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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둥지를 틀다.

대흥동 집에서는 몇 일전부터 벽에서 서걱서걱 큰 소리가 났다.
생각해보면 그 소리는 이사오면서 부터 벽에서 들리던 소린데 갑자기 커진 것이다.

처음에 이사와서는 벽에서 돌가루가 후두둑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벽안에 구멍이 있나 전기콘센트 구멍이 부실한가 생각을 했었다.  
최근에는 소리가 커져서 자다가도 서걱서걱 소리에 잠을 설치기를 몇번.

'쥐가 집에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으~~~~

몇일 전 집에 묵어간 친구가 밤잠을 설쳤다는 소리에
'사실은 쥐가 있는 것 같아'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난 점점 심각해져갔다.

그때부터 집에 있을 쥐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쥐가 있다면 쥐똥이 있거나 나무를 갉은 흔적이 있어야 할텐데 보이지가 않았다. 아니 쥐를 잡으려고 해도 다니는 길을 알아야 잡지... 하며 그러나 만약에 잡힌다면 그땐? 헉!

그러다가 계속 어떻게해야되나 노심초사했는데 오늘 정체가 밝혀졌다.
오늘 아침에 잠결에 새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근데 이상하게 다른때는 몰랐는데 새소리와 서걱서걱 소리가 같이 들리는거다.
짹짹 동시에 서걱서걱.
음.... 이건 어떤 의미지?

이불속에서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 있는데 정말 새소리와 서걱서걱 소리가 같이 들리는거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보는데 벽에 지름 10센티 정도의 구멍이 있었다.
거기서 날아간 새가 앞의 집 지붕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게 영 심상치가 않은 느낌이었다.

쳐다보고 있는 폼새가 집근처에 나타난 사람을 경계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쨌든 와~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여기 쥐가 아니라 새가 살고 있었구나.

혹시 몰라서 다시 서걱서걱 소리가 날때 창문을 후다닥 열어봤다.
그랬더니 새가 한마리 날아가는데 지붕지을때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흰 깃털하나가 같이 떨어진다.
아, 미안-

가만보니 새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는 작은 벌집도 보인다.
다행히 지금은 벌이 안사는 것 같다.

신기하다.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는데도 새가 집을 짓는 집에 살고 있다니.
지금껏 몰랐다는게 또 신기하다.
아침마다 새소리가 크게 들렸었는데 둥지가 있어서 그랬는줄은 몰랐었다.

처마가 아니라 벽안에 집을 지은 꼴이라 방에서는 소리가 나름 크게 들리지만

왠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에 불편하지 않다.
아마도 봄철 옥상에 심었던 콩을 낼름 먹었던 것도 여기 있던 녀석이 아니었을까? ^^

감동이 아직도 계속 남아있다.
이젠 창문은 반대쪽 창문으로 살살 열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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