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노동

분류없음 2022/11/27 07:18
지금 스맛폰에서 쓰고 있다. 저장이 될지 업뎃이 될지 모르겠다. 다 쓰고 나면 알게 되겠지. 한국을 떠난 게 2008년이니 십 년도 훌쩍 넘었다. 소녀시대가 한창 일 때였지만 그 때는 소녀시대가 그렇게 큰 존재들인지 잘 몰랐다. 그 해에 결혼한 남동생에겐 초등학교 육학년이 된 딸과 이학년 아들이 있단다. 무심한 막내고모는 그들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으니 미안한 마음이 상당하다. 그런데 몇 개월 전 간신히 연락이 닿은 꽃개 엄마가 그 아이들 밥을 차려주느라 바쁘다고 하시는데 대단히 복잡한 심경이었다. 아 우리 엄마는 그 나이가 되어서도 타인의 밥상을 책임져야 하는구나. 엄마의 일은, 엄마가 되거나 아내가 된 여성의 일은 끝이 없다. 타인을 위한 그들의 노동은 끝이 없다. 얼마전 온타리오 초중고 교사들이 파업을 선언한 바람에 온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던 일이 있었다. 온 사회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을 둔, 하지만 학교 외에 아이를 맡길만 한 데가 없는 노동계급 엄마노동자들에게 그야말로 암담한 국면이었다. 꽃개도 다소간에 암담했다. 몇몇 중요 팀원들이 "엄마" 들인데 이들이 한꺼번에 빠지면 커버리지를 구해도 타격이 크다. 회사에서는 일시적으로 규정을 완화하여 패밀리캐어데이를 그 상황에 적용하여 주었다. 원래 패밀리케어데이는 정규직원의 가족이 아파서 그들을 돌보느라 일할 수 없을 때 쓸 수 있는 유급휴무이다. 뭐 그래도 어쩌겠는가. 교사노동자들의 파업도 엄마노동자들의 휴무도 당연히 모두 존중받고 지지받아야 하는 일들이다. 그런데 아빠들은? 아빠직원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엄마노동자들은, 엄마노동자들을 둔 매니저는 눈이 와도, 파업을 해도, 초등학교에 뭔 일이라도 생기면 신경쓸 일이 많다. 해답은 없지만 그래도 엄마노동자들을 많이 뽑고 결국에는 엄마노동자들이 아빠노동자를 전부 대체해버리면 그 신경써야할 일들이 디폴트가 되니까 해답이 자연스레 나오지 않을까.
2022/11/27 07:18 2022/11/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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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발행가능

분류없음 2022/11/21 08:51

하하. 드디어 글쓰기가 되는구나.

마지막에 글쓴 것이 2020년 8월이고 전화기를 LG K61로 바꿨다는 내용. 그 뒤로 몇 차례 한글로 끄적인 내용들을 업데이트하려 하였으나 때마다 저장이 되지 않는다는 글리치 탓에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였다. 

아, 그간 무슨 일이 있었나. 

2020년 말에 승진하여 관리자 레벨에 들어섰고,

승진하자마다 주말에 하던 파트타임 수퍼바이저 잡을 그만 두었다 (컨트랙트 연장을 포기하였다). 

산업안전관리위원회 사측위원이 되었고, 

2021년 말에는 회사에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였지만 원치 않던 시류에 휩싸여Acting Manager 역할을 하다가 

2022년 4월엔 Program Manager 가 되었으며

산업안전관리위원회 사측위원을 계속 유지 (yuji)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8월에 전화기를 구글픽셀폰으로 바꿨다.

회사에서 주는 전화기는 삼성 갤럭시를 쓰고 있으며 아직도 아이폰 안쓰니라고 묻는 동료들에게 그러게 말이야 라고 대답하고는 있다.

지난 여름에 한국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었지만 계획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파트너는 학부를 숨마쿰라우데로 졸업한 뒤 엄청난 장학금을 받고 석사과정을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파트너의 그레쥬에잇 기간에는 한국 방문이 어려울 전망이다. 

