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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틈조차 없는 지금

우리 아기 사랑이는 이제 14개월째다.

아직 젖을 먹이고 밤에도 한번씩 먹이고.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을 때에는 천기저귀를 쓰고

밥 잘먹지 않는 아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먹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아침에는 남편이 아침을 챙겨먹고 나가고 나는 늦잠을 자고 8시에 아기가 깨워서 일어난다.

정신차리려고 잠깐 딩굴거리면 아기는 혼자 잘 논다.

 

젖을 찾기 전에 아침밥 준비를 하는데 요즘 통 밥을 잘 먹지 않아 날마다 이것저것 해본다.

오늘은 시금치 나물과 양상추 샐러드, 데친 두부, 돼지고기찜을 줬는데 영 시원치않게 먹는다.

먹고 나면 젖달라고 보채기 시작해서 거의 10시가 되도록 찡찡거리면서 엄마 주위를 맴돈다.

뱃고래를 키우려면 이유식을 먹이고 나서 젖을 먹이라고 해서 그랬더니 아예 밥은

잘 안먹고 젖만 먹으려고 해서 속이 상한다. "음, 밥을 안먹는구나~"가 안된다.

요즘은 EBS에서 10시 방송 '60분-부모'프로그램을 본다.

자녀양육에 관한 여러 사례와 프로그램운영을 통해 아이들과 관계맺기, 부모교육, 자녀교육에

대한 길잡이를 해준다.< 현대의 적극적 부모역할 훈련>Active Parenting Today과 미술치료를 공부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여러가지 복습할 기회가 되어 아주 좋다.

 

이제 설겆이를 하고 응가를 치우고 씻기고 책 읽어주고 좀 놀다가 잠을 재운다.

혼자서는 못자고 꼭 젖을 물어야 한다. 이건 내 잘못일거야. 이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다.

아기가 자면서 밀려드는 공허함, 피로를 무엇으로 풀어야할지 모른다.

티비를 보기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아기 옆에서 자기도 한다. 요가나 책읽기가 멀어진 건 오래다.

 

1시 반 정도 되면 잠자고 일어난 아기는 방실거리며 돌아다닌다.

또 점심 준비를 하고 대략 4-50분 정도 아기 밥을 먹이고 이것 저것 놀아주고 노래 불러주고.

이제 외출 준비를 한다. 며칠 전부터는 포대기로 업는 대신 유모차로 다닌다.

12킬로에 육박하는 아기를 업고 다니는 일은 너무 힘들다. 허리가 잘려나가는 것 같다.

이제는 코브라 자세도 소용이 없다...

바람을 쏘이거나 먹을거리를 사서 집에 돌아오면 아기 간식을 주고 저녁 준비를 한다.

밥을 안치고 생선도 굽고 나물도 무치고 정신없이 준비하다보면

피곤에 절어버린 남편이 온다.

"사랑아 아빠다 아빠" 남편은 사랑이 때문에 산다고 그런다.

그 말이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남편이 밥을 먹고 아기 밥도 먹이고 나면 이제 내 차례.  그동안 아빠가 아기랑 놀아준다.

이제 8시가 지나고 아빠가 청소를 하고 나는 설겆이를 하고

아기 목욕을 시킨다. 어느덧 하루가 끝나간다. 아기 로션을 발라주고

나도 샤워를 하고 아기가 배고파 해서 간식을 준다. 요즘은 깨죽을 잘 먹어서

검은깨죽을 만들어 준다.

이불을 깔고 젖을 물리고 아기를 재운다...

아빠는 어느새 코를 골고 있다.

또다시 밀려드는 적막감.

 

오늘은 일요일이었지만 남편은 알바를 하러 갔다.

늘 온몸이 부서지도록 일하지만 생활은 쪼들리기만한다.

전에는 '자발적 가난'을 삶의 중요한 길로 생각했지만 가난한 것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전에는 굶지만 않고 살면 되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뭘 먹고 어떻게 사느냐가 더욱 중요하고

이제는 아기와 함께라서 더 많은 선택을 폭을 열어줘야 할 책임이 있게 되니

아기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이게 걸레냐 빤스냐'가 되도록 아끼고

파스 몇 장으로 온 밤을 끙끙 앓는 남편을 만져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몸 구석구석 마디마디가 욱씬거리는 지금, 잠은 오지 않고

깊어가는 봄밤 향기만 쓰다.

봄밤.. 참 사랑스럽다. 봄밤으로 살아가기...

향기롭게 살아가기.

 

어떻게 살까..

 

 

 

정말,

어떻게 살아야할까.

 

쓰다보니 신세한탄 되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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