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분류없음 2024/10/04 12:12

"산다는 것은"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유툽에 있다. 참 좋은 세상. 처음 몇 개의 클립을 시작할 때마다 지겹게 반복하던 커머셜 광고도 점차 사라지다가는 결국에는 영 나오지 않아 보기에 더욱 좋았다. 1993년 서울방송 (SBS) 에서 방영했고 김수현 극본, 곽영범 연출작이다. 원미경, 남성훈, 유호정, 이재룡, 김혜선, 박순천 등 김수현 작가께서 좋아하는 분들이 모두 등장하신다. 아, 윤여정 선생님도 출연하신다. 중간에 빠진 클립이 몇 개 있는 것 같기도 하나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에 거북할 정도는 아니다.  

 

열 일곱 살에 어린 동생 셋 (맹상훈, 김혜선, 유호정) 과 함께 세상에 내던져진 원표 (원미경) 가 큰아버지, 큰어머니 (김영옥) 댁에 들어가 사촌 언니 (이효춘) 의 갖은 행패와 텃새, 고생을 겪으며 성장하여 결국 그럭저럭 먹고살만해진다는 이야기이다. 식모살이로 들어간 집에서 모시게 된 사장님 (전양자) 의 도움과 격려로 야간고등학교를 마치고 사장님의 남동생이던 오빠 (남성훈) 를 흠모하며 어른이 되었다. 공부를 하여 성공하길 바라던 남동생, 정표 (맹상훈) 는 성질 탓으로 중학교를 마쳤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거칠게 성장했지만 누나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 걸핏하면 아내 (박순천) 를 구박하지만 그래도 그녀를 가장 애틋하게 사랑한다. 둘째딸이자 셋째인 숙표 (김혜선) 는 가난과 결핍이 싫어 스스로 꿈꿔온 세상에서 고고한 학처럼 살고 싶었으나 결국 음악과 유학의 길을 포기하고 간호대학에 진학, 간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병원에 온 국회의원 5선 (남일우) 집안의 아들 우진 (이재룡) 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우진 집안의 반대와 시어머니 (한영숙) 의 핍박으로 이혼을 결심하기에 이르나 결국 둘은 화해한다. 막내 딸 은표 (유호정) 는 수학교육을 전공한 대졸자이지만 몸이 약해 - 특히 콩팥 (신장) 이 좋지 않아 -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살림을 돕거나 근근이 과외벌이나 잔심부름을 한다. 그녀 곁을 6년이나 맴돌며 구애한 풍개 (박형준) 는 결국 은표와 결혼하고 은표의 시집 어른인 풍개의 엄마 (윤여정), 아빠 (김세윤) 는 은표의 성장과정을 다 이해하며 사랑으로 그녀를 아끼고 감싼다. 

 

이 사남매의 인생역정의 주변에 큰어머니 (김영옥) 댁 식구들인 사촌오빠 부부 (이호영, 김해숙), 사촌언니와 그녀의 딸이 등장해 다양한 양념을 더한다. 사업을 망해 미국으로 도피한 사촌 언니의 남편은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아내인 성표 (이효춘) 와 전화통화는 하는데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원표는얼핏 성공한 듯 보인다. 변두리이지만 서울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며 그 옆에는 남동생 정표가 사장으로 있는 밧데리 가게도 있다. 주로 차량 밧데리를 취급한다. 원표를 존경하며 따르는 식당 아저씨, 주방장 (이계인), 식당 아주머니들도 너댓 분 계시다. 그만하면 성공한 듯하다. 어느 정도 자리잡은 기사식당을 동생 정표와 사촌언니 성표에게 맡기고 분점을 준비 중이던 어느 날 밤, 전기누전으로 기사식당이 홀랑 타버린다. 보험은 들어놓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아니 이 시절에 보험은 사치였을 것이다.) 재마저 남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뒤 망연자실할 시간도 없다. 오똑 다시 일어난 원표는 "홍가네 냉면집"를 서울 시내 대로변에 차려내고 함께 일하던 모든 사람들을 불러모아 다함께 묵묵히 살아 나아간다.

