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매우 가난한 감독 지망생이나 화가 인디밴드 등 예술인 아는 사람 있느냐'

모 주간지 인턴 중인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예술인은 아니지만 난 매우 가난하다고 답장했다. 사실 문자를 본 순간 심기가 좀 불편했다. 나라면 (매우 가난한 사람보다) 자본 영역에 편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예술하기를 택해서 남들이 보기엔 가난해도 나름 즐겁게 예술하며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일 필요 없는 말까지 붙이고 후회 중이다. 나름 아끼는 친구 녀석이 딱히 센스 없는 짓을 한 게 아니며 아무런 실수한 게 없다. 그저 질문을 받는 입장이 어려웠다. 떠오르는 사람들은 있었다. 친구를 돕겠다고 그들에게 매우 가난한 사람이 필요하대서 당신을 소개하고 싶은데 얼마나 매우 가난한가요? 라고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매우 가난'이란 건 뭔가, 적어도 피 빨아먹을 부모님이 있으면 매우 가난하다고 하긴 어려운 건가, 며칠간 입에 풀칠을 못해 굶어죽어도 도움 줄 이가 없어야 매우 가난한 건가…… 모 언론사에 기자용 자기소개서를 쓰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맥이 빠진다. 이런 식의 뻔뻔하고 난처한 질문을 수도 없이 해야 하는 게 기자 일이란 거였지. 그래서 확실히 안 하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데 매우 가난한 내 처지에 뭘 가리냐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거고. 매번 마음이 오락가락하듯 요새는 저널리스트 정신도 다짐하고 있긴 했는데 정신과 실현, 성정과의 간극을 성실히 채울 만큼 의지와 열정이 내게 있을까 두렵긴 하다. 확실히 PD는 되기만 한다면 무조건 열심히 신나게 잘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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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0 15:54 2011/02/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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