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7/04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4/20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 2004년8월
    먼동
  2. 2007/04/19
    97년 겨울
    먼동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 2004년8월

간만에 시간이 난 방글라데시 동지들과 어찌어찌 생기게 된 티켓을 갖고 8월 14일 국회 앞 8.15 기념 평화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강제추방과 폭력단속 없는, 하나된 노동자로서 진정 이주노동자와 함께 누리는 평화를 염원하며, 기름기 넘치는 국회 앞뜰에(!) 다녀왔습니다. 남동공단 출입국 단속반원들의 폭력단속의 현장에서 또 다른 이주노동자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부상, 병원에 입원 중이란 소식이 바로 그때 들려왔습니다. 짙고 푸른 잔디와 평화를 외치는 노래들속에서도...그렇게 차가운 저녁이었습니다.

 
일제의 잔학한 식민통치로부터의 "해방"(..)을 자축하는 광복절 전야에도 저들은 그렇게 이주노동력의 피땀어린 가치를 덧없이 짓밟고, 깎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20만여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파시즘의 광기와도 같은 장기 단속이 한국사회에 기어이 남길 것은 무엇입니까?
 
"한국 노동자의 일자리?"
"노동시장의 안정??"
"범죄없는(!) 안정된(?) 사회???"
.........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노동강도가... 코구멍 속 먼지 가득토록 일하고 월60,70만원의 임금으로 자식 키우며 버텨온 우리네 건설노동자 아줌마들, 전체노동자의 과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의 암담함이......모두 미등록 이주노동자 때문이였던가요?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요? 20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모두 수갑차고 가스총 맞아가며 죄인처럼 쫓겨나가면 일자리가 강물처럼 넘쳐나는가요? 진정 실업문제가 그다지도 걱정이라면 생활정보신문 1부만 꼼꼼히 읽어보십시오. 그 언제는 민중에게 최소한의 조건의 일자리란 것이 그렇게 찾기 쉬운 것이었던가요? 
 
참으로 기막힌 발상입니다.
 
최악의 수준까지 이주노동자를 밀어붙이는, 이로써 비정규직노동자를 위시한 전체 한국노동자 또한 더더욱 값싸고 편하게 이용하려는 독점재벌 및 총자본의 참으로 쌈빡한 거짓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범죄도 언급합니다. 마치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흉흉한 세상사도 모두 모아 이주노동자가 덮어써달라는 듯이 말입니다. 이 땅 철거민들의 망루를 날마다 부셔가듯 이주노동자가 모여사는 거주촌도 역시나 소멸되어야 할 범죄의 온상인가요?
"범죄"는 그렇듯 때때로 참 편리하게도 이용됩니다.
 
저들은 여전히 강요합니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장을 이동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빼앗긴 "합법"이주노동자에게...단속반원의 숲을 뚫고 필사적으로 뛰쳐달아나 다시 12시간 맞교대에 들어가는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여전히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손바닥 위 낮은 포복으로 숨죽여 일하고 말 못하며 살아가는 그저 그런 노예로 살라고, 딱 그만큼의 인간으로만 살라고..."
저들은 800만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실업자에게 요구합니다. "저 이민자들을 보고 위안하라고, 그저 너의 인생의 고통에도 질끈 눈 감고 만족하라고..그래도 정히 불만이거든...웬만큼 욕해도 책임질 일 없을 검은 얼굴의 저들을 탓하라고."
 
저들은 우리를 회유합니다. 단지 그저 묵인하라고... 20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중 다시 또 몇 친구가 폭력단속의 와중에 죽어간다해도 단지 "'탁' 치니 '억' 하였으니 잘 모르는 일이라고..."불법친구, 불법인간"이 생산한 부품, 그 자가용의 안온한 승차감을 즐기며 또 다시 그렇게 잊어버리라고. 김선일씨의 죽음이 그랬듯 묵인하라고...
 
늘 우리는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불법친구"가 당신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나요?"
"비난과 묵인으로 당신이 얻을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 우리가 그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강제추방 반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사업장이동의 권리 보장,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2004.8.2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97년 겨울

97년 겨울 (1998년 2월 어느 밤)

 

산다고 살았는데

콧구멍 먹먹하게 먼지숨 들이키며

화공 뿜칠 독기운 종일 취한 머리로

귀가길 지옥철, 거적 같은 봉고차

엔진 위 들썩들썩 시큰한 허리춤을 잡고

빙빙 비틀대며 집 가던 저녁

 

우리 산다고 살았는데

경기며 충청이며 강원이며 구석구석 누비며

사장이 길참 삼아 사다 던진

호떡 한 쪽 목구멍에 디밀며

그렇게 우기듯이 버티며 살아왔는데

 

칠쟁이 일이란 게 무슨...

도깨비 방망이 한방으로 끝날 일인 양

공사주들 곁눈질 한끝에 내던지는

남의 속 울궈놓는 모진 한마디

오늘도 가슴에 묻고 난 다시 후끼를 들었다

 

산다고 살았는데

몇 억, 몇 십억 짜리 건물에 드나들며

옷을 입히고 꽃 치장을 해도

일 끝나면 그 뿐

 

어느 날 지나던 길 오줌마려 들를까

편한 속으로야 다시는 들를 일 없을 것 같은

까마득히 낯선 어제의 내 노동이

또 다른 자본의 성전, 착취의 보루가 되어

저만치 위 높은 데서 커다란 배 내민 채

날, 우릴 비웃을 때

 

날 담배 한 모금에 허한 가슴 흩어버리고

얼굴 돌려 발걸음 재촉하는 저녁

 

"설탕값이 또 천원이나 올랐어"

"내년엔 간접세를 몇 조나 더 늘린다는군"

날마다 달아나는 음식값에, 교육비에, 세금에

얼굴 부비며 매달리는 애들 등쌀에

졸라맬 허리띠는 거...뒤질래도 없는데

 

이 저녁도 텔레비선

경제위기 임금억제 다시 뛰자 전화위복

재탕삼탕 때깔좋은 월드컵 나팔에

멍멍 찍찍 한마음 하나로

웅성웅성 호들갑 바쁘게도 뱉어내고

 

고용조정 유연성 요상한 말 써가며

짜를란다 굳힐란다 암때나 줄란다

늘켰다 줄퀐다 아무케나 쓸란다

이나저나 매한가지 내게는 딱 한마디

값싸게 독하게 뺑이치라는데

 

차라리 저놈의 것 내쳐 꺼버리고

자식내미 손목 한번 더 쓸어주고

물 젖은 걸레같은 몸뚱이

늦저녁 이불속에 파묻을 참에

 

어느 굵직한 재벌 하청 건설업체 사무실로

밀린 것 삼천만원 내놓으라 열 다섯이 몰려가

진종일 버티며 싸우던 판에

철근하던 서른 다섯 또 어느 한 이가

온몸 옮겨 붙은 불에 타 금방 세상 떴다는...

 

젖은 베겟녘을 파고드는...

참... 지랄같이도 짧은 뉴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