 

비록 월세를 내는 남의 건물이지만 기사식당을 일구어 사장이 된 원표 (원미경) 의 극 중 나이는 서른 다섯 살 (35세) 이다. 문제어른으로 여전히 성질을 못 참는 정표 (맹상훈) 는 삼십 대 초반, 도도한 서울깍쟁이 간호사 숙표 (김혜선) 는 이십 대 중후반. 기껏해야 스물 여덟이나 됐을까. 막내 은표 (유호정) 는 대학을 막 졸업한 것으로 나오니 잘해야 스물 넷이다. 지금 시대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다들 너무 어리다. 하지만 대단하게 인생을 일궜고 잘해냈고 잘 살고 있다. 김수현 선생님께서 극본을 쓰셨고 드라마를 제작하던 팔십년 대 (혹은 구십년 대 초반) 배경으로 본다면 서른 다섯 살의 나이로 대가를 일구는 일이 결코 불가능하진 않았겠다 싶다. 하기사, 그 당시엔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직장을 구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을 졸업하면 졸업과 동시에 선생님으로 발령받아 스물 셋 나이에 선생님 소리를 듣는 일이 별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참으로 아득한, 밤하늘에 별을 바라보듯 아득하고 막연한 일들이다. 그런 감흥을 주는 드라마였다. 잘 봤다.

 

덧. 

- 사람들은 대부분 "표" 로 끝나는 돌림자를 쓰는 홍 씨 집안 사람들이다.  

- 은표 역의 유호정과 은표 언니 숙표 (김혜선) 를 사랑하는 우진 역의 이재룡이 같은 화면에 나오지만 서로 처제-형부 노릇을 하는 걸 보니 제법 웃겼다. 

- 우진 엄마 역의 한영숙 선생님은 벌써 돌아가셨다 (2006년 별세). 꽃개가 어릴 적에 즐겨보던 만화영화의 성우, 그리고 "아, 아아, 아으아, 아아" 로만 노래를 하던 드라마 "여인천하" 에서 열연하셨던 엄상궁.

- 윤여정 선생님의 젊은 시절 모습이 아주 잘 나온다. 김수현 작가도 곽영범 피디도 윤여정 배우를 참 좋아했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 씹던껌, 김해숙 선생님의 매우 젊은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 무엇보다 주인공 원표 역할로 "산다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시는 원미경 선생님의 한창 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 꽃개는 원미경 선생님을 잘 몰랐는데 몇 년 전엔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를 잘 보았으며 특히 "산다는 것은" 이 드라마를 보고난 뒤 그녀의 작품을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석우와 함께 나온 드라마 "아줌마" (2000) 가 유툽에 있다면 정주행할 의사가 있다.

- 서울사투리가 매우매우 많이많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쩐지 반가우면서도 어색하고 또 사실적이면서도 꿈결같은 그런 기분? 꽃개의 엄마께선 당신의 오빠인 꽃개의 외삼촌을 부르실 때 "어:빠" 비슷하게 발음하셨다. "오"도 아니고 "어"도 아닌 그 중간으로 약간 영어 발음의 장모음 슈와 shwa /ə:/ 발음이라고나 할까. 성표 (이효춘) 와 원표 (원미경) 가 "오빠"를 부를 때 정말이지 꽃개의 엄마께서 외삼촌을 부르시던 때와 똑같은 발음이 들려 깜짝 놀라면서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먼 곳에서 서울사투리를 정확하게 듣게 될 줄이야!

 

2024/10/04 12:12 2024/10/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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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리뷰

분류없음 2024/02/14 10:04

제목: 간만의 리뷰 

부제: 넷플릭스 연작 에일리어니스트를 보고 (약스포) 

 

 

요즘 넷플릭스에 푸-욱 빠져 있다. 달에 한 번 요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전혀 들춰보지 못했던지라 새세상이었다. 마치 뭐 맛있는 거 있나, 하며 유버잇츠를 들여다볼 때처럼 타고타고 가다보면 전혀 생각치도 못한 컨텐츠를 발견하기도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가구야 공주 이야기 (The Tale of the Princess Kaguya, 2013)"를 찾았을 때처럼 뛸 듯이 반가운 것도 있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국민학교 초등학교 시절 옆집의 옆집에서 빌려본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한 권이던 일본 전래동화 편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영화의 결말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한동안 헤아릴 수 없는 아련함에 시달렸다.

 

