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우길 ③ 나눠서 걷는 사천둑방길: 여우비 맞으며 사천에서 해살이마을까지(2012년 6월 17일)
또 처음 길을 나설 땐 등 뒤가 따가우리만치 해가 쨍쨍 떴는데. 농로에서, 둑방에서 두어 차례 여우비를 맞으며 걷다가. 허기질 때쯤 나타난 막국수집에서 목도 축이고 배도 채우고. 어느새 먹구름이 잔뜩, 해도 뉘엿뉘엿. 버스 정류장에 앉아 담아둔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많이, 많이 남으니. 내처 명주군왕릉까지 걸어 볼까, 싶기도 하다.
바우길 ② 주문진 가는 길? 사천항 가는 길!(2012년 5월 27일)
태백을 출발할 때만 해도 괜찮았다, 날씨도 몸도. 기차가 동해를 지나 바닷가와 나란히 달릴 때쯤. 몸살기가 도는 가 싶더니 하늘에 먹구름이 낀다. 비가 온다는 얘기가 없었느니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정동진을 지나는데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더구나 덩달아 몸도 으실으실. 따뜻한 걸 먹으면 좀 나아질까, 없는 걸 겨우 찾아 마셔 봐도 그 때뿐. 다 허사다. 이까지 아프니. 아무리 오늘 걸을 길이 길지 않고, 해변가 마을들을 걷는다고 해도. 날씨에 몸까지 이러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강릉역 앞 안내소에서 일하시는 분 얘기론 소나기고 양도 많지 않을 거라니. 일단은 주문진으로 향한다.
<원래 바우길 12구간은 사천항에서 주문진으로 간다해서 주문진 가는길이란 이름이 있다>
뜨끈한 매운탕에 밥을 먹고 나니 한결 몸이 좋아진다. 덩달아 먹구름 사이로 통 보이질 않던 해도 고개를 내미니, 이제 슬슬 걸어볼까. 헌데 이런, 조금 걷다 보니 이번엔 오뉴월 해치곤 따가운 해가 등 뒤에서 비춘다. 다행히 짐을 가볍게 싸 가져왔고. 또 아직은 해가 짧은 탓에 금세 햇살이 잦아들겠거니 싶지만. 그래도 따가운 해를 피해 커피도 마시고,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놀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 신리하교를 건너 접어든 동네 뒷산 길. 푹신푹신한 솔잎이 잔뜩 깔려 있고. 지나는 작은 마을이며 숨바꼭질 하듯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바다를 보니. 걷는 재미가 쏠쏠하고 수월하다. 아픈 몸을 참고 온 거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도 일단 가보자, 며 온 것이. 참 잘했다, 싶고. 아무래도 이 바우길 마음에 쏙 든다.
강원도하면 ‘감자바우’가 떠오른다. 둥글둥글하면서 제멋대로인 모양.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는 감자와 바우(강원도 말로 바위를 가르킨다)처럼. 개성이 서로 뚜렷하다는 걸 표현하는 것인지, 그저 감자가 많이 나는 곳이니. 편하게 붙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도 벌써 5년씩이나, 아직은 낯선 강원도에, 춘천과 태백에서 살고 걷기도 많이 걸었지만 말이다. 강원도 하면 ‘감자바우’요, ‘감자바우’하면 강원도라는 말은 따질 말이 아닌 듯하다. 그만큼 친근하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말이니.
1구간부터 죽 이어서 걸어도 좋고 마음 내키는 대로 숲길과 계곡길을 걷다, 심심할 쯤 하루 종일 바닷길을 걸을 수도 있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산꼭대기 등줄기만을 밟고 걷는 길, 산에서 바다로 나아가는 길, 바다에서 바다를 따라 걷는 길, 바다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 산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바다를 밟듯 걷는 길, 바다와 숲길을 번갈아 걷는 길’이 바우길인 것이다.
4년 만에 다시 이사를 했다. 춘천보다 더 춥고. 밭뙈기는 더 구경하기 힘든 곳으로. 첫 느낌은 황량하고 삭막함. 앞뒤로 서 있는 산 때문에 느낀 갑갑함은 좀 더 나중에 든 느낌. 그래도 녹지 않을 것 같던 앞산 눈도 녹고. 과연 꽃이 피기나 할 까 했던 뒷산 벚나무에 벚꽃이 피는 5월이 되니. 한결 낫다. 정 붙이이려면 아무래도 또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서일까, 전보다 더 자주 바깥나들이에 나선다. 다행히 한 시간만 열차를 타고 나오면 바닷가라. 게다가 재작년 겨울에 멈춰선 곳, 소돌에서부터 다시 길을 걸으려고 하니. 이런, 바우길이 여서 시작하니 말이다.
이 글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