얼굴색이 나와 유사한 자가 나의 보스 (프로그램 디렉터)이다. 우리 회사 유일의 Women, BIPOC (Black, Indigenous, and people of color) 디렉터. 하지만 이이는 캐나다에서 나고 나랐고 본인을 "캐나디안" 으로 정의하는 바 이이를 이스트 아시안으로 정체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꽃개는 우리 회사에서 유일한 이스트 아시안 매니저이다. 인종차별은 조금 더 세련되고 그리고 아주 섬세하리만치 교묘하다. 매니저가 되어보니 더 잘 알겠고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 부분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다소 억울하고 때론 분하지만 어쩌겠는가. 얼굴색을 뜯어고칠 순 없지 않은가. 강한 억양과 브로큰 잉글리시가 당장에 변할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말이다. 

 

2022/11/21 08:51 2022/11/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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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업글

분류없음 2020/08/29 07:28

꼭 코비드일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업무량 가운데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 있는 회사들이나 이 곳에서도 아이티/ 금융 분야 회사들은 벌써부터 도입한 것들일텐데 이제 비영리 분야에도 스멀스멀 확산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궂이 따지자면 비영리 분야에서도 병원을 빼고는 덩치가 제법 큰 편인데도 이십세기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꽃개가 2008년 2월까지 한국에서 일을 했으니까. 가만 있자, 언제냐, 그게... 어쨌든 이메일 팩스를 쓰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회사는 작년까지도 아날로그 팩스를 썼다. 그런데 원성이 자자해서 다시 아날로그 팩스로 돌아갈 분위기. 클라이언트 정보, 가령 생년월일과 이름 등을 담고 있는 것은 이메일로 소통해서는 안된단다. 고치거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컨피덴셜리티/ 프라이버시). 내 생각엔 PDF 로 저장해서 이메일을 보내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은데 만의 하나라도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 복지부동. 속도가 느리고 개선, 진보의 흐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고여 있다.  

 

어쨌든 올해부터는 좋든 싫든 자동화할 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 가령 미팅도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로 한다. 줌은 쓰지 못한다. 클라이언트 정보 어쩌구저쩌구 역시 그 "보안" 때문이다. 나는 MS 상품의 보안성이 뛰어나다거나 보다 안정적이라는 생각과 경험을 해 본적은 없는데 전문가들은 다른 모양이다. 회사에서는 반드시 코비드일구 때문만은 아니라고 어차피 예정되어 있었던 거라고 다만 그 추진속도가 빨라진 것 뿐이라는데 글쎄... 예전에는 HR 파트의 사람들이 다하던 일도 각각의 프로그램들에 직접 접속하여 고용인 스스로 입력한다. 매니저는 그들의 입력사항을 역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뒤 승인한다. 사인한 서류를 내고 결재하고 파쇄하는 과정이 사라졌다. 시프트/ 스케쥴도 그것만 전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 오늘 몸이 아파서 씩데이 (sick day: 병가?) 를 쓴다 해도 프로그램을 통해 처리한다. 하지만 이 때는 여전히 매니저에게 전화나 텍스트를 보내야 하니 두 번 일을 해야 한다. 

 

말이 길어졌다. 각설하고 도합 다섯 개 정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아야 한다. 깔았다. 나의 올드패션드한 폰이 버거워하고 있음을 느꼈다. 꽃개가 쓰는 폰은 16 기가바이트 저장용량에 3 기가 램의 성능을 지녔다. 요즘 누가 이런 걸 쓰나 할 거다. 삼성은 역시 마케팅을 화끈하게 한다. 새 폰을 마련하기 위해 들리는 곳마다 삼성폰을 쓰라고 난리다. 꽃개는 꽃개 본명으로 폰을 만든 뒤로 삼성폰을 쓴 적이 없다. 꽃개만의 작은 소신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온 뒤로 그 소신이 흔들린다. 중국 전화는 아직 쓸 용기가 안 나고 아이폰과 같은 일명 "명품" 에는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노키아나 모토롤라 같은 약간 똘끼가 느껴지면서 아웃사이더 같은 게 좋다. 이제는 LG 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모바일 시장에 한해 본다면 LG는 아무런 전략이 없어 보인다. "방망이 깍는 노인" 같은 이미지랄까. 벨벳을 내놓고 바로 벨벳 뒤통수를 치는 유사스펙 저가폰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확실히 물량공세를 퍼부어서 벤더/ 리테일러 등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들에게 "LG 폰 사세요" 라는 푸시를 하지도 않는다. 하지 않는 것이냐, 못하는 것이냐. 그래서 갑자기 LG 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똘끼충만한 아웃사이더. 