에일리어니스트 (The Alienist) 도 이러다가 발견한 아이템 가운데 하나였다. 딱히 평소에 관심을 두던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쉬웠던 던 나를 붙들어 맨 것은 그 제목, 타이틀이었다. "에일리어니스트” 는 19 세기에 쓰이던 터미놀로지로 말 그대로 "에일리언 (외부에 연결된 사람; 다른 세계의 존재; 타자)" 을 연구하던 사람을 일컫는다. 에일리언이라 함은 19세기에 외계인이 지구 밖에서 왔을 리는 만무하니 말그대로 외부와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정신질환" 자를 일컫는다. 요즘도 "에일리언" 은 쓰이는 듯하지만 "에일리어니스트" 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대신 "심리학자 (psychologist)" 라는 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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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외국인이 학위를 수여하는 고등교육 기관에 다니거나 합법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거주등록을 하고 신분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때 신분증으로 발행하는 것이 ARC (Alien Registration Card) 였다. 지금은 RC (Residence Card) 로 불리운다. 최근에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외국인등록번호 (A-number) 라는 말을 아직도 쓰지만 문서상에 대놓고 기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구어로, 업계 용어 (잘곤; jargon) 로 광범위하게 쓰이고는 있다. 아마도 몇 년 뒤엔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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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를 보자마자 십년 전 쯤에 보았던 영화 "히스테리아 (Hysteria, 2011)" 가 생각났다. 불안정한 감정의 파고 (주로 여성들에게서 나타나는) 를 겪는 여성들을 설명하기에 마땅한 것이 없던 빅토리아 시대, 그들을 치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히스테리아". 사실인지 아닌지 나로선 규명할 도리가 없지만 상당히 그럴싸해 보이던 이야기였다. 정신적-신체적 질병이던 히스테리아를 다뤄내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만 있는 자궁을 다스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 자궁을 (사실은 질이나 외음부를) 직접 손으로 마사지하여 환자의 고통을 (?) 완화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바이브레터가 개발됐다. 의사들의 손목이 남아나질 않아서. (믿어나 말거나) 어쨌든 20세기 후반 APA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의 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에서 없어질 때까지 히스테리아는 “정신질환” 이었다.

 

 

에일리어니스트 (The Alienist) 에서도 여성들의 분투가 나온다. 코르셋을 입지 않겠다는 여주 (사라 하워드 Sara Howard, 다코타 패닝 Dakota Fanning 이 연기했다) 가 코르셋을 벗을 때 그녀의 등에 깊이 각인된 코르셋 자국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뉴욕경찰 최초의 여성직원 (바닥 청소하는 사람을 빼고) 이던 여주인공, 사라를 성희롱하는 남자 경찰들과 그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일하는 사라. 서프라제 피켓을 앞세우며 여성의 권리를 외치고 공권력의 폭력에 맞서는 여성들. 일과 사랑에서 무엇을 택할지 양자택일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뇌하는 여주인공. 생각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여자였다. 

 

 

에일리어니스트가 더욱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들 모두 "결핍" 과 "트라우마" 를 겪어냈고 살아남았고 여전히 그 상처와 싸우며 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다. 어릴 적 주양육자에게서 학대 혹은 방치를 겪으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insecure attachment) 사람들이 서로 보듬거나 혹은 서로 상처를 후벼파면서 하지만 결국엔 연대를 만들어내는 (fruitful partnership) 과정이 보기에 좋았다. 

 

에일리어니스트는 소설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인지 플롯도 대단히 탄탄하고 싱겁게 흘러가지 않는다. Caleb Carr 의 소설 두 권 The Alienist 와 Angel of Darkness 가 각각 시즌 1 과 시즌 2의 베이스가 되었다. 소설을 쓴 작가의 배경 탓인지 역사적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도 교묘하게 잘 융합되어 있어서 보는 동안 깜짝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거나 시대를 무시하고 인물을 끌어쓴 일들이 많았다. 요즘 친구들이 보면 간혹 헷갈리겠다 싶다. (아 나는 왜 드라마를 다큐로 받는 걸까)

 

 

덧붙이자면 극 중 에일리어니스트, 라즐로 크라이슬러를 연기한 다니엘 브륄 (Daniel Brühl)은 영화 "굿바이 레닌" 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던 알렉스였다. 어디서 많이 본 양반인데 대체 누구지, 찾아보곤 반갑기도 하고 2004년인가 2005년인가 극장에서 놓친 "굿바이 레닌"을 보기위해 불법다운로드를 감행했던 기억이 나 상념에 젖었다. 벌써 이십 년이 지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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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덧: 극 중 라즐로 크라이슬러는 오페라 광이다. 토론토에 온 뒤 파트너와 꽃개 또한 오페라를 사랑하게 되어 연간 3 - 4 편은 항상 관람하곤 하는데 지난 2월 4일 돈 지오반니 (Don Giovanni, Mozart) 를 본 뒤에 에일리어니스트를 보니 마침 돈 지오반니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낯설지 않다. 시즌 1 에피소드 10 편에 나온다. 결국 죄지은 자는 지옥으로 간다는 권선징악 메타포일까. 경찰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한 설정 (18세기에 창작된 오페라이지만 19세기에도 여전히 획기적인 무대장치, 펑- 하고 연기가 나면 귀신들이 나오는) 으로 쓰인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근대적인 메타포같아 잠깐 따분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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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등록증 견본 사진은 구글에서 퍼왔고 나머지는 IMDb 에서 가져왔다. 

