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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나?

힘들지 않나?

 

힘이 들기는 하지만 심하지 않다. 자전거가 원래 최고의 효율을 가진 기구다. 자전거는 걷는 것보다도 훨씬 더 먼 거리를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소비도 훨씬 적다는 결정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루 종일 걷는 것은 힘들어도 자전거 타는 일은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또 체력 회복도 빨라서 잠깐 쉬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매일 일하는 것도 할만하다.     
서울이 오르막이 많아서 자전거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 자전거 메신저들의 본거지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으로 유명한 도시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언덕은 고난의 길일뿐만 아니라 도전과 성취의 대상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재미로 남산 꼭대기까지 올라 다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나? 몸으로 느끼기에 서울에서는 봉천고개가 가장 높은 언덕인 것 같은데, 오르는데 길어야 10분이다. 또 언제나 오르막길 끝에 있는 내리막길은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체력적 시간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비와 눈은 사람도 자전거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몸은 완전히 젖고, 도로에서 물이 튀고, 바닥은 미끄럽고, 시야는 좁아진다. 브레이크는 빨리 닳고 자전거도 닦아줘야 한다. 그래도 적당한 비옷, 좋은 흙받이, 방수 가방이면 조금 불편하긴 해도 타지 못할 것은 없다. 어차피 이런 사정은 오토바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악천후일 때는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비나 눈이 오는 날이 따져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약한 비는 적당히 맞으면서 타도 기분 좋을 때도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이 오면 좀 쉬어도 되고.  
한겨울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와 햇살도 힘들긴 하다. 그런데 겨울은 해보니까 영하 10도를 밑도는 정말 추운 날은 며칠 되지 않더라. 오토바이와는 다르게 달리면 땀도 나고. 중간중간 쉴 때 어디 들어가서 몸을 녹이는 정도면 할 만 하다. 여름은 메신저로서는 아직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그동안의 출퇴근과 장거리 여행의 경험에 따르면 햇볕만 잘 가리면 괜찮을 거라고 본다. 그보다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뜨거운 매연과 후끈한 에어컨 열기가 정말 곤욕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싫어서 자동차를 줄이려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니까 말이다.
결국 메신저를 힘들게 하는 여러 원인들 중에서 교통 문제와 도로 상태, 자동차의 위협과 대기 오염 등의 사회적인 원인들은 자전거를 더 많이 타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거리와 언덕, 온도와 날씨 같은 자연적인 원인들은 자전거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과 세상과 분리되지 않아서 그런 것들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자전거의 장점이고 매력이다. 자동차 운전자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서, 유리창 너머로 TV화면 같은 세상만을 보며, 계절과 날씨와 공기의 변화를 에어컨과 히터와 공기청정기로 막아보려 한다. 하지만, 바로 그 행위 때문에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더욱더 가속화되고, 운전자 스스로는 둔감하고 허약하고 재미없어져 버릴 뿐이다.
아무리 힘든 일도 적절히 나누고 쉬면서 지나치지 않게만 할 수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조금 힘든 단 하나의 문제는 내가 혼자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혼자니까 힘든 걸 나눌 수가 없다. 나눌 수 없는 어려움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들어오는 일은 처리해야 하니까 쉴 수가 없다. 피곤할 때 몸이 안 좋을 때도 해야 한다. 서울의 반대쪽에서 들어온 경우도, 너무 먼 거리를 가야되는 경우도 어쩔 수 없다. 휴가나 사고 등으로 인한 공백은 생각할 수도 없다. 홍보와 영업을 확대하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당신은 이런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지금 시작한다면, 나와 함께할 수 있을 테니까 혼자라서 더 힘들어지는 일은 없을 거다. 오히려 반대일 것이다. 메신저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날수록 덜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점점 더 재밌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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