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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3

단식 일주일째, 몸을 비우면 머리가 맑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단백질 덩어리인 뇌는 맑아진 듯도 하다. 그러나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머리 속은 맑지 못하다. 왜 단식을 시작했고, 왜 그런 고민을 계속하면서도 아무것도 멈추지 않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무엇이든 등을 떠미는 대로 간다. 그렇게 살아왔고,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렇게 살아질 듯도 하다. 그래서 피로하다. 나는. 내가. 

먹는것도 없는데 설사는 멈추지 않는다.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데, 몸은 그동안의 상태를 용서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설사가 없는 날을 불안하다. 이런것도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룸인지 모른다. 어쨋든 이즈음은 무엇이든 변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싫다. 설사도 그냥 계속 평생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10월 다이어리와 11월 다이어리가 미친듯한 속도로 채워지고 있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생각하면 할 수록 더 그렇게 된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처럼, 그렇게 된다. 어디 빈틈도 없이 채워진 시간들 속에서 살아내면 다행이라고, 언제나 그랬듯이 살아냈으니 아마 결론은 다행일거라고. 그렇게 생각도 한다. 가을이다. 벌써.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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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마음이 수시로 무너지는데, 버티는 방법 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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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엄마는 가끔 그런 말을 했다. 

"할매가 산을 오를때였어. 갑자기 가슴에서 무에 쿵하고 내려 앉더래. 그게 무엔지 그때는 몰랐는데, 결국 할매가 위암으로 그렇게 험하게 간건, 그때 가슴에 쿵하고 내려 앉은게 병이 된거 아니겠나."

 

얼마전 잠자리에서 무언가 가슴에 꾹하고 단추같은게 눌렸다. "너 없는 세상을 내가 왜 살아야하는지 알기라도 하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던 다영엄마 말이 떠 오르더니. 

 

차라리 할매처럼 휘리릭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 살아가기가, 이렇게 힘든 세상 다 바라보고 더 알면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그냥 그렇게 사라지면 좋겠어. 중얼거리면서 잠들었다. 

 

할매처럼 정말 빨리 나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면서 잠들었다. 그건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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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잘 늙어야하는데...

나이들수록 겸손하고 나이들수록 풍요롭고 나이들수록 말수를 줄이고 나이들수록 고집을 줄이고...

그런데 느는 것은 오만이고 독선이고 고집이고 말수다. 

줄어드는 것은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남는 것은 혼자고. 

외롭다는 생각을 요즘 참 많이 자주 하고 있다. 

뒷방 늙은이처럼 외롭게 늙어가고 있으니,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더 추해지기 전에 어딘가로 떠나야하나, 그런 생각에 자주 빠진다. 

아직은 특별히 갈 곳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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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화당 놈

아버지의 복수에 물이 차기 시작한 것은 그해 겨울이었다.

아버지의 생김을 설명하자면, 일제시대 좋은 집안에서 자란 고운 도련님같다고 하면 될까. 내 기억에 찍힌 아버지의 사진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말씀을 시작 하기 전에 늘 미간에 주름 하나를 잡아서 꾹 눌러 다림질 하고서야 입을 떼는 버릇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에게는 무슨 일이든 심각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한 아버지의 버릇은, 정말 버릇에 불과하다는 것을 꽤 나이들어서야 깨닫게 되지만, 그래서인지 우리 여섯남매에게 아버지는 엄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물론 그것도 어머니와 드잡이 하며 싸우던 어느 날 모두 깨져버린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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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마음인데

내 마음이 흔들리는데, 글이 잘 써질리가 없다. 

자꾸 흔들거리는데 아직도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 괴롭고. 

 

희망에 대해서 언급해야하는데,

마음에 희망이 없다. 

 

비통함에 깨진 마음이 산산히 흩어지지 않고 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알 수가 없는 길을 가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고.

떡볶이 장사를 하면 마음이 좋아질것인가 싶기만 하고.

 

글은 마음인데, 글이 그렇기만 하네...마음이 그렇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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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써야하겠다

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호흡이 짧아지는 것은 SNS탓만은 아니다.

글 청탁을 마다했더니, 글 청탁도 줄었고, 일 삼아 쓰지 않으면 글쓰는 일이라는게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긴 글을 써 봐야 하지 않겠나...하면서,

 

여기 다시 찾아와볼까...

 

다들 잘 지내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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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 가는 거지

 DJ DOC의 이하늘이 블라블라 떠들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정확하게 나는 그렇게 들었다.

 

  "놀다가 가는 거지요."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자막은 "놀아보는겁니다."라고 적혔다. 아니 그렇게 보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에 빠졌다. 놀다가 간다는 저 황홀한 말을 왜, 놀아보는 거라는 흔한 말로 되적었을까.

 

   우리는 놀다가 가는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평생, 기껏 살아봐야 백년쯤. 놀려고 맘먹으면 삭신이 눅진눅진해지지까지 아무리 땡겨봐야  칠십년. 이거밖에 못 노는데. 그래서 결국 하늘의 도에 닿은 사람만이 놀다가 가는 세상의 이치를 아는 법. 어찌 다 알겠나. 그래 그렇지.

 

   여튼 나는 이제 거듭 국내용 문학에 지쳤다. 우리끼리 즐겁고 우리끼리 정치적으로 옳바른, 우리끼리의 놀이문화가 지루하다. 놀다가 가려면 좀 많이 놀아야 한다는 것. 이사람 저사람 이방법 저방법 이곳 저곳 다양하게 놀다가 가야 원한이 안남는다는 것.

 

  결심이 서면 그날로 바로, 술취한 날 바로, 확 떠나야하는 것이다. 진보넷 블로그 그동안 놀아줘서 참으로 고마웠다. 이제 국내용문학을 접은 소저는 빈둥빈둥 갈곳을 찾아 볼 참...뭐가 이리 거창한가.

 

그동안 땅콩의 키만큼 쑥쑥 자라왔던 시간들. 그걸 모두 기록하게 해준 이 공간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언젠가 이 원수는 갚고 말테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 다시 모두 열어둬야지.

 

그동안 찾아와주는 친구들이 혹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할까봐, 서운할까봐, 주저리주저리. 다음 개봉박두까지. 쫌있다 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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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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