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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2030년의 풍경

부록 : 2030년의 풍경.


도로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자전거들로 붐비고 있다. 차선 하나는 다시 돌아온 도심전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에게 주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차선 하나 정도는 소수의 자동차 운전자를 위해서 배려하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거의 활용되지 않는 차선을 남겨둘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반론이 더 우세한 편이다. 자동차를 끌고 시내에 나오는 건 아주 불편하고 다른 사람의 혐오와 연민을 불러일으킬 뿐이라서 점점 사용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고속 자전거 차선과 저속 자전거 차선을 구분하는 것에 대한 찬반 토론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자전거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필요에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 개발되고 있다. 어린이와 노약자도 편히 탈 수 있는 자전거와 장애인용 자전거도 맞춤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자전거가 끄는 트레일러도 발전을 거듭해서 아이 두 명을 태우거나, 커다란 짐차로 전환되는 것은 물론, 유모차나 휠체어와 결합되거나, 발전기나 세탁기와 연결되는 제품들도 나와 있다. 눈 비오는 날에도 정장을 입고 탈 수 있는 자전거도 많이 쓰이고 있다. 자전거 택시도 다양하게 개발되었는데, 손님들도 페달을 밟아서 기사와 함께 힘을 합쳐서 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 더 인기가 많다. 2인승 자전거는 물론 3인승 4인승 자전거도 자주 여러 사람들이 같이 이동할 때마다 자주 활용되고 있다. 근래에 개발된 12인승 자전거 버스는 12개의 좌석 중 2개는 페달을 돌릴 수 없는 사람들도 탈 수 있고 휠체어도 간단히 부착해서 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퀵서비스는 오토바이 기사들이 하나 둘 씩 자전거로 바꿔 타면서 한 때 완전히 자전거로 대체되었으나, 근래에는 그마저도 많이 줄었다. 사람들이 워낙 자전거를 잘 타고 좋아하게 된 탓에 웬만하면 직접 물건을 들고 이동하기 때문이다. 대신 수백킬로를 실어도 끄떡없는 짐자전거들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어서 우편과 택배 등 근거리 화물운송의 대부분을 자전거가 전담하고 있다. 원거리 운송의 경우는 필요성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나마도 기차나 선박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물 자동차는 대폭 줄었다.
교통당국은 자전거를 아주 잘 타는 사람들을 뽑아서 자전거 순찰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교통정체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라서 특별히 할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교통사고도 경미한 자전거끼리의 사고가 대부분이라서 도로가 위험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사고가 나더라도 자전거 앰뷸런스를 탄 의사들이 금방 달려와서 신속하게 응급치료를 하기 때문에 병원까지 갈 일은 별로 없다.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도시 교통의 재편은 도시 자체의 모습도 바꿔 버렸다. 모든 것이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안쪽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사는 곳, 일하는 곳, 공부하는 곳, 노는 곳, 생필품을 마련하는 곳 등은 모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점차 그 경계 자체가 희미해졌다. 살면서 여행하고, 일하면서 놀고, 공부하면서 살림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로 자전거를 타고 텃밭에 가서 자연을 배우며 채소를 거두어서 저녁 식탁에 올리고 이웃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함께 웃고 떠들고 노래하며 먹고 마시는 마을 사람들은 가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가 지배하던 거대도시와 그 속에서 기어코 자전거를 타던 메신저들의 이야기를 전설처럼 떠올리곤 한다.


지음
Alton ALS 3.0(약 1500km), KHS Alite 300(약 25000km)을 거쳐 지금은 체코산 트레킹 자전거 FORT TR78(약 15000km)과 2인승 탠덤자전거 FUJI Absolute LE(약 4000km)와 함께 평생 살려고 한다. 서울 남산 아래 게스츠하우스 빈집(http://house.jinbo.net)에서 장기투숙하며, 자전거메신저(http://blog.jinbo.net/messenger)’로 일하고 있다. 자전거도 잘 못타고, 사업은 더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 정도만 해도 메신저 해먹고 산다는 희망을 주는 것으로 위안하고 있다. 빈집으로 불쑥 찾아오거나 전화로 메신저를 부르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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