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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먹이 운다'의 상환

패싸움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게 된 상환은 동네 유지의 돈을 노린 강도 사고를 벌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된 상환은 주먹질로 복싱부 코치의 눈에 띄게 되고 복싱부에 가입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마저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져온다. 상환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잊고 할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인왕전 우승의 꿈을 불태운다.
상환의 삶에서 빈곤의 모습을 찾아보세요.


                                                                                           


어려운 시간들을 헤쳐나가고 있는 상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네. 하지만 상환의 삶 구석구석에서 빈곤의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상환이 소년원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아버지와 적당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할머니, 그리고 가족에 의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환. 돈을 훔친 행위를 덮으려는 게 아냐. 다만 우연의 연속으로 보이는 사건들 속에서도 빈곤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찾아볼 수 있지 않냐는 거지.

소년원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삶을 가꿔나가기 위한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빈곤을 만들어내지 않아? 여전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들이 ‘전과자’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수감기간이 끝난 이후에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할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신인왕전에 도전한 것도... 워낙 건강보험제도가 휴지조각만도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되기는 했지. 혼자 살아가야 할 할머니에게 재활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는데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면... 상환은 권투경기에 도전하는 대신 공부를 하거나 다른 기술을 익힐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권투가 다른 것에 비해 가치없는 일은 아니지.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 가장 소중한 것이고 할머니가 쓰러지지 않았더라도 상환은 권투를 선택했을 지도 몰라. 하지만 소년원에서 나온 이후 권투를 계속해야겠다는 꿈을 키워가면서 신인왕전에 나갔던 것은 아니잖아. 그게 안타까워. 한창 이런저런 일들을 꿈꿔볼 수 있는 시기에 소년원에 들어가야 했고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좁은 기회에 갇혔다는 사실 말야. 또래의 아이들이 그림을 배우거나 춤을 배우거나 자동차 정비기술을 익히면서 미래를 설계할 때 상환에게는 자신만의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거. 그게 빈곤인 것 아닐까?

누군가의 삶을 한 단어로 설명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겠지. 상환의 삶 역시 빈곤이라는 단어로만 설명될 수는 없을 꺼야. 하지만 빈곤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상환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해보여.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들을 지금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의 조건이나 처지와 상관없이 삶에 기본적인 권리들이 보장되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자구. 그리고 정말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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