 

 

 

 

 

2024/02/14 10:04 2024/02/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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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에대해

분류없음 2023/11/11 14:39

빈대 (bedbugs)

 

빈대는 느리다. 바퀴벌레나 개미처럼 재빨리 혹은 쉼없이 움직이지 않는 편이다. 바퀴벌레는 발견했을 때 흠칫 놀라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지는 반면 빈대는 잠깐 케미컬 스프레이를 가져와 돌아와도 발견된 그 언저리에 있다. 서로 어리둥절하다. 날개가 없으니 날 수도 없다. 다리에 빨판이 있어 잘 기어오르고 내리면서 중력을 이용하는 재주도 없다. 다리 끝은 갈퀴 모양이라서 그 갈퀴를 사물의 홈에 걸어 이동한다. 따라서 아무 홈이 없는, 갈퀴를 걸 수 없는 매끈한 표면 위의 빈대는 당황한다. 반대로 미세한 홈이 아주 많은 옷이나 이불 따위 등에서 빈대는 잘 걷거나 매달려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빈대는 자주 이동하는 편은 아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면 말이다.

 


빈대는 꽉 끼는 조이는 듯한 환경을 좋아한다. 빛이 없는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선선한 기운을 좋아한다. 텅텅 빈 곳, 볕이 드는 환한 곳, 열감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는 곳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빈대는 움직이는 사람의 몸에 특히 여름철 사람의 몸에는 잘 들러붙지 않는다. 빈대 입장에선 사람의 체온이 뜨겁기 때문이다. 대신 사람의 외투나 가방 따위에 그들의 갈퀴를 이용해 들러붙는다. 이동수단이다.

 


빈대는 숙주 곁에 서식한다. 만약 사람이 숙주라면 움직임이 적고 체온이 떨어진 "사람이 잠든 사이에" 나타나 흡혈한다. 적어도 세 군데 이상 일렬로 흡혈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breakfast, lunch and dinner (아침점심저녁)" 라는 씁쓸한 슬랭이 있다. 빈대가 여러군데를 물어뜯는 이유는 정확히 혈관을 찾아내는 지능이 없기 때문, 모기처럼 흡혈에 용이한 주둥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번 먹을 때 배불리 먹고자 하는 습성 때문이다. 빈대는 모기와 달리 암수 구분없이 흡혈하고 한 번 배불리 먹으면 어지간해선 며칠동안이고 다시 식사를 위한 힘든 길에 나서지 않는다. 만일 이틀 혹은 사나흘 연달아 물렸다면 성충 빈대가 한 마리 이상 있을 수 있다. 



빈대는 청소를 안한다. 자기 주변 정리를 안한다. 탈피를 하고 배설을 하고 알을 낳고 모두 흔적을 남긴다.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빈대는 오로지 동물의 피만 먹기 때문에 주변 청소를 하지 않고 자기 주변을 돌보지 않는 것이지 게을러서 그렇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그것이 빈대이니까. 상대적으로 다른 곤충에 비해 그렇다고 한다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또 하나, 빈대의 흔적이 심한 경우, 독특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damp smell", 이른바 지하실 냄새? 라는데 이게 대체 뭔 냄새인지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한다. 



빈대는 도메스틱 용도로 쓰는 해충용 케미컬에 잘 죽지 않는다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빈대에 직접 스프레이를 분사하면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분사해야 한다. 한 통 다쓴다. 문제는 대낮에, 사람 눈에 띄어, 나를 죽여라, 대기하는 빈대를 만나는 일이다. 참으로 드물다. 만약 그렇다면 방금 내 옷이나 가방에 묻어 집에 들어온 어리둥절한 빈대이거나 이미 아웃브레이크 상태라는 말일텐데 차라리 전자였기를 바랄 뿐이다.



빈대는 다른 해충처럼 깨끗하고 청결한 인간의 환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청결한 데다가 뜨거운 열기가 자주 느껴지는 곳이라면 빈대는 차라리 이동을 시작한다.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불빨래와 청소를 자주하고 스팀기 침구소독을 정기적으로 하면 좋다. 다중시설을 이용한 뒤 집에 돌아와 여전히 빈대가 걱정이라면 옷가지를 벗어 건조기에 넣고 뜨거운 열로 20 분 이상 돌린다. 빈대는 bleach (블리치: 표백제, 락스) 청소에 취약하다. 온 집안을 락스로 문질러 닦은 뒤 창문을 꼭 닫아 놓으면 빈대는 죽거나 윗집 혹은 옆집으로 사활을 건 이동을 감행한다. 빈대는 알콜에도 취약하다. 하지만 빈대를 잡기 위해 알콜을 온 집안에 바를 때엔 조심해야 한다. 불이 날 수 있다.  "신나" 로 알려진 paint thinners 도 빈대를 죽인다. 하지만 방독면을 써야 할 거다.

