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아련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두 장면이 있는데

어릴 때 엄마가 요 앞 가게에서 간장좀 사와라 같은 소소한 심부름을 시키면 곧장 제대로 간 적이 없다. tv보면서 동생하고 서로 안 가겠다고 둘이 미루는 게 다반사였고. 결국 누군가 한명이 가긴 했는데, 언젠가는 엄마가 지친듯 놔둬라 하면서 본인이 갔다 온 적이 있다. 맘이 불편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때가 되서는 그냥 내가 가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중학교 때 만화책을 빌려오면 동생과 순순히 나눠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내 돈으로 빌렸으니 너도 300원? 400원 중의 절반이나 일부를 부담하라고 우기거나, 돈을 준다고 해도 아예 만화책을 숨기고 못 보게 기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는 알바를 하던 것도 아니고 무슨 돈으로 만화를 그렇게 봣댔던 걸까? 정기 용돈을 받았었나 기억도 안 나고. 책 빌려본다면 엄마가 돈을 주긴 했는데 매일같이 만화를 한움큼 빌릴 때마다 줬을까.. 모르겠다.

 

무튼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심부름 좀 고분고분하게 다녀올 걸... 빌려온 만화책같은 건 사이좋게 동생과 나눠볼 걸... 이게 왜 이리 요새 후회가 사무쳐서 생각하다 보면 곧 눈물이 흐를 지경이다. 다른 큰 잘못도 많이 하고 살았는데. 엄마랑 동생이 어디 가고 없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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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15:04 2013/11/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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