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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POSCO관 수업 마치면 스타벅스 커피로 목 축이며 삼성 취업 준비중?

 

 

‘삐까번쩍’ 캠퍼스 라이프 이야기

LG-POSCO관 수업 마치면 스타벅스 커피로 목 축이며 삼성 취업 준비중?

 

 

2007년05월17일 한겨레21 제660호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대학교 안에 상업시설이 유입되고 대기업의 지원도 활발해지면서 캠퍼스 모습이 화려해지고 있다. 학생들은 그 속에서 대학생활을 꾸려간다. 사진은 이화여대 정문 앞, 연세대 글로벌 라운지 입구, 고려대 타이거플라자 전경(위부터)

 

 

연세대 학생회관 2층의 글로벌 라운지. 영어만 쓰도록 기획된 글로벌 라운지 안은 깔끔했다. 한쪽 벽면은 LG LCD TV 14대와 대형 TV 한 대로 구성돼 있고, 입구 쪽에는 스탠딩 PC가 즐비했다. 모니터가 붙어 있는 보드마다 STX, 동아제약 등 지원 기업의 이미지(CI)와 광고가 반복되는 LCD 화면이 붙어 있다. 안쪽에는 교환학생으로 연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들을 돕는 멘토스 클럽(mentor’s club)의 동아리방이 있다.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방에 들렀다 우연히 만난 듯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눈 두 학생이 자연스레 건물 입구에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숍 ‘Grazie’에 가서 커피를 산다. 자판기 커피보다야 비싸지만 2천원 안팎이면 학교 외부의 테이크아웃 커피보다는 싸다는 느낌이 들어 많은 학생들이 이용한다.

‘물이 차서 손이 꽁꽁! 밥값 비싸 배는 홀쭉!’ 최근 이화여대 정문에 39대 총학생회가 붙여놓은 펼침막 내용 중 하나다. 캠퍼스의 모습은 점차 세련되고 화려해지고 있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싼 밥값에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있단 얘기다. 실제로 이대 안에 입점한 업체들을 보면 고급스러운 느낌의 샌드위치 전문점, 커피숍 등 비싸면서 푸짐하지 않은 먹을거리들을 파는 가게가 여럿 있다. 고려대의 경우에는 아예 캠퍼스 안에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버거킹 등의 업체가 자리잡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캠퍼스 안에 쇼핑몰 건물을 짓는 공사를 시작하고 임대분양 광고를 냈다. 갈수록 외양이 화려해지고 상업화되는 캠퍼스 안에서 대학생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대기업의 지원이 활발한 몇 개 대학 학생들의 생활 모습과 고민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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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400억원 앞에 ‘엘포관 시대도 가다’

박상기 고려대 역사교육과05·고대신문사 기자

 

얼마 전, 한 학생에게서 투고 형식의 글을 받았다. 고대신문의 ‘독자투고’ 코너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인 듯했다. 글의 요지는 ‘1학년 때 LG-POSCO 경영관(경영대 건물·이하 엘포관)에서 교양수업을 주로 들으며 생활했는데 2학년 때 학과가 결정되면서 정경관(정경대 건물)에서 전공수업을 듣게 됐다. 그런데 엘포관과 너무도 비교되는 정경관 시설이 못마땅하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데 모든 건물을 엘포관만큼 만들진 못하더라도 학생들의 수업 환경을 제대로 갖춰줘야 할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 글을 보내온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고대는 10년 전만 해도 ‘평등한’ 곳이었다. 어느 단과대도 ‘삐까번쩍한’ 건물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LG와 POSCO에서 기부한 돈으로 지은 엘포관이라는 궁전 같은 건물이 들어섰다. 최첨단 시설과 현란한 대리석으로 꾸며진, TV 속 외국 대학에서나 봐왔던 시설에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길엔 타이거플라자가 들어섰다. 타이거플라자는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를 비롯한 상업시설로 채워졌다.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에는 손님이 넘쳐난다. 그리고 2년 전에 완공된 백주년기념관. 삼성에서 400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내 지은 이 건물은 ‘변신하는 고대’의 절정을 장식했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이제 엘포관의 시대는 갔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한 시설에 학생들은 “역시 삼성”을 연발했다. 지난해 공사가 끝난 이공계 캠퍼스의 하나스퀘어(하나은행에서 자본금을 댔다)는 화려한 캠퍼스 만들기의 마무리였다. 하나스퀘어에는 열람실, 세미나실과 함께 피트니스센터, 버거킹과 영풍문고, 커피숍이 자리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동원리더십센터와 같은 건물이 완공을 앞두고 있고, 백주년기념관 못지않은 시설을 목표로 한 ‘SK관’도 몇 년 안에 공사에 들어간다.