 


빈대는 몇 가지 종류의 냄새를 싫어한다고 알려졌다. 라벤더나 민트 향은 이렇게 알려진 냄새 가운데 대표적이다. 실제로 라벤더나 민트를 이용한 레펄먼트를 개인들이 만들어 쓰기도 하고 여행시 가지고 다니며 매트리스 주변에 뿌리는 사람들도 있다. 신혼여행을 빈대로 망친 뉴스가 바이럴을 탄 뒤에 이런 팁들이 많이 돌았다. 또 다른 예로는 바퀴벌레나 몇 몇 개미들이 빈대의 알을 먹는다고 알려졌는데 이것은 딱히 고려할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

꽃개가 캐나다에 와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로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베드버그에 대해 교육도 받고 교육을 하기도 하고 실제 직장에서 아웃브레이크를 겪기도 하고 예방을 위해 혹은 집에 들여오지 않기 위해 애썼던 일들이 떠올라 정리해 보았다. 끝. 

 

 

2023/11/11 14:39 2023/11/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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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노동

분류없음 2022/11/27 07:18
지금 스맛폰에서 쓰고 있다. 저장이 될지 업뎃이 될지 모르겠다. 다 쓰고 나면 알게 되겠지. 한국을 떠난 게 2008년이니 십 년도 훌쩍 넘었다. 소녀시대가 한창 일 때였지만 그 때는 소녀시대가 그렇게 큰 존재들인지 잘 몰랐다. 그 해에 결혼한 남동생에겐 초등학교 육학년이 된 딸과 이학년 아들이 있단다. 무심한 막내고모는 그들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 미안한 마음이 상당하다. 그런데 몇 개월 전 간신히 연락이 닿은 꽃개 엄마가 그 아이들 밥을 차려주느라 바쁘다고 하시는데 대단히 복잡한 심경이었다. 아 우리 엄마는 그 나이가 되어서도 타인의 밥상을 책임져야 하는구나. 엄마의 일은, 엄마가 되거나 아내가 된 여성의 일은 끝이 없다. 타인을 위한 그들의 노동은 끝이 없다. 얼마전 온타리오 초중고 교사들이 파업을 선언한 바람에 온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던 일이 있었다. 온 사회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둔, 하지만 학교 외에 아이를 맡길만 한 데가 없는 노동계급 엄마노동자들에게 그야말로 암담한 국면이었다. 꽃개도 다소간에 암담했다. 몇몇 중요 팀원들이 "엄마" 들인데 이들이 한꺼번에 빠지면 커버리지를 구해도 타격이 크다. 회사에서는 일시적으로 규정을 완화하여 패밀리캐어데이를 그 상황에 적용하여 주었다. 원래 패밀리케어데이는 정규직원의 가족이 아파서 그들을 돌보느라 일할 수 없을 때 쓸 수 있는 유급휴무이다. 뭐 그래도 어쩌겠는가. 교사노동자들의 파업도 엄마노동자들의 휴무도 당연히 모두 존중받고 지지받아야 하는 일들이다. 그런데 아빠들은? 아빠직원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엄마노동자들은, 엄마노동자들을 둔 매니저는 눈이 와도, 파업을 해도, 초등학교에 뭔 일이라도 생기면 신경쓸 일이 많다. 해답은 없지만 그래도 엄마노동자들을 많이 뽑고 결국에는 엄마노동자들이 아빠노동자를 전부 대체해버리면 그 신경써야할 일들이 디폴트가 되니까 해답이 자연스레 나오지 않을까.
2022/11/27 07:18 2022/11/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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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발행가능

분류없음 2022/11/21 08:51

하하. 드디어 글쓰기가 되는구나.

마지막에 글쓴 것이 2020년 8월이고 전화기를 LG K61로 바꿨다는 내용. 그 뒤로 몇 차례 한글로 끄적인 내용들을 업데이트하려 하였으나 때마다 저장이 되지 않는다는 글리치 탓에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였다. 

아,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2020년 말에 승진하여 관리자 레벨에 들어섰고,

승진하자마다 주말에 하던 파트타임 수퍼바이저 잡을 그만 두었다 (컨트랙트 연장을 포기하였다). 

산업안전관리위원회 사측위원이 되었고, 

2021년 말에는 회사에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였지만 원치 않던 시류에 휩싸여Acting Manager 역할을 하다가 

2022년 4월엔 Program Manager 가 되었으며

산업안전관리위원회 사측위원을 계속 유지 (yuji)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8월에 전화기를 구글픽셀폰으로 바꿨다.

