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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이시영 시집
.봉인된 시간
.하산
행복
나이든 여성들의 노동수도공동체인 남원 동광원의 김
금남 원장(79세)의 얼굴은 그렇게 깨끗하고 맑아 보일 수
가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1949년에 동광원 식구들은 광주 방림동 와이엠씨에
이 건물에 살다가 쫓겨낫어요. 30여명이 한겨울인데도
오갈 데가 없어서 방림다리 밑에 천막 세 개를 치고 살았
습니다. 10여명이 한 막 속에 들어가다보니 밤에 발도 뻗
을 수 없었어요. 그 추위 속에서 옆 사람의 체온에 의지
해 잠이 들곤 했습니다. 탁발하고 시장에서 주워온 푸성
귀들을 다리밑에서 물에 씻어 팔팔 끓여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어요. 육체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영혼
의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커지는 게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
지요."*
그리고 그녀는 그 노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정말
빛을 본 사람만이 그 빛에 먼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가.
*한겨례,2007년1월1일
염소 걸음
이 세상의 모든 염소 걸음은 슬프다.
주인 곁에 바짝 붙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또각거리며
걷는 그들의 발걸음이 너무도 진지하고 공순하기 때문
이다.
평화
내가 만약 바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풍이 되어
저 아기다람쥐의 졸리운 낮잠을 깨우지 않으리
-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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