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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31일. 당신은 이날을 어떻게 기억하실껀가요?

 

 

오늘도 촛불집회를 다녀왔다. 친구들과 끝까지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오늘, 우리는 주황색 터널을 지나고, 장미덩쿨 담을 너머 겨우 도착한 경복궁 옆에서 사람들과 몇시간을 목청터지게 '이명박'을 외쳤다. 도로를 걷고 걷는 내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다시금 가슴이 어느 순간 먹먹해지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밤 11시가 넘어 경찰들로부터 물대포가 사람들에게 쏘아졌고, 지금 이곳이 대한민국인지, 서울인지 도저히 분간이 되지가 않았다. 사람들 틈에 끼여서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반짝인다. 파랗게 초록빛이 그득한 나뭇잎사귀가 까만 밤하늘에 빼곡하다. 수백년 전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오늘과 같은 밤을보내었을까?

 

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이곳은 누구를 위한 땅인가?

 

오늘도 사람들은 길 위에 있다. 돌아갈 곳이 없다. 사람들은 희망을 찾기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여기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면, 우리에겐 돌아갈 곳이 없다. 다행히도 우리가 모인 이곳에는 좌파나 우파와 같은 전선도 없고 모두가 동지가 되어 한 목소리를 외칠 수 있다. 희망을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살아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독재타도, 이명박타도"참 대단하다. 취임 100일을 맞아, 시민으로부터 진심으로 대통령 퇴진을 외치게 만들었으니.

 

87년 민주항쟁 때도 그랬을까? 아니 더 무서웠겠지. 나는 오늘 나에게 익숙한 이 공간에서

무한한 공포와 두려움에 직면했다. 내 앞에 무장을 한 경찰이 계속해서 나와 사람들을 제지하였다.

 길은 계속해서 막혔다. 평화롭게 걸어다녔던 서울의 거리는 새까만 전경들에 의해 거리 곳곳이 막혔다.

그러나 우리는 전경차에 의해 도로가 완전히 봉쇄되어 통과를 못하게 되면 골목으로 돌아가고,

시장을 지났다. 담을 넘고 가드레일을 뛰어넘었다.  전경이 다른 곳에 집중을 하는 동안 생긴 틈으로

사람들을 뛰고 또 뛰었다. 친구가 담을 건너고 있는데, 전경 한명이 미친듯이 달려와 소리를 지르며

친구의 앞에 있던 한 시민을 끌어내려 잡아 당겼다. 사방에 전경들이 에워싸 가슴이 먹먹하였다.

그리고 무서웠다. 잡혀갈지도 모를 두려움, 커다랗고 단단한 방패에 의해 찍힐지도 모른다는 공포.

함께 있던 친구들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절대 놓치면 안돼"

 

온통 초록빛이 가득한 5월의 서울에서 우리는 새까만 전경들을 피해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뛰고 또 뛰었다. 친구의 손을 붙잡고 있어 다행이었다. 눈물이 쏟아지려하였지만, 꾹 참았다. 우리는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경과 대치하며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다. "우리 한 10년 후에 오늘 5월 31일을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들은, 저 아이들은 어떻게 오늘을 기억할까?" 우리는 그냥 씨익 멋쩍게 웃기만 한다.

 

그러나 아마도, 2008년 5월 31일, 오늘을 기억한다면 희망을 기억하지 않을까.

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뒤섞여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살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떠올리지 않을까.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있다.

오늘은 뛰다 넘어져서 긁힌 손등과 손목, 팔꿈치가 유난히도 쓰라린다.

오늘 맨 몸으로 경찰의 폭력과 물대포에 다치신 분들의 쾌유를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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