회사에서 주는 전화기는 삼성 갤럭시를 쓰고 있으며 아직도 아이폰 안쓰니라고 묻는 동료들에게 그러게 말이야 라고 대답하고는 있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었지만 계획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파트너는 학부를 숨마쿰라우데로 졸업한 뒤 엄청난 장학금을 받고 석사과정을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파트너의 그레쥬에잇 기간에는 한국 방문이 어려울 전망이다. 

얼굴색이 나와 유사한 자가 나의 보스 (프로그램 디렉터)이다. 우리 회사 유일의 Women, BIPOC (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r) 디렉터. 하지만 이이는 캐나다에서 나고 나랐고 본인을 "캐나디안" 으로 정의하는 바 이이를 이스트 아시안으로 정체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꽃개는 우리 회사에서 유일한 이스트 아시안 매니저이다. 인종차별은 조금 더 세련되고 그리고 아주 섬세하리만치 교묘하다. 매니저가 되어보니 더 잘 알겠고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 부분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다소 억울하고 때론 분하지만 어쩌겠는가. 얼굴색을 뜯어고칠 순 없지 않은가. 강한 억양과 브로큰 잉글리시가 당장에 변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말이다. 

 

2022/11/21 08:51 2022/11/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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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업글

분류없음 2020/08/29 07:28

꼭 코비드일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업무량 가운데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 있는 회사들이나 이 곳에서도 아이티/ 금융 분야 회사들은 벌써부터 도입한 것들일텐데 이제 비영리 분야에도 스멀스멀 확산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궂이 따지자면 비영리 분야에서도 병원을 빼고는 덩치가 제법 큰 편인데도 이십세기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꽃개가 2008년 2월까지 한국에서 일을 했으니까. 가만 있자, 언제냐, 그게... 어쨌든 이메일 팩스를 쓰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회사는 작년까지도 아날로그 팩스를 썼다. 그런데 원성이 자자해서 다시 아날로그 팩스로 돌아갈 분위기. 클라이언트 정보, 가령 생년월일과 이름 등을 담고 있는 것은 이메일로 소통해서는 안된단다. 고치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컨피덴셜리티/ 프라이버시). 내 생각엔 PDF 로 저장해서 이메일을 보내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데 만의 하나라도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복지부동. 속도가 느리고 개선, 진보의 흐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여 있다.  

 

어쨌든 올해부터는 좋든 싫든 자동화할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 가령 미팅도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로 한다. 줌은 쓰지 못한다. 클라이언트 정보 어쩌구저쩌구 역시 그 "보안" 때문이다. 나는 MS 상품의 보안성이 뛰어나다거나 보다 안정적이라는 생각과 경험을 해 본적은 없는데 전문가들은 다른 모양이다. 회사에서는 반드시 코비드일구 때문만은 아니라고 어차피 예정되어 있었던 거라고 다만 그 추진속도가 빨라진 것 뿐이라는데 글쎄... 예전에는 HR 파트의 사람들이 다하던 일도 각각의 프로그램들에 직접 접속하여 고용인 스스로 입력한다. 매니저는 그들의 입력사항을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뒤 승인한다. 사인한 서류를 내고 결재하고 파쇄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시프트/ 스케쥴도 그것만 전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오늘 몸이 아파서 씩데이 (sick day: 병가?) 를 쓴다 해도 프로그램을 통해 처리한다. 하지만 이 때는 여전히 매니저에게 전화나 텍스트를 보내야 하니 두 번 일을 해야 한다. 

 

말이 길어졌다. 각설하고 도합 다섯 개 정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아야 한다. 깔았다. 나의 올드패션드한 폰이 버거워하고 있음을 느꼈다. 꽃개가 쓰는 폰은 16 기가바이트 저장용량에 3 기가 램의 성능을 지녔다. 요즘 누가 이런 걸 쓰나 할 거다. 삼성은 역시 마케팅을 화끈하게 한다. 새 폰을 마련하기 위해 들리는 곳마다 삼성폰을 쓰라고 난리다. 꽃개는 꽃개 본명으로 폰을 만든 뒤로 삼성폰을 쓴 적이 없다. 꽃개만의 작은 소신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온 뒤로 그 소신이 흔들린다. 중국 전화는 아직 쓸 용기가 안 나고 아이폰과 같은 일명 "명품" 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노키아나 모토롤라 같은 약간 똘끼가 느껴지면서 아웃사이더 같은 게 좋다. 이제는 LG 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바일 시장에 한해 본다면 LG는 아무런 전략이 없어 보인다. "방망이 깍는 노인" 같은 이미지랄까. 벨벳을 내놓고 바로 벨벳 뒤통수를 치는 유사스펙 저가폰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확실히 물량공세를 퍼부어서 벤더/ 리테일러 등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들에게 "LG 폰 사세요" 라는 푸시를 하지도 않는다. 하지 않는 것이냐, 못하는 것이냐. 그래서 갑자기 LG 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똘끼충만한 아웃사이더. 

