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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잔뜩 있지만, 영화를 안보셨으면 글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거에요.아마)
이 영화는 '특수한 상처'를 가진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다른 상처들을 가진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남자가 가진 ‘아동성애증’(pedophilia)이라는 특수한 상처는 현실 경험 속에서 수시로 과거의 기억들을 플래시백시키며 그를 괴롭히고, 동시에 그의 내면적 욕망과 항상 충돌한다. 주변 환경(직장동료, 그를 감시하는 경찰관)들 또한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특히나 소아성애증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혹은 공포적으로 강박적인- 미국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1시간 2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동성애증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우호적으로-무리하게 하다가는 자칫 엄청난 사회적 질타를 받게 될 것은 안 봐도 뻔하다. 그래도 영화는 균형을 잘 잡은 편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를 묘사하는 것에 집중한다. 신인 여성 감독인 Nicole Kassell의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연출은 이를 꽤 잘잡아 낸다.
어떤 사람들은, 월터가 공원에서의 로빈과 대화 장면을 “다시 범행을 저지르려고" 했던 것으로, 캔디맨을 구타하는 장면을 “자기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하던데, 나는 이에 별로 동의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저 머리카락 냄새 맡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다. (그가 여동생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서 12년동안 감옥에 있었지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그때 일을 고백하면서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냐'라고만 할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타인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의 동생도, 극중 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했던 '로빈'도 그랬듯이. 그래서 그는 '캔디맨'을 때림으로써 인간 대 인간으로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자신을 (좀 과격하게ㅋ)반성했던 것이다. (영화 초반 주인공은 캔디맨이 아이들을 꼬시는 장면을 보면서 "만약 저 차에 타는 아이가 있다면 그건 그 아이가 원해서 일거야"라고 하며 외면한다. 공원에서 '로빈'에게 자신의 무릅에 않기를 권유(?)하는 장면도 그리 폭력적이지는 않다. 물론, 권력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그것은 단순한 '권유'가 아닌 '폭력'으로 작용할수도 있다.)
케빈 베이컨과 그의 실제부인인 키라 세즈윅의 연기도 좋았지만, 잠깐 출연하는 아역배우, Hannah Pilkes의 연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공원에서 케빈 베이컨과의 대화 장면은 영화전체를 통틀어서 감정의 떨림이 극대화된 장면이다. 그녀는 그 나이대의 소녀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목소리와 눈빛을 가지고 있다. 역할에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한쪽 얼굴을 찡그리면서 “11살은 싫어요.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나이일 거에요.”라고 말할 때(물론 영어로ㅋ)는 가슴이 콩닥거리더라.ㅋ
삶을 관통하는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아름다움이 있다.
사족1. '성해방'이 되었을때, pedophilia도 포함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특성상 '권력관계'가 작용하지 않을수없으니.
사족2. 얼마전 한국에서 연속적으로 아동성폭행 사건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사회적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놈 꼬추한번 만져보자"가 당연시되는 사회에서(그런데 "요년 보지 한번 만져보자"는?) 아동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하고 충분히 필요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전자족쇄""사형제도"등에 대한 논의 또한 이성적으로(제발!!이성적으로)되어야 한다. 사람을 가장 비이성적으로 만드는건 '공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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