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민주주의
쭌이가 열살이 되고나니 조금 색다른 고민들이 생긴다.
지난 주 일요일엔 네명이 한팀이 되어 훌라후프 체조를 준비해야한다고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만났다.
우리동네 학교 운동장에 열살짜리 네명만 내 놓기엔 주변에 무서운 형들이 너무 많아서 김장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함께 나갔다.
가 보니 다른 아이 엄마도 한분 와 계서 아이들이 준비하는 동안 한쪽에서 오랫만에 수다를 떨었다.
쭌이는 노래를 찾아가기로 했다고 해서 숫자송을 프린트해갔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노래에 맞추어 동작을 맞추는 회의를 한다...
그 중 한 남자아이는 목소리가 크고 매우 적극적이며
한 여자아이는 약속장소에 나오기는 했으나 모임엔 관심이 없는듯 자꾸만 다른 곳으로 달아난다.
부끄러워하는 듯도 보이고. 약간 장애가 있는 듯도 보인다.
시끌시끌 끝날것 같지 않던 의논도 정리되어 그날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 부터 몇 일이 지난 후
쭌이가 자꾸만 달아나던 그 여자애 00이를 팀에서 빼기로 했다고 이야기한다.
투표를 했는데 기권2에 찬성 1표로 그리하기로 했다고
빼자고 한 아이는 목소리가 크던 그 남자아이인듯하고 당사자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듯 하고.. 쭌이는 기권에 한표.
암튼, 기권표를 던졌으나 그 마음이 편치 않았으니 의논을 청한 것 같아. 니 맘은 어떠냐고 했더니
달아나던 여자아이가 전혀 연습에 참여하지 않고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할것 같다는 ...
그러니 쭌이의 마음도 반은 귀찮은데 빼고갈까에 가 있는 듯 하다.
조언을 구했으니..."내가 선생님이면 친구빼고 셋이 하면 다 빵점줄 것 같다. 친구들을 다시 설득해 봐"라고 말해주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고민이 남아있었는지
그 다음날 쭌이 다시 이야기하길...
"근데 엄마 00이가 안한대"
"친구들한테 말해봤어?"
"아니. 오늘은 얘기할 틈이 없었어"
"내일 얘기해보고, 00이한테도 다시 한번 말해봐"
그렇게 이야기하고 한 참이 지난 후
'엄마 근데 내일은 시험보는 날이라 애들이 말해도 신경도 안쓸 것 같아"
아까의 대화가 마음 속에 계속 남아있었는지 잠자기 전에 그렇게 말한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그렇게 고민하게 들게 할까?
친구들과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
우리끼리 잘해보고 싶은 마음과 친구를 빼고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의 균형점이 흔들리는 중?
그렇게 고심하던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못들었다.
스스로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 열살들이 실천하는 이 이상한 민주주의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뭘빼먹고 가고 있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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