 

2020/08/29 07:28 2020/08/2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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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일구

분류없음 2020/05/22 13:42

아 정말 간만이구나. 이곳은 그대로인데 모든 것은 변했다. 꽃개가 지금 사는 곳에선 코비드나인틴이라 하고 한국에선 코비드일구라고 하니 한우자리 꽃개는 코비드일구라 해야겠다. 

 

코비드일구가 한국에서 페이션트 31 을 위시로 들불처럼 번질 때 - 그러니까 아마도 2월 말이었던 것 같은데 회사 사람들과 꽃개 주변 사람들은 뉴스를 볼 때마다 꽃개를 쳐다보았다. 꽃개는 그냥 말없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2월 27일, 코비드일구와 관련지어 첫 프로시져 도입 전체메일을 보냈다. --- 클라이언트 스크리닝에 관한 것이었는데 "최근에 중국 우한 지방을 여행하신 적이 있습니까? " "중국, 한국, 이란에서 여행 후 돌아오셨습니까?" 등의 질문. 맙소사. 결국 중국과 이란 같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그런데 곰곰이 한국발 뉴스를 살펴보니 매우 잘하고 있는 게 아닌가. 공격적인 테스트와 그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할 꼼꼼한 역학 조사...

 

역시나 한국인 교회에 다니며 유투브를 사랑하시는 나이드신 한국인 동료께서 한 말씀 하셨다. "요즘 한국사람인 게 증말 챙피해. 아휴 그냥. 문재인 되고나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저게 뭐야. 요즘엔 그냥 중국사람이라고 하고 다닐까봐." 꽃개는 단호하게 한 말씀 드렸다. "걱정마세요. 딱 한 달 뒤에 보세요. 잠자코 계시다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한 번 보세요. 딱 한 달만 있어 보세요." 그 분의 표정은 정말 벙찌다는, 아니 뭐 저런 도그문빠가 다 있어. 

 

한 달 뒤에 의기양양하게 나타난 이 분. 사람들에게 메이드인코리아 마스크를 종류별로 자랑하며 뭐든지 메이드인코리아가 좋다고 으쓱대고 계셨다. 그렇다. 한국 정부가 정말 잘하고 있다. 코비드일구 대처능력만큼은 한국 정부가 짱이다. 최고다. 할 수만 있다면 금박을 잔뜩 박아 표창장을 드리고 싶은. 무엇보다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계신 헬스케어 종사자들, 케어기버들에게 격렬한 사랑과 연대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짝짝짝.  

 

꽃개도 나름대로 전선에서 싸우다보니 벌써 두 번이나 테스트를 받았다. 모두 네가티브. 유일하게 FAIL 해야만 기쁜 테스트 - 코비드일구 테스트. 

 

이제 정말로 격이 다른 새로운 노멀 시대 (new normal era) 가 다가온다. 악수도, 허그도, 얼굴을 부비는 인사도 이젠 영영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분기별로 호텔 볼룸을 빌려 전체 스탭이 모여 인사하고 음식을 나누던 (우린 이것을 시니어매니지먼트의 장기자랑이라고 불렀다) 전체 스탭 미팅도 과거의 것으로 되어버렸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팀스가 그 자릴 대신한다. 줌은 보안문제 때문에 쓰면 안된단다. 한 달에 한 번 팀 회의도 2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호기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스카보로 헬스네트워크 팀과 콜라보도 준비했는데 모두 모두 ------- 중단됐다. 언제 복구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코비드십구, 라고 했다가 코비드일구로 고쳤다. 한국에선 십구보다 일구를 선호하는 모양이다. 이천십구년 (2019)을 그럼 이공일구년이라 부르는지...? 고친날 8월 28일 

 

2020/05/22 13:42 2020/05/2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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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분류없음 2019/03/21 00:12

봄이 오는데 봄이 오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여전히 춥지만 출근길 겨울옷은 다소 민망하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 

 

 

짝꿍이 며칠째 아프다. 감기 골골. 무엇을 해드려야 하는지 난감하다.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잘 관찰하고 그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늘 생각만 앞선다. 

