 때 돌을 제거하고 쌀겨 흑설텅을 제거한 다음 한지나 신문지로 덮고 뚜껑을 닫는다. 여름에는 일주일이면 삭는데, 녹색의 풀이 황녹색으로 변하면 숙성이 끝난 상태로 보면 된다. 그리고 나면 풀들을 소쿠리에 담아 액만 걸러내고 따로 보관해서 웃거름용으로 쓰면 된다. 여기에 깻묵을 섞으면 더욱 고급의 청초액비를 얻을 수 있다.

■ 지주 세우기

고추나 가지 토마토 오이 등 열매를 맺는 과채류들은 자라고 나서 열매의 무게로 쓰러지기 때문에 꼭 지주를 세워 주어야 한다.

지주 세우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 있다. 하나는 제일 간단한 것으로 포기마다 하나씩 지주를 박는 것인데, 포기 옆에다 다 자랐을 때의 작물보다 큰 나무를 박아 줄기를 나무에다 끈으로 묶는 것이다.(그림-42)

두 번째로 세우는 방법은 포기 세 네 개 마다 지주 하나를 박고 지그재그 식으로 줄을 둘러치고 시작한 막대기에서 줄을 당겨 묶는 방법이다. 주로 고추나 가지 같은 작물에 쓰는 방법이다.

세 번째로 세우는 방법은 오이나 토마토 호박 같이 위로 길게 자라는 작물들을 세워주는 방법인데, 사람 키만한 막대기를 준비해서 삼각형으로 세 네 포기마다 하나씩 세워주는데, 양 끝에는 텐트 칠 때 지주 세우는 식으로 쇠말뚝을 박아 삼각형으로 세워진 지주를 끈으로 잡아 당겨 매준다.(그림-18) 양쪽 가로로 세 네 줄을 쳐 주고 세로로도 그물망처럼 작물별로 쳐준 다음, 작물이 순을 내어 자라기 시작하면 끈으로 유인을 해 주어야 한다.(그림-30)

■ 가지치기와 순지르기

원하는 소출을 얻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하려면 작물의 성장을 적당히 제어를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물은 열매를 맺을 생각은 않고 자기 몸만 계속 키우려 한다.

제어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가지치기와 순지르기다. 식물은 어느 정도 자라면 불필요하거나 웃자란 가지가 있기 마련인데, 예를 들면 잎이 무성하여 햇빛이 위의 잎에 가리워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잎이나 가지를 말하는데 이런 것들은 잘라주어 그쪽으로 가는 영양분을 꽃이나 열매 맺는 데 쓰도록 해주어야 한다.

벼나 옥수수 같은 외떡잎 식물은 순지르기를 할 필요가 없지만 콩이나 고추나 토마토 가지 등 쌍떡잎 식물은 가지 사이에서 새순을 틔우는데, 작물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이 새순을 잘라주어야 꽃이나 열매를 잘 맺는다.(그림-37)

특히 넝쿨을 뻗는 오이, 참외, 호박, 수박 등은 새순지르기를 잘 해주어야 열매를 튼실하게 맺는다. 그렇 않으면 한없이 넝쿨만 뻗고 열매를 제대로 맺지도 않고 맺어도 잘 크질 않는다. 한번 가지 쳐주고 순 질러주는 작업은 풀 메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름 다섯 번 주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는 것을 명심하고 열심히 작업을 해 주어야 한다.

가지치기와 순지르기의 요령은 작물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작물이 광합성을 충분히 할만큼 자라고 나서 불필요해 보이는 가지와 새순을 잘라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거두기와 갈무리  

작물을 열심히 길렀으면 또한 거두기도 열심히 해야 한다. 거두는 목적이야 당연히 사람이 먹기 위해서인데, 예외적으로 가꾸기 일환의 의미가 있는 것도 있다. 가지치기와 순지르기의 의미처럼 작물이 열매를 튼실하게 맺게 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열리는 열매는 미리 따주는 작업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고추와 오이 같은 것인데, 처음 열린 것을 따주면 다음 꽃과 열매에 영양분이 몰려 수확을 많이 맺게 해준다.

다음으로 중요한 작업은 솎아주기다. 줄뿌림이나 흩어뿌림으로 파종한 경우는 반드시 솎아주어야 한다. 물론 점뿌림을 했을 때에도 콩은 그냥 냅두지만, 배추 같은 경우 세네 개씩 심었다면 솎아주기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솎아주길 할 필요없이 간격을 적당히 주어 심으면 그런 수고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작물이 싹을 틔워 어느 정도 자랄 때는 여럿이 함께 있을수록 좋다. 그리고 나서 작물이 꽤 자랐을 때는 포기마다 서로 부대끼기 때문에 포기가 다 자랐을 때의 간격을 염두에 두고 솎아주어야 잘 자란다. 솎아주기의 횟수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배추 같이 모종 단계에서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있는가 하면, 직파를 하는 시금치도 한번으로 끝내지만, 대파 같은 경우는 옮겨주기를 여러번 하면 더 굵게 자라기 때문에 그때마다 솎아주기를 해주면 좋다. 상추도 직파했을 경우는 두세 번 솎아주면 좋다.

