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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너무나 무거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다시 무산되었다.

 

***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

지난 대의원대회와 다르게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질서유지대가 등장했고 민주노총 임원, 처실장들이 나서서 대의원대회장에 들어가려는 조합원들을 막았다.

 

[질서유지대]라고 써있는 노란 완장을 차고 있는 노동자들,,,

노란 조끼를 입고 민주노총 임원들의 '막아'라는 명령에 따라 노동자들을 밀고 땡기고...

초록색 조끼를 입은 50대 늙은 노동자들은 대대 단상 바로 앞에서 '폭력반대'를 외치며 단상에 오르는 노동자들을 막는다. '왜 이러냐..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지도부에게 대들어서야 되겠느냐.. 좋게 좋게 하지.. 쯪쯪. 우리가 세운 민주노총 아니냐'며 젊은 노동자들에게 호소 아닌 호소를 한다.

 

단상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 누군가는 또 말한다. '투쟁도 못하는 놈들이 투쟁하자고 하기는.. 집회하면서 왜 머리띠는 안둘렸냐', '너네 학생이지. 얼마받고 왔어' 등등 단상에 올라 있는 노동자들을 자극한다. '어디 한대 맞아서 돈좀 벌어보자'고 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모습들이다.

 

어떤 택시 노동자는 옮길 수 조차 없는 욕설을 녹음한 핸드폰을 꺼내놓고 단상에 오른 이들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싸움을 걸기라도 바라는 사람들처럼....

 

단상에 오른 이들은 '자극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사회적 교섭 폐기하라', '총파업을 조직하라' 고 외치며 단상 저편에 있는 같은 노동자들에게 때론 분노를 느끼기까지 한다.

 

***

 

대의원대회는 결국 무산되었다. '대의원대회를 방해한 자들에 대한 징계'와 '일주일 후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겠다'는 민주노총 한 임원의 발언은 돌아가는 대의원들, 많은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나의 발걸음도 무거웠다. 지난 번보다도 더 무겁다.

 

단상을 점거하면서까지 사회적 교섭 반대를 외친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앞세워 민주노총의 위상과 정통을 실추시킨 세력들로 규정하며 '절대악', '과격한 투쟁맹동주의자'라는 딱지를 민주노총 임원들이 앞장서서 붙이고 있다.

 

사회적 교섭을 폐기하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은 18년 민주노조운동의 피와 땀으로 자라난 민주노총을, 그 연단을 점거하면서까지,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면서까지 저항하고 있다. 이것은 '반대한다'는 말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다수의 보이지 않는 폭력을 당해온 결과이다. 이것은 '목청을 높힌다'고 해서 꿈쩍도 하지 않는 다수의 오만을 목도한 결과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부란 자와 정부의 고위관료들과의 언어가 동일함을 확인하는 순간 터져나오는 저들의 분노는 자신들의,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한 자신들의 조직연단을 점거하는 행동으로까지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겁다. '폭력' 이 부담스러워서도 아니고, '언론'으로 민주노총이 이제 '지들끼리 치받고 하는 세력'으로 입방아 오르내려서도 아니다.

 

내가 무거운 것은. 내가 두려운 것은 노동자대중이다. 단상을 점거한 노동자들의 약점은 대중투쟁으로 '사회적 교섭'반대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면한 비정규개악안 저지투쟁을 앞두고 단상점거까지 해가면서 내부가 분열하는 모습이 결코 조합원들에게 좋지 않다고 말하는 자들은 '사회적 교섭'을 말로만 반대하는 자들이다. 차라리 왜 대중투쟁으로 만들지 못하느냐고 왜 그런 투쟁으로 나아가지 않는가로 묻는다면 고개 숙여 그 문제제기를 받을 것 같다.

 

***

대대가 무산되고 신림동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지역민주노총에서 활동하는 나의 옛동료가 술에 취해 전화를 걸었다.

'꼭 그래야 했냐. 내가 만나는 대중들은 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문제래... 어쩔려고 그러냐'

'대중을 앞세우지 말고 니얘기를 해.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 건데. 단상점거가 문제라고만 하지말고 사회적 교섭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보는지 그 주장을 말하라고.. 대중을 들을대지 말고'

'나도 몰라. 하지만 단상점거는 아니야.. 그건 잘못이야.. 그래 너길 가고 나도 길가자'

'그래 차라리 길을 가. 멈춰서서 보지말고 가면서 말해. 멈춰서서 대중을 앞세워 평론하지 말고... 가. 가면서 행동하면서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였다.

나는 물론 그가 무엇때문에 괴로워하는 줄 안다.(정확히 말하면 알것 같다)

그는 고민이 없이 평가하는 것도 아니고 딱지 붙이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당연히 대중조직, 민주노총, 민주노조운동을 염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염려는 대상화된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그래서 함부로 딱지를 붙이고 싶지 않다.

그의 고민은 대중을 투영하고 있을 테니까...

 

(계속)

 

 

 

이제 대중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단상점거의 불가피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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