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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의료법 개정에 대한 비판은 의료연대회의 기자회견문에 상세히 명시되어있습니다. 기자회견문에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전면 개정된 의료법 70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은 제일 먼저 누구에게 적용될까요? 유명의사가 되면 얼마나 되겠습니다. 유명의사 얘기는 오히려 소수의사의 얘기일 수 있고, 가장 먼저 '비정규직화' 될 의료인는 바로 여의사와 여간호사가 아닐까요.

 

사실 꼭 조항자체가 문제라기 보다 점점 더 본격적으로 자본화되는 의료가 나아가는 방식을 법률이 정당화해주고 보호해준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의료영역에서도 '일과 가정의 양립' 운운하며 여의사, 여간호사의 비정규직화를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됩니다.

 

여의사와 여간호사 뿐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의사도 비정규직화 될 수 있지만) 어쨌든 여성이 의료산업화에서 더 취약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더군다나 기존의 의료법에서도 간호사의 의무에 '진료보조'가 포함되어 있고, '의료인'이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은 간호사의 간호업무를 포함할 수 있다고 보아집니다. 더군다나 이번의 개정안에서는 새로이 간호사의 '간호진단 (의사...의 진단 후 요양상 간호를 행하는데 있어 선행하는 간호적 판단)'을 허용하고 있어서 (이 부분을 의협에서는 의사의 권리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간호사를 '비소속화'하는데 더욱 일조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제 얘기가 오버인 거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만약 제가 병원을 경영하는 기업인이라면 병원 직원을 최대한 비정규직화해서 인건비를 줄이려고 할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화의 처음 타겟은 병원 행정을 담당하는 (여성이 대부분인) 사무직에서부터 (여성이 대부분인) 간호사로 확대해서 (아이 돌볼 시간을 원하도록 강요받는) 여의사가 될 확률이 크겠죠. 그리고 이런 '경영 효율성 증대'를 법률은 매우 정당화해주고 있다는 거죠.

 

거기다 노인요양시설을 외주화하는데 당연히 여성 간병인이 '싼 값'에 동원될 것이구요.

 

최근 여의사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실 이건 저렴하고 '유연한' 노동력을 원하는 자본의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인거죠. 전문직 여성이 늘어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물론, 좋아할 일이긴 하지만, 그러한 현상이 자본에 의해 어떻게 '활용'되는지 예의주시하지 않는다면 돌봄 노동의 여성 전유화, 여성 노동의 가치절하가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우리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물결을 거슬러서 열심히 그냥 잘 헤엄만 치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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