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말씀

분류없음 2015/04/22 09:31

광주 트라우마 센터가 준비한 김조광수 씨의 성소수자 인권 강연이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링크해주신 분께 감사 말씀, 꽃개의 블로그를 보시진 않겠지만... 흠흠..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강연은 어찌되었는지. 

 

덕분에 일주일 묵혀두었던 무가지 신문의 뉴스 하나가 떠올랐다. 짝꿍과 함께 토론하기 위해 버리지 않고 보관해두었던 메트로 기사. 15일인지 14일인지 가물가물. 하도 황당해서 사진도 찍어뒀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경 설명을 하자면, 

 

 

꽃개가 살고 있는 머물고 있는 이 나라의 한 주(州)인 온타리오에서는 오는 9월부터 새로운 버전의 성교육을 일제히 도입한다.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한 게 1998년이니까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기 전이고 스마트폰도 나오기 전이다. 한참 전이다. 새로운 성교육 아래에서는:

 

- 초등학교 3학년 과정에서 두 명의 아빠, 두 명의 엄마 같은 Same Sex Relationships 을 배운다. (궂이 영어로 쓴 것은 "동성애" 랄지 "동성관계" 랄지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 몰라서 그랬다. Same Sex Relationships 에 포지티브한 분들은 알아서 읽어주실 것이고 박원순 씨처럼 Same Sex Relationships 에 네가티브하거나 아예 무지한 분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동성연애" 라든지 "항문성교" 로 읽으실 게 뻔하지만 그깟 위험이야 감수하련다) Same Sex Relationships 이 좋다 나쁘다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Relationships 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 

 

- 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서 온라인 불링, 온라인 상에서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상대를 폄하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가르친다. (한국 상황에 맞게 설명하면 이른바 "어묵" 이 얼마나 반인권적 표현인지, 그런 표현을 공개적으로 하면 얼마나 위험한 일을 겪게 되는지 가르치는 셈이다.)

 

- 초등학교 6학년 과정에서 자위 (masturbation) 와 젠더익스프레션 (Gender Expression)에 대해 가르친다. 자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잘 할지 그런 걸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위의 정의와 건강한 자위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이다. 젠더익스프레션 또한 마찬가지. 세상엔 남, 여 두 개의 젠더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가르친다. 다양성의 이해, 소수자들의 존재와 이해를 가르치는 것이다.  

 

-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Sexting 의 위험성을 가르친다.

 

- 그리고 사춘기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은 1998년 버전에서 5학년에 수행했다면, 새로운 버전에서는 4학년에 수행한다. 현격한 신체적 변화가 따르는 사춘기가 한 인간의 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축복'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 변화들에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친다.  

 

 

아.... 너무 좋다. 저렇게만 잘 되면 너무너무 좋다. 선생님들의 가르치는 수준이 걱정이지 아이들은 정말 잘 생각하고 잘 해낼 것이다. 

 

 

그런데 

 

극렬 종교분자들이 떨쳐 일어났다. 이슬람교, 개신교, 카톨릭이 삼위일체가 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새로 도입된 성교육이 보수적인 자신들과 충분히 토론하지 않은 결정이었고, 무엇보다 너무 이른 시기에 아이들에게 Same Sex Relationships / 다양한 젠더 정체성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혼란해한다는 거다. (나는 지금 내가 막 혼란스럽다. 이슬람교와 개신교, 카톨릭이 똘똘 뭉친 저 상황이 막 혼란스럽다.)

 

 

그리고 인터뷰에 나선 몇 몇 인사들은 "[...] particularly mentions of same-sex marriage, conflicts with Muslim faith" "it goes against Catholicism"이라고 반대의 이유를 말씀하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꽃개가 살고 있는 나라는 무슬림 국가도 아니고 카톨릭 국가도 아니다. 신정일치 국가가 아니라곳! 네 종교신념에 반하면 네 종교를 바꾸렴, 누가 이렇게 말하면 참 좋으시겠습니다그려. 

 

 

가장 우스꽝스러운 일은, 캐나다 크리스천 컬리지의 학장이라는 분이 (The president of Canada Christian College, Charles McVety) 이 새로운 성교육을 받으면 종전에 2개였던 젠더가 6개 (male, female, transgender, transexual, two-spirited and intersex) 로 늘어난다고 말씀하셨다는 것. 무식해도 너무 무식하다. 젠더의 틀에 저 6개를 묶은 것은 캐나다 크리스천 컬리지 학장이라는 찰스 멕비티라는 사람이 자기 맘대로 정리한 거다. 아마 새로 도입할 성교육 교안을 읽고 잘못 정리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라도 하지, 아니면 구글링이라도 하든가. "젠더"라는 틀에 저렇게 6개의 정체성을 묶는 것은 마치 "신약 성경"이라는 틀에 "창세기"를 넣은 것에 다름 없다. 구별을 못한다, 는 거다. 똥인지 된장인지 잘 모른다, 는 거다. 

 

오늘의 말씀: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23:34)

 

 

예수는 무식한 저들을 용서해달라고 했지만 나는 예수가 아니므로 그럴 생각이 없다. 용서할 생각도 없고 용서하지 않을 생각도 없다. 그저 가엾다.

 

2015/04/22 09:31 2015/04/22 09:31
Trackback 1 : Comments 3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ys1917/trackback/1062

  1. Tracked from 꽃을물고뛰는개 2015/05/12 13:26 DELETE

    Subject: 어떤다양성

    꽃개님의 [오늘의말씀] 에 관련된 글 로컬 타임으로 월요일 (5월 4일). 주 의사당 건물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천여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 가운데 거개가 아이들이다.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에 어린이들이 왜 거기에. 9월에 시작하는 새로운 성교육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목이 터져라 "반대"를 외치는 아이들. 인종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색깔과 다양한 복장의 사람들. 아, 이 도시는, 이 나라는 복합문화 (mu...
  1. 앙겔부처 2015/04/22 12:10 Modify/Delete Reply

    삼위일체... 아오
    그러나 포슷팅은 재밌게 읽었다능.. 섹스팅이란 말은 첨 들었네요 한국에도 있나??

  2. 꽃개 2015/04/23 05:52 Modify/Delete Reply

    한국에도 있을텐데 이름을 대놓고 그렇게 부르진 않을... 예를 들어 이제 막 알게된 십대 연인 사이에 헐벗거나 킹키한 포즈의 이미지를 모바일로 보낸다든지... 제 기억으로 20세기에 있었던 빨간마후라 비됴 사건도 비슥한 맥락이 아닐까 짐작만... 요즘 한국의 십대 친구들을 잘 몰라서...

  3. 꽃개 2015/04/23 06:30 Modify/Delete Reply

    덧글을 달고보니 오해의 여지가 있을 듯해... 여기에서 교육하는 내용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섹스팅이 초래할 결과(?)나 consequnece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 같아요. 애어른을 막론하고 즐겁고 친밀하고 싶은 마음으로 자기 몸 사진 같은 것을 파트너나 썸남썸녀에게 보내는 일이 많은 것 같은데 받은 측에서 상대의 동의없이 (without consents) 제3자에게 재전송하거나 SNS 등에 공개하는 일로 사달이 종종 발생합니다. 근자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어떤 여학생이 자살했던 일이 있었어요. 뻔하죠, 뭐. 이른바 "헤픈 여자" 담론.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