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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총

러시아에서 만든 공익광고라고 한다.
동영상의 제목은 '자동차 매니아라면 한번씩 꼭 봐야할 영상'이라고 달려져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봐도 누가 뭘 잘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길옆에 있는 친구를 보고 인사한 것,
차 안에 있는 무언가를 잠깐 본 것,
120km/h라는 '보통'의 속도로 달리면서 코너를 돈 것.
문자메시지 보내며 길을 건넌 것,
길로 뛰어드는 개를 피한 것,

이런 것들을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정말 충분히 의식적으로 조심하기만 하면 피할 수 있는 것일까?

이들의 잘못이라고는 자동차를 운전했다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런 면에서 자동차는 총기와 닮았다.
미국에서 예전같으면 친구들끼리의 주먹다짐이나 심술궂은 화풀이로 끝았을 일들이 총기난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단지 거기에 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까지 포함해도 총으로 인해 죽는 사람보다 차로 인해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

아무런 악의 없이, 아무런 잘못 없이 수없는 생명을 파괴하는 물건,
이런 물건을 매일같이 끌고 다닌다는 것......
이런 물건에 대해 매니아가 된다는 것......


"자동차는 길 가는 사람들을 무단히 치어 쓰러뜨린다.
헛간 같은 것들을 들이받으며, 비탈길을 쏜살같이 달려 내려간다.
자동차는 어떤 짓을 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자동차의 양심은...... 깨끗하다.
자동차는 단지 목적에 충실할 뿐이다. 세계를 쓸어 없앤다는 사명에."

- 일리야 에렌버그, <<자동차의 생애(1929)>> 중, 케이티 앨버드,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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