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끼얹는

2006/04/29 14:52 Tags »

아노아르 위원장이 일시보호해제로 석방된 좋은날, 나로선 약간 심정 상하는 일이 있었다

 

4시에서 5시 사이에 석방될거란 말을 듣고 목동 출입국에 가보니 이미 면회실이 있는 5층 계단에 기자들 몇하고 활동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 평소에 이주투쟁에 결합했던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없고 뻘쭘하니 구석에 있다가 김혁 동지가 왔길래 어떻게 나오게 된거냐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서성대고 있었다

 

환영나온 사람들은 즉석에서 종이 박스를 구해와 피켓도 만들고, 출입국 직원과의 가끔 마찰을 빼면 대략 즐거운 분위기로다가 기다리고 있는데 아노아르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우와~하고 달려갔는데 직원의 인솔로 조사계가 있는 6층에 다시 들어간다. 뭐 그리 절차가 복잡해~ 한 시간 이상 기다린 사람들은 투덜댄다

 

기자가 조금씩 많아지고 아노아르가 나오는 사진을 찍으려는 경쟁이 벌어지자 복도와 계단이 상당히 복잡해져버렸다. 이것을 정리해본다고 금속연맹 간부가 "아노아르가 나오면 일단 저기다가 포토라인을 만들고..." "인터뷰는 밖에 나가서 하고..." 세세히 사람들에게 일러준다

 

그것까지야 좋은데 꽃다발, 준비된 꽃다발이 두 개가 있었는데 이주노조에서는 급히 오느라 둘다 개인적으로 준비해 온 꽃다발 같았다. 아무래도 아노아르가 나오고 꽃다발을 전달하면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질 것을 잘 알 터인 서울본부 간부가 하는 말이, "꽃다발은 아리따운 여성동지가 전달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자 금속연맹 간부가 받는 말이 "아하 기쁨조를 편성해야겠군요"

 

흐아........
순간 느껴진 그 기분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두 양반은 어색한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꽃다발을 전달할 '아리따운 여성동지'를 물색하다 출입국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성 동지에게 전화를 걸어 어서 들어오라고 타전한다

 

정작 아노아르가 나왔을때 생각보다 더 복잡한 상황이어서 누가 꽃다발을 전달했는지는 보지 못했다
두근두근 아노아르를 기다리던 설렌 마음에 기운이 쪽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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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9 14:52 2006/04/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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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캬. 2006/04/29 16: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놈의기쁨조이야기는..10년전하고변한게없네.아휴..진짜 힘이쭉빠질뿐만아니라, 짜증이났겠어요.

  2. 리우스 2006/04/30 00: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왕짜증... 코멘 달고 싶은데 무신 헐말을 못찾것다

  3. sheboi 2006/05/02 00: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저였답니다. 안에서 그런 이야기까지 오고 갔었군요. 그 날, 정신없던 와중에 오고간 이야기들이 이제야 이해되네요. 꽃다발은 결국, 꽃을 사온 동지와 이주노조 집행국에서 전달했었지만, 이대로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쁨조와 아리따운 여성동지로 물색된 일에 대해서.

  4. 나름 2006/05/02 15: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캬/제 귀를 의심했더랬지요
    리우스/네넹

  5. narmi 2006/05/02 15: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sheboi/왠지 일러바친것 같다는..^^;; 뒤에 허겁지겁 오셨을때 "빨리 왔어야지" 뭐 그런 비슷한 말에 어리둥절해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6. 이슬이 2006/05/04 21: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