 

 

얼마전 잠자리에서 저는 왜 순대랑 떡볶이 같은 것만 먹고 싶은 걸까요. 그거 말고는 아무 것도 먹고 싶은 게 없어요 , 라고 했더니 짝꿍께서는 아무래도 향수병인 것 같다고 하신다. 순대랑 떡볶이를 가끔 먹어도 고대하고 고대한 그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 맞아맞아. 향수병인 것 같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신 편지. 어머니께서 편지를 보내셨다. 항공우편으로 한국에서 날아온 편지. 답장을 쓰고 있는데 마음이 영 편하지 않다. 왜 그런 걸까. 

 

 

나는 아무래도 많이 생각하는 (overthinking) 버릇 때문에 뭔가를 망치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 이 또한 많이 생각하는 탓이리라. 

 

 

아침에 일어나 하근찬의 수난이대를 다시 읽었다. 영어로 된 것을 읽었으면 좋았겠지만 갑자기 바로 읽고 싶은 욕구가 들어 그냥 한국어로 된 것을 읽었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단막극처럼 만든 것을 텔레비젼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유툽에 있을까. 한 번 찾아봐야 겠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전할까.

 

 

대단히 오랫만에 접속한 진보넷 블로그. 여전해서 좋구나. 

 

 

 

2019/03/21 00:12 2019/03/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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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제안

분류없음 2019/01/12 13:23
사회복지사업을 공동으로 창업하자는 제안을 근래에 벌써 두 번이나 들었다. 그러니까 두 사람에게 각각 한 번. 둘 다 공통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민온 지 이십 년이 넘었으며 여전히 프론트라인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 중년 여성, 무슬림 백그라운드, 엑셀-인터넷 등 컴퓨터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고 시청과 주 정부 등 정책 입안 및 담당자를 다루는 일에 취약하다. 이 뿐인가. 페이퍼웍에도 익숙지 않아 곧잘 문법 에러와 단어선택 실수를 노출한다. 공문서 작성과 클라이언트 케이스 노트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회계 및 어카운팅의 기본인 북키핑조차 할 줄 모른다. 하지만 가난하고 병들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이용하여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그 요령은 알고 있는 것 같다. NPO (Non Profit Organization) 를 만들고 모기지로 집을 사서 장사를 시작하자는 것 같은데 꽃개의 어떤 점을 보고 그런 제안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긴, 꽃개는 컴퓨터도 잘하고 문서수발도 잘 들고 어카운팅도 기본적인 것은 한다. 경찰이나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일도 문제 없이 해낸다. 가장 중요한 클라이언트 케어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니 실수도 적다. 대개 아프리칸 출신의 닳고 닳은 사람들은 혹은 자국에서 상류층으로 살던 사람들은 아시안들을 많이 얕잡아 본다. "차이니즈들은 개같이 일한다" 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돈만 주면 부려먹기 쉽다고 여기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꽃개에게 그런 (씨알도 안먹히는) 제안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좀 많이 웃겨서 화장실에 가서 실컷 웃었던 일이 떠올라서 여기에 남겼다.
2019/01/12 13:23 2019/01/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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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의증거

분류없음 2018/12/14 00:21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검안 (시력검사, 녹내장, 백내장 검사 등 눈에 관한 모든 검사 포괄) 받을 것을 권유받고 한 달 뒤로 약속을 잡은 다음 다시 클리닉에 들렀다. 이것저것 검사한 뒤에 리딩글라스를 쓰라는 처방전을 받았다. 

 

약 일 년 전부터 책을 읽는 것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눈이 침침해졌음을 알게 됐고 가까스로 참고 견디는 중이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쓸 때는 모니터가 부담스러워 크롬인코그니토 모드로 해놓는 때가 많다. 남들은 보안 때문에 그러는 거구나 하고 좋게 (?) 평가해주지만 사실은 눈이 부담스럽다고... 

 

다행히 다른 증상은 "아직" 없다. 저혈압도 많이 좋아진 편이고 체중이 늘지 않아 약간 우려스럽기는 해도 "큰" 일은 없다. 