그런데 솎아주기가 왜 거두기 작업의 일환인가 하면 솎은 것을 버리지 않고 먹을거리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엄밀히 말하면 이 또한 첫열매 따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꾸기에서 중요한 작업이라 하겠다.

그 다음은 작물이 다 자라 거두어 주는 것인데, 거두는 시기나 횟수는 또한 작물마다 다르다. 벼나 보리 감자 같이 때가 되어 일시에 거두는 것이 있는가 하면, 고추 같이 7-8번 거두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한번에 거두는 것과 그때그때 먼저 익은 것을 필요한 만큼 거두는 것이 있는 것이다.

거둘 때는 주로 낫으로 대를 베는데, 낫을 숯돌로 잘 갈아서 대를 비스듬히 사선으로 베는 게 중요하다. 나무 가지 자르듯이 타격을 주어 베면 나락이 떨어질 수도 있고 또 나락이 심한 충격을 받으면 좋을 게 없다.

거두고 나면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갈무리다. 갈무리는 작물마다 다 작업이 다른데, 여기서는 간단히 벼 같은 알곡류와 고추 같은 양념류를 짚고 넘어가보자. 자세한 것은 작물편에서 각각 다루게 될 것이다.

벼나 보리나 깨 같이 알곡 종류는 거두고 나서 탈곡을 해야 하는데, 달린 열매를 잘 떼내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도리깨질이라 하는데, 낫으로 거둔 줄기를 잘 말린 다음 바닥에 비닐 같은 것을 깔고 막대기로 두드려 패는 일이다.(그림-31, 통문 17호의 도리깨) 그렇게 떨어진 알곡은 다른 검불들과 섞여 있기에 이 검불과 분리하는 작업이 바로 채 치는 일과 키 질이다.(그림-통문 17호의 키와 채)

여기서 도리깨 질이나 채 치는 일은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지만 키 질은 고난도의 숙력이 필요한 일이다. 필자도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데,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일단 바람을 이용하여 가벼운 검불과 알곡을 분리하는 일이다. 바람이 잘 부는 날 바람을 등지고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더라도 숙련된 사람은 키를 위아래로 흔들지면서(정확히 말하면 위아래로 흔드는 게 아니라 옆에서 보았을 때 세워진 타원으로 돌린다) 그 안에서 바람을 일으킨다. 때로는 입으로 바람을 불면서 검불을 떨어내기도 한다. 다음의 중요한 과제는 알곡과 섞인 돌을 골라내는 일인데, 이는 알곡과 돌의 무게 차이를 이용한 작업이다. 돌은 알곡보다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 무게를 이용해 돌은 앞으로 모이게 하면서 떨어내고 가벼운 알곡은 돌보다 위로 던져져 안쪽으로 모이게 한다. 하여튼 말은 쉽지만 이런 기능을 익히려면 열심히 반복해 보는 수밖에 없다.(그림-32,39)

이렇게 해서 원하는 알곡을 얻었으면 사람이 먹을 수 있게 가공을 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벼나 보리 같은 곡식을 찧는 일(정미)이다. 곡식을 찧을 때에는 절구를 쓴다. 절구는 돌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요즘은 정미소에서 기계로 한꺼번에 찧기 때문에 텃밭 농사처럼 소량의 곡식은 직접 절구로 찧어 먹어보는 재미도 좋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요즘은 농가마다 가정용 정미기를 대부분 갖고 있어 아는 시골 농가에 가서 부탁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다음 해 종자로 쓸 것은 되도록 충격을 주지 않고 손으로 흩어 내는 게 좋다. 충격을 받은 종자는 약하게 자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어려운 갈무리 작업은 고추 같은 경우이다. 고추의 갈무리는 김장이나 고추장 담글 때 쓸 양념가루 만드는 일인데, 말리는 일이 제일 힘들다. 아마 고추만큼 농사 짓기 힘든 작물이 없을 텐데, 모종 키우기도 힘들고, 정식하여 가꾸는 것도 어렵지만 말리는 일이 그 중 제일 힘든 일이라 할 정도로 보통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기계에다 넣어 한번에 말리면 쉽지만 텃밭 농사에선 태양초를 만드는 일이 더 의미가 있기에 힘들어도 직접 만드는 게 더욱 좋다.

고추 말리는 작업은 고추 편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제일 중요한 원리만 지적하고 넘어가 보자. 고추 말리는 작업에서 제일 중요하고 힘든 일은 숨죽이는 일이다. 고추 열매 속의 수분을 빼내는 일을 말하는데, 이 숨을 죽이지 않은 채 강한 햇빛에 노출시키면 하얗게 타기도 하고 반면 궂은 날에는 곰팡이가 슬기도 한다.

고추 숨죽이는 데에는 가장 간단하지만 또한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고추 열매를 일일이 가위로 가르는 일이다. 양이 많으면 매우 힘든 일인데 양이 적다면 해 볼만한 작업이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갈무리 작업은 잘 말리어 썩지 않게 보관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고구마는 항상 상온으로 보관해야 그 맛이 잘 유지되고, 감자는 건조한 그늘에서 보관해야 싹도 틔우지 않고 잘 보관된다.

아무튼 자세한 것은 각 작물 편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갈무리는 농사 짓는 일만큼 힘들고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만은 꼭 알고 넘어가 보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