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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합니다'...왜 난리들일까 - 오마이뉴스

 

아티스트 연미, 광우병 쇠고기 정국을 주제로 작품 전시 -공숙영

 

 

회화와 설치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인 친구 연미가 전시회를 하고 있다. 장소는 종로구 삼청동 방면과 청와대 사이에 자리잡은 갤러리. 전시 시작일인 6월 3일에 작품 하나를 전시장 바깥 외벽에 달다가, 그 주변을 지키는 전경들과 경찰들이 몰려와서 난리가 났다. 아직 그 난리가 끝나지 않았다. 급기야 모처(정확히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의 연락을 받은 건물주가 갤러리 대표에게 외벽에 걸린 작품을 당장 철거해 달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데….
 

그리하여 6월 5일, 도대체 어떤 상황이기에 그 난리인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워 전경들이 철통 같이 에워싼 청와대 바로 밑에서 열리고 있는 연미의 전시회에 구경을 갔다. 이름하여 게릴라전 '안전합니다'. 안전하다는데 왜, 도대체 왜 이 난리들일까.

 

게릴라전 '안전합니다'... 감히 청와대 앞에 '높으신 그 분'의 얼굴을?

 

문제의 진원지인 건물 벽 위로 높이 걸린 작품을 보는 순간 사태 파악이 확실히 되었다. 가까운 곳에 사시는 그분, 그 높은 분의 얼굴을 걸어 놓은 것이다. 다름 아닌 이 시국에. 등잔 밑이 어두울쏘냐. 연미의 인도를 받으며 외벽이 잘 보이는 길 위로 올라가려니 순찰하는 경찰로부터 어디 가느냐며 바로 제지가 들어온다. 가까스로 사진을 얼른 찍고 다시 갤러리 안으로 돌아왔다.

 

길 가는 행인들이 행여 외벽에 걸린 작품을 볼까봐 건물을 가리려는 건지, 전경차가 갤러리 건물이 면한 길 정면에 바짝 붙어 서 있다. 어차피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삼엄한 길목인데, 보아봤자 누가 얼마나 본다고. 갤러리 안에서 밖을 지켜보자니 가뭄에 콩 나듯 구름에 달 가듯 드물게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다 높이 걸린 작품을 보고는 흠칫 입을 벌리고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이다.

 

연미가 잠깐 나간 사이, 몇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갤러리 안을 쭉 둘러보더니 급기야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어디서 오셨나고 묻자 답이 돌아오기를 구청에서 나왔단다. 돌아온 연미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자, 전날에는 경찰서 정보과에서 다녀갔다고 입을 연다. 경찰서에서 무슨 일로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그냥 개인 자격으로 전시를 보러 온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란다. 진실로 멋진 경찰이다.

 

갤러리 둘러싼 전경차량들...구청공무원들 "전시 끝나자마자 철거하시오"

 

퇴장했다가 막이 바뀌고 다시 등장한 배우들처럼, 아까 그 구청 공무원들이 다시 대거 나타났다. 외벽에 건 작품을 현수막, 플래카드 같은 홍보물로 볼 경우 구청에 신고가 필요하고 신고 없이 건 홍보물은 구청 권한으로 철거할 수 있다고 한다. 창작자 연미가 그건 작품이지 홍보물이 아니라고 받아친다.

 

공무원들은 연미를 "작가 선생님"이라고 깍듯하게 부르면서 "그건 선생님 생각이고 저희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지금 당장 철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그들은 함부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만약 그렇게 하면 큰일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갤러리 일정대로라면 이 전시는 이번 일요일(8일)에 끝나는 걸로 정해져 있으니까 전시가 끝나자마자 철수하는 게 확실한 걸로 알고 가겠다고 못박고는 다시 퇴장한다.

 

공무원들이 떠나고 나서, 연미와 나는 칼퇴근하는 공무원들처럼 갤러리를 나왔다. 청와대 앞길이 더 분주해졌다. 전경들이 저녁 도시락을  나눠받고 있었다.

 

 평소에 작가적 욕심을 그다지 드러내지 않았던 연미가 말했다. 이번 주말에 사람들이 이쪽으로 많이 와서 내 작품을 보고 가면 좋겠다고. 응, 그러면 좋겠다. 친구로서 시민으로서 나는 진심으로 화답했다. 많이 많이 이쪽으로 와서 연미의 작품을 보고 가면 정말 좋겠다고. 연미와 나는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고 각자 갈 길을 갔다. 곧 해가 지고 촛불이 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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