 

물건도 오래 쓰면 닳고 본래의 성능과 기능을 잃는다. 당연하다. 연장을 사십 년 이상 썼으니 마모될 때도 한참 되긴 됐다. 원래부터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없거나 희미할 감회들, 혹은 결이 전혀 다른 느낌을 이제 곧 안경을 써야 할 - 그것도 노안 때문에 - 시점에 깨닫게 되는 것 같아서 약간은 씁쓸하다. 그러나 뭔가를 느끼거나 깨닫게 되려면 "절대시간" 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되었다면 약간의 성과... 라고 할까?

 

* 캐나다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미국에 비해 나은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 검안 (eye exam) 은 기본 의료 보험에 해당하지 않는다. 꽃개는 다행히 회사 보험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 정규직 베너핏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 가외의 돈을 지불해야 하고 이런 점은 치과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저소득계층의 건강이 좋을 턱이 없다. 국민통합건강보험 시스템을 마련한 김대중 대통령과 그 시대의 사람들은 시대를 앞서간 현자들이었다. 

2018/12/14 00:21 2018/12/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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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축복

분류없음 2018/09/16 02:59

꽃개의 파트너는 손빨래를 즐겨하고 가공하지 않은 식재료 (unprocessed food) 와 채식을 선호한다. 항상 손빨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공음식을 아예 안 먹거나 육식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게 살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덕분에 꽃개의 삶도 변했거나 변하거나 파트너의 삶에 맞추는 편이다. 그게 편하고 나름대로 좋기 때문이다. 꽃개도 원래 육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고 가공식품이야 편리해서 먹는 거지 즐기는 편도 아니었으므로 크게 이견이 없었다. 손빨래는 조금 버겁지만 손수건이나 내의 따위는 되도록 손빨래를 하려고 애를 쓴다. 사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파트너의 의견을 구하고 따르는 게 거의 대부분 (90% 이상) 옳다. 손해보는 일이 없다. 결혼 했거나 안했거나 현명한 파트너와 함께 사는 사람들 대부분 아마도 꽃개처럼 살지 않을까 싶다. 

 

캐나다에는 베리 (berries) 류 과일이 흔하다. 블루베리, 스트로베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로컬 베리를 구할 수 있고 날이 선선해지면 남미나 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 흔해 또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베리 수확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감사를). 베리를 사랑하는 캐나다인들. 오죽하면 캐나다 셀폰 브랜드가 블랙베리일까. 여름이면 파트너는 온갖 베리류로 잼을 만든다. 로컬 베리와 역시 캐나다에서 나는 메이플설탕을 넣어 한참을 졸인다. 식으면 작은 유리병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아침식사나 간식으로 빵에 발라 먹는다. 이탈리아나 동유럽 사람들이 즐기는 브레드스틱에 찍어 먹어도 좋다. 간혹 플레인요거트에 넣어 향미를 더하기도 한다. 꽃개는 블루베리를 좋아하는 편이고 파트너는 딱히 고집스럽게 선호하는 것이 없다. 두루두루 무난하게 즐긴다. 아마도 꽃개는 고집과 편벽이 있는 성격이고 파트너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은 성격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식당엘 가도 꽃개는 먹던 것만 주문하는 편이라면 파트너는 전혀 새로운 음식을 주문하는 일을 망설임 없이 즐기는 편이다. 

 

파트너는 콩국수의 메인재료인 콩국 (콩물) 도 직접 만든다. 대두 (soy beans) 를 직접 사다가 물에 불린 뒤 삶은 뒤 껍집을 까고 블렌더에 갈아 내린다. 국물은 마시거나 병에 넣어 보관하고 콩비지는 가끔 찌개에 넣어 끓이거나 수저로 떠먹는다. 일전에는 묵은총각김치를 송송 썰어 토마토를 약간 넣은 비지 찌개를 끓이셨다. 너무 맛이 있어서 두고두고 보관해서 먹었더니 웃으시면서 또 해주신다고 하셨다. 옛날에는 몰랐는데 찌개에 토마토를 넣으면 풍미가 거듭 살아난다. 맛있다. 