 

2020/08/29 07:28 2020/08/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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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일구

분류없음 2020/05/22 13:42

아 정말 간만이구나. 이곳은 그대로인데 모든 것은 변했다. 꽃개가 지금 사는 곳에선 코비드나인틴이라 하고 한국에선 코비드일구라고 하니 한우자리 꽃개는 코비드일구라 해야겠다. 

 

코비드일구가 한국에서 페이션트 31 을 위시로 들불처럼 번질 때 - 그러니까 아마도 2월 말이었던 것 같은데 회사 사람들과 꽃개 주변 사람들은 뉴스를 볼 때마다 꽃개를 쳐다보았다. 꽃개는 그냥 말없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2월 27일, 코비드일구와 관련지어 첫 프로시져 도입 전체메일을 보냈다. --- 클라이언트 스크리닝에 관한 것이었는데 "최근에 중국 우한 지방을 여행하신 적이 있습니까? " "중국, 한국, 이란에서 여행 후 돌아오셨습니까?" 등의 질문. 맙소사. 결국 중국과 이란 같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그런데 곰곰이 한국발 뉴스를 살펴보니 매우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공격적인 테스트와 그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할 꼼꼼한 역학 조사...

 

역시나 한국인 교회에 다니며 유투브를 사랑하시는 나이드신 한국인 동료께서 한 말씀 하셨다. "요즘 한국사람인 게 증말 챙피해. 아휴 그냥. 문재인 되고나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저게 뭐야. 요즘엔 그냥 중국사람이라고 하고 다닐까봐." 꽃개는 단호하게 한 말씀 드렸다. "걱정마세요. 딱 한 달 뒤에 보세요. 잠자코 계시다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한 번 보세요. 딱 한 달만 있어 보세요." 그 분의 표정은 정말 벙찌다는, 아니 뭐 저런 도그문빠가 다 있어. 

 

한 달 뒤에 의기양양하게 나타난 이 분. 사람들에게 메이드인코리아 마스크를 종류별로 자랑하며 뭐든지 메이드인코리아가 좋다고 으쓱대고 계셨다. 그렇다. 한국 정부가 정말 잘하고 있다. 코비드일구 대처능력만큼은 한국 정부가 짱이다. 최고다. 할 수만 있다면 금박을 잔뜩 박아 표창장을 드리고 싶은. 무엇보다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계신 헬스케어 종사자들, 케어기버들에게 격렬한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짝짝짝.  

 

꽃개도 나름대로 전선에서 싸우다보니 벌써 두 번이나 테스트를 받았다. 모두 네가티브. 유일하게 FAIL 해야만 기쁜 테스트 - 코비드일구 테스트. 

 

이제 정말로 격이 다른 새로운 노멀 시대 (new normal era) 가 다가온다. 악수도, 허그도, 얼굴을 부비는 인사도 이젠 영영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분기별로 호텔 볼룸을 빌려 전체 스탭이 모여 인사하고 음식을 나누던 (우린 이것을 시니어매니지먼트의 장기자랑이라고 불렀다) 전체 스탭 미팅도 과거의 것으로 되어버렸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팀스가 그 자릴 대신한다. 줌은 보안문제 때문에 쓰면 안된단다. 한 달에 한 번 팀 회의도 2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호기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스카보로 헬스네트워크 팀과 콜라보도 준비했는데 모두 모두 ------- 중단됐다. 언제 복구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코비드십구, 라고 했다가 코비드일구로 고쳤다. 한국에선 십구보다 일구를 선호하는 모양이다. 이천십구년 (2019)을 그럼 이공일구년이라 부르는지...? 고친날 8월 28일 

 

2020/05/22 13:42 2020/05/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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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분류없음 2019/03/21 00:12

봄이 오는데 봄이 오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여전히 춥지만 출근길 겨울옷은 다소 민망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짝꿍이 며칠째 아프다. 감기 골골. 무엇을 해드려야 하는지 난감하다.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잘 관찰하고 그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늘 생각만 앞선다. 

