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좌절은 없다' 사진 작가 최민식씨 신년 인터뷰

 

왼쪽 팔이 없다. 왼쪽 다리도 없다. 그러나 힘차게 뛰고 있다. 오른손에는 팔기 위한 몇부의 신문이 들려있다. 해맑은 눈을 가진 젊은 청년이다.사진을 보고 있으면 “신문 사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이 깊은 감동으로 세밑 인터넷을 따뜻하게 했다.


네이버와 야후!코리아 등 주요 포털 사이트와 각종 카페 및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 흑백사진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절망 속에서 결코 좌절하지 않는 생의 의지를 발견했다. 수많은 리플에는 감동과 반성,박수와 다짐의 마음들이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을 찍은 이는 원로 사진작가 최민식(76)씨. 평생 신산(辛酸)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온 우리시대의 거장 리얼리즘 사진 작가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사진과 글을 모은 사진에세이집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현민서가)을 새롭게 내놨다. 지난 96년판에서 80여점의 사진을 바꾸고 10여편의 글을 더한 책이다.

황해도 연안 출생인 최씨는 50년대 중반 일본에서 독학으로 사진기술을 습득했다. 부산에서 활동중인 그와 전화를 통해 새해 맞이 인터뷰를 했다.

-신문 파는 청년의 사진이 네티즌들을 감통케 했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요?


“1985년 부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한 잡지에 실렸을 때도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사진속의 청년의 지금 소식은 잘 모르겠습니다. 2년간 신문을 판 돈을 모아 모친과 조그만 구멍가게를 냈다는 애기는 들었는데... 한 팔과 한 다리가 없는데도 신문을 팔 때는 보통 사람들보다 더 빨리 뛰어다니곤 하던 그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원론적인 질문입니다만 오랜 동안 사진을 찍어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게 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습니다. 저 스스로도 지난 50년 동안 가난 속에서 사진을 찍어 왔어요. 지금도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는 것이 사진을 찍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사진 저널리즘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아직도 한국에서는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사진 저널리즘 매체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가식적으로 미화된 사진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이 많이 만들어져야죠.”

최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3~4번은 촬영을 나가고 대학 강의도 열성적인 ‘철인’이다.

“50년간 오직 걸어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왔어요. 나는 인터넷을 모릅니다. 편한 것도 모릅니다. 다만 진실한 사진 한 장은 몸으로 체득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고생을 모르고 자신의 꿈을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 아닌가요.”

최씨는 요 몇해 인도 네팔 등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한다.

“그 곳의 사람들은 가난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요. 마음만은 풍족한 이들입니다.”

노작가는 내년 여름께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새 사진집 ‘우먼’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 맨 위부터]

1.1985년 서울.

2.사진작가 최민식씨

3. 이번에 출간된 책<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

4.1950년대 부산 5.1957년 서울.

사진은 모두 최민식씨 홈페이지 '휴먼 포토'(http://human-photo.com)에서.]

(이은우 기자 zo@mydaily.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