 

몇 주 전, 역시 콩국을 만들기 위해 사온 대두를 물에 불린 뒤 그 가운데 서너 알을 화분에 심었다. 국민학교 시절에 했던 탐구생활 관찰일지 생각도 나고 아이 설마 저게 싹을 틔우겠어, 그냥 심심풀이로 한 일이었는데 네 알 가운데 두 알이 싹을 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썩어 버렸고 한 녀석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처음엔 쌍떡잎이 굳건히 솟아나왔지만 흔치 않게 진한 녹색이 거북해서 영 미덥지 않았다. 이거 뭐야, 혹시 유전자조작식품인 거야 왜 이렇게 작위적인 녹색인 거야... 무럭무럭 자라난 콩이 잎을 냈다. 내 살이 닿으면 뜨거울 것 같아 직접 만져보진 않았지만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참으로 부드러워 보였다. 꽃개 대학시절 포항 인근에서 유학온 후배 녀석을 통해 처음으로 맛본 "콩잎" 이란 음식이 생각나서 파트너에게 "제가 콩잎 해드릴께요" 했더니 콩잎은 저런 이파리로 하는 게 아니라고, 거의 낙엽처럼 누렇게 뜬 것으로 - 그러니까 그들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 하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캐나다에도 경상도 사람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한국인 마트에 가면 콩잎 반찬을 종종 구할 수 있다. 음식으로서 최초의 콩잎은 내겐 최악의 음식이었지만 나중에 캐나다에 와서 다시 먹어보니 제법 먹을만한 반찬이기도 했다. 

 

오늘 드디어 하얗고 작은 꽃잎을 냈다. 너무 작고 아담한 그 하얀 봉우리들. 마치 현세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그 작은 아이들이 화분에서 빛을 내니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 너희들 어쩌다가 내게로 왔니, 대견하고 고맙고 그리고 또 황송하다. dslr 을 꺼내 초근접 접사 촬영을 해서라도 찍어볼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그저 내 눈 한 가운데에, 마음 한 켠에 담아두기로 했다. 이렇게 소중한 축복의 순간을 허락해 준 (유전자조작) 대두 씨앗에 감사를. 햇볕과 물, 잊지않고 끊임없는 생활 속 작은 대화를 이어준 파트너에게 감사를. 

 

2018/09/16 02:59 2018/09/1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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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토로

분류없음 2018/09/06 00:57

한국에 있을 적에 개 ㅈ 같은 회사 생활을 미리 경험했으면 이 나라에서 일하고 살면서 이렇게 스트레스 받진 않았을 것 같은데, 면역력이 부족해서 그러는 거야... 하면서 쓸데없는 탓을 하다가 가만히 되돌려 생각해보니 쌍놈의 ㅈ 같은 회사를 경험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는... 기억을 복구했다. 

 

물경 십여 군데 넘는 말도 안되는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기억들... ... 월급을 계산하는 페이롤 담당자를 치받았던 일도, 사장과 맞짱떴던 일도,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를 제소했던 일도, 야간노동을 하면서 열이 뻗쳐 금연 사무실에 앉아 담배를 뻑뻑 피웠던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그냥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태도 (자세) 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일들을 하면서 그렇게 말도 안되는 고용주들을 대하면서도 "이것이 나의 일", 그러니까 이 일로 밥을 먹고 살아간다, 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아가 이 일이 아니면 나는 밥벌어 먹을 수 없다, 는 절실함과 한계에 몰린 상황 같은 것도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돈이 한 푼도 없어 절대적인 한계상황인 것은 분명한데 그걸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없으면 굶지 뭐. 씨발, 때려치지 뭐. 그냥 그렇게 살지 않았나 싶다. "생활인" 의 자세가 아니었던 것 같다. 너무 어렸지... 싶다. 

 

지금 하는 일은 --- 

나에게 이 일은 소중하다. 자부심도 크다. 그리고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한편,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듯 되풀이되는 집세내는 날 (매달 첫 날) 에 맞춰 발란스를 유지해야 하고 또 역시 없는 집에 제사처럼 반복되는 월경날짜에 맞춰 생리대도 두둑하게 구비해놓아야 하고 (아 씨발 이거 언제까지 해야 되는 거야) ... ... 생활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ㅆㅂㅅ동료들이 열받게 해도 참는 방법을 연구하고 책을 읽고 매니저가 되도 않는 말을 해도 일단은 실행해놓고 대들거나 입에 지퍼를 채운다. 다들 이렇게 살지 싶다.