 

 

얼마전 잠자리에서 저는 왜 순대랑 떡볶이 같은 것만 먹고 싶은 걸까요. 그거 말고는 아무 것도 먹고 싶은 게 없어요 , 라고 했더니 짝꿍께서는 아무래도 향수병인 것 같다고 하신다. 순대랑 떡볶이를 가끔 먹어도 고대하고 고대한 그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 맞아맞아. 향수병인 것 같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신 편지. 어머니께서 편지를 보내셨다. 항공우편으로 한국에서 날아온 편지. 답장을 쓰고 있는데 마음이 영 편하지 않다. 왜 그런 걸까. 

 

 

나는 아무래도 많이 생각하는 (overthinking) 버릇 때문에 뭔가를 망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이 또한 많이 생각하는 탓이리라. 

 

 

아침에 일어나 하근찬의 수난이대를 다시 읽었다. 영어로 된 것을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갑자기 바로 읽고 싶은 욕구가 들어 그냥 한국어로 된 것을 읽었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단막극처럼 만든 것을 텔레비젼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유툽에 있을까. 한 번 찾아봐야 겠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전할까.

 

 

대단히 오랫만에 접속한 진보넷 블로그. 여전해서 좋구나. 

 

 

 

2019/03/21 00:12 2019/03/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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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제안

분류없음 2019/01/12 13:23
사회복지사업을 공동으로 창업하자는 제안을 근래에 벌써 두 번이나 들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에게 각각 한 번. 둘 다 공통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민온 지 이십 년이 넘었으며 여전히 프론트라인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 중년 여성, 무슬림 백그라운드, 엑셀-인터넷 등 컴퓨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고 시청과 주 정부 등 정책 입안 및 담당자를 다루는 일에 취약하다. 이 뿐인가. 페이퍼웍에도 익숙지 않아 곧잘 문법 에러와 단어선택 실수를 노출한다. 공문서 작성과 클라이언트 케이스 노트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회계 및 어카운팅의 기본인 북키핑조차 할 줄 모른다. 하지만 가난하고 병들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이용하여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그 요령은 알고 있는 것 같다. NPO (Non Profit Organization) 를 만들고 모기지로 집을 사서 장사를 시작하자는 것 같은데 꽃개의 어떤 점을 보고 그런 제안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긴, 꽃개는 컴퓨터도 잘하고 문서수발도 잘 들고 어카운팅도 기본적인 것은 한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일도 문제 없이 해낸다.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 케어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니 실수도 적다. 대개 아프리칸 출신의 닳고 닳은 사람들은 혹은 자국에서 상류층으로 살던 사람들은 아시안들을 많이 얕잡아 본다. "차이니즈들은 개같이 일한다" 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돈만 주면 부려먹기 쉽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꽃개에게 그런 (씨알도 안먹히는) 제안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좀 많이 웃겨서 화장실에 가서 실컷 웃었던 일이 떠올라서 여기에 남겼다.
2019/01/12 13:23 2019/01/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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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의증거

분류없음 2018/12/14 00:21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검안 (시력검사, 녹내장, 백내장 검사 등 눈에 관한 모든 검사 포괄) 받을 것을 권유받고 한 달 뒤로 약속을 잡은 다음 다시 클리닉에 들렀다. 이것저것 검사한 뒤에 리딩글라스를 쓰라는 처방전을 받았다. 

 

약 일 년 전부터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눈이 침침해졌음을 알게 됐고 가까스로 참고 견디는 중이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쓸 때는 모니터가 부담스러워 크롬인코그니토 모드로 해놓는 때가 많다. 남들은 보안 때문에 그러는 거구나 하고 좋게 (?) 평가해주지만 사실은 눈이 부담스럽다고... 

 

다행히 다른 증상은 "아직" 없다. 저혈압도 많이 좋아진 편이고 체중이 늘지 않아 약간 우려스럽기는 해도 "큰" 일은 없다. 

 

물건도 오래 쓰면 닳고 본래의 성능과 기능을 잃는다. 당연하다. 연장을 사십 년 이상 썼으니 마모될 때도 한참 되긴 됐다. 원래부터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없거나 희미할 감회들, 혹은 결이 전혀 다른 느낌을 이제 곧 안경을 써야 할 - 그것도 노안 때문에 - 시점에 깨닫게 되는 것 같아서 약간은 씁쓸하다. 그러나 뭔가를 느끼거나 깨닫게 되려면 "절대시간" 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되었다면 약간의 성과... 라고 할까?

 

* 캐나다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나은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검안 (eye exam) 은 기본 의료 보험에 해당하지 않는다. 꽃개는 다행히 회사 보험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 정규직 베너핏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 가외의 돈을 지불해야 하고 이런 점은 치과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저소득계층의 건강이 좋을 턱이 없다. 국민통합건강보험 시스템을 마련한 김대중 대통령과 그 시대의 사람들은 시대를 앞서간 현자들이었다. 

2018/12/14 00:21 2018/12/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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