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 가지 결정을 내리는지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내 앞에 놓인 여러 갈래길을 다 걸어보고 싶다가, 어느 길로도 떠나고 싶지 않다가, 불안은 지리하게 반복된다. 내 머릿속에서 수백 년을 산 것 같다.
돌고 돌아온 길이 결국 출발점에 닿아 있음을 확인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앞으로도 삶은 사소한 운명에 따라 움직이겠구나 하는 예감이 든다. 내 짧은 인생에서 내려졌던 몇 번의 중요한 판단은 모두 약간의 흥분과 맹목으로 이루어졌고, 그 충동이 이끄는 대로 했다. 그건 내가 가지 않은 길은 어땠을까 생각하게 만든 적이 없다는 점에서 언제나 만족스러웠다. 나는 아주 빛나게 살지도 않았지만 썩 충실했고 성숙했고, 앞으로 더 성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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