 

 

2018/09/06 00:57 2018/09/0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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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분류없음 2018/09/06 00:43

미류님의 [] 에 관련된 글.

 

미류 님께서 본래 포스팅에서 개진한 아이디어는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한 생각이다. 프라이버시 보호에서 담아내지 못한 한계 (실상에서 오는 젠더적 차이) 를 잘 짚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견의 생각을 펼치자면, 

보편적인 "인권" 을 보자. --- 출신과 성 (타고난 성과 나중에 자기결정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표현하는 성에 무관하게), 나이, 쓰는 언어에 무관하게 모든 인간은 나면서부터 권리를 갖는다. 유엔인권선언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제 1조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 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 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엠네스티 한국 지부 웹사이트에서 가져옴 https://amnesty.or.kr/resource/세계인권선언/

 

Article 1.
 
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 They are endowed with reason and conscience and should act towards one another in a spirit of brotherhood.

유엔 웹사이트에서 가져옴 http://www.un.org/en/universal-declaration-human-rights/

 

* "형제애 (brotherhood)" 가 거슬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꽃개가 매일 만나는 망명자 (난민) 출신의 한 개인과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중산층 출신 백인남성인 한 개인의 인권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대접의 무게를 나는 결코 "같다" 고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하기 힘들다. (대놓고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당장 그 백인 남성 개인과 꽃개의 인권-사회적 대접을 놓고 봐도 그렇다. 이것은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삶의 문제다. 불평등하다. 그렇다고 해서 인권선언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거나 인권선언대로 왜 정부는 일하지 않느냐, 고 타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위와 PC (정치적 올바름) 을 주장하는 것과 실제 부조리-불평등을 고쳐나가는 일은 각기 그 그릇의 성질이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와 동의문화 (consents culture) 가 익숙하지 않거나 아예 본 적도 들어본 바도 없는 무리들은 "자유" 를 부르짖는다. 불법카메라를 살 사유, 설치할 자유, 타인의 신체를 (당사자의 허락없이) 점유해도 괜찮다고 믿는 자유-그리고 그것을 직접 실행할 자유, 혹은 그것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을 자유... 이미 이 정도 되면 형사상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우 전형적인 변명이 "몰랐다" 이다. 혹은 "술에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 이다. 심지어 "너무 화가 치밀어" 라고도 한다. 몰랐다고, 알지 못한다고, 성질이 뻗쳤다고 해서 처벌을 유예하거나 감경할 이유는 없다. 모르는 것도 죄다. 왜냐하면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 민형사상의 바운더리를 훌쩍 넘어선 일을 공동체에서 관리하고 토론하고 교훈으로 삼아 일이 진전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일부 단체에서 진행하는 반성폭력 내규 같은 것 말이다.)

 

여성이나 아이, 노인들, 성적 소수자들, 이주민들의 프라이버시는 상대적으로 더더욱 쉽게 무시된다. 그들 존엄의 무게가 그들의 카운터파트너들인 남성, 어른, 장년층, 시스젠더, 원주민들에 비해 다르지 않음에도 실제 세계가 돌아가는 형국은 완벽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들 (2등 시민) 의 존엄과 권리, 그리고 한 인간 개체의 존엄과 권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프라이버시" 는 1등 시민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의해 아주 쉽고 간단히 짓밟힌다. 무엇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프라이버시 외에 안전할 권리, 가령 안전한 곳에서 잠 잘 권리, 안전한 음식을 먹을 권리, 안전한 옷을 입을 권리 등을 주장하는 것으로 프라이버시를 강화할 수 있다면 꽃개는 단연 두 손 네 손 들고 환영하며 그 길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 문제적인 집단들이 프라이버시가 뭔지 알아들기만 해도 세상이 확 달라질 것 같기는 한데... (꽃개도 이걸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너무 많이 돌아왔다. 아직도 이해 중) 뭔가 길이 있을 것이다. 생각을 더 해보자. 

 

2018/09/06 00:43 2018/09/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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