지난해 어윤대 전 총장은 세계적인 명문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대학이 그 정도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등록금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고대 역사상 가장 많은 기부금을 유치한 그는 더 많은 기부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주장에 많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최첨단 강의실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고, 부족했던 열람실이 대폭 확대됐으며, 학교 밖에서 누리던 각종 편의시설을 학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자본의 논리’는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학생들의 머릿속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는 동안 학문의 요람인 대학의 기업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막대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캠퍼스 진출은 대학의 진정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일방적인 대답을 하도록 모두를 길들이고 있다. 오늘도 많은 고대생들이 엘포관에서 수업을 듣고, 스타벅스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백주년기념관에서 삼성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 따뜻한 오후의 캠퍼스에서는 여유가 묻어난다. 대학이 얼마나 ‘돈’에 종속될지, 그것이 대학생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그 안에서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상업화’에 불만 가진 학생 드물어

김재욱 연세대 사회학과05·연세춘추 기획취재부장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대학에서 ‘CEO형 총장’이 각광받고 있다. 대학이 경영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눈에 대학 경영은 그다지 어렵거나 복잡해 보이지는 않다. 돈이 대학 발전의 필수조건이 된 현실에서 대학 경영의 기본은 ‘돈’이고, 총장의 능력이나 학교의 발전 정도는 ‘학내로 돈을 얼마나 많이 끌어들였나’로 판단된다.

그러는 사이, 캠퍼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는 별개로 다양한 다국적 브랜드의 간판이 캠퍼스를 장식하고, 값비싼 유명 음식점과 카페가 학생들을 유혹한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어느 대학은 학내에 민간 자본을 유치해 대형 쇼핑몰까지 만든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캠퍼스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학교 본부는 없다. 학교와 기업은 서로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양쪽 모두에게 승리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캠퍼스의 상업화 현상에 대해 반발하거나 불만을 가진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외부 자본이 내가 다니는 학교를, 그리고 나를 더욱 빛내줄 것’이라 믿으며,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감을 갖는다. 드디어 캠퍼스가 상업 자본에 오염돼 소비 공간으로 변하고, 대학생이 소비의 주체 혹은 상업시설이 공격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학생은 학문 탐구나 사회에 대한 고민과는 거리가 먼 존재가 되고 있다.

삼성·신세계·포스코·CJ·LG·SK…. 대학에 수백억원의 기부를 함으로써 건물명에 기업 이름을 넣는 영광(?)을 얻은 대표적 기업이다. 이와 같은 ‘대학 내 기업 침투’는 캠퍼스의 상업화와 함께 최근 대학가에 일어나고 있는 큰 특징 중 하나다. 이러한 현상은 이제 자연스러운 것이 됐으며, 이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런 건물을 많이 가진 학교는 ‘능력 있는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학교는 기업 유치를 위해 엄청난 열의를 보인다.

연세대의 경우, ‘총공사비의 50% 이상을 기부하면 해당 기부자의 이름을 따 건물명을 짓는다’는 내규까지 있다. 이로 인해 대우관과 삼성관이 존재하며, 내년에는 또다시 삼성이라는 기업명을 딴 도서관이 지어진다. 물론 학교 입장에서 지원을 한 기업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하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기업 자본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은 지워지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나는 몇십 년 뒤 후배들에게 “언더우드가 무슨 회사냐?”는 질문을 받지는 않을까 두렵다.

최근 김승연 회장의 이름을 딴 ‘승연관’이라는 건물명을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성공회대에서 있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교수직과 지원금을 교환하는 현상까지 있다고 한다. 대학이 저지르고 있는 문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생각한다. 한국의 대학은 자본이 주는 단맛에 사로잡혀 대학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닐까?

 

 


△ 대학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학생들의 고민도 남는다. 상업시설 유입에 따른 복지 문제를 들고 나선 이화여대의 총학생회.

 

 

새 건물은 이윤 추구 공간?

양경언 이화여대 국문학과4·총학생회장

 

요즘 이대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공사 현장이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 이 대대적인 공사는, 이대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조차 외부의 언론기관을 통해서야 실체를 알 수 있었던 ‘ECC’(Ewha Campus Center)를 일컫는다. 기공 당시엔 ‘이화삼성캠퍼스센터’(ESCC)로 명명됐던, 삼성의 상당한 기부로 지어지는 건물이다. 학생들은 광장 구실을 했던 운동장을, 편하게 쉴 수 있었던 숲을 ECC 공사로 인해 잃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들리는 공사 소음, 위협적인 공사 차량들로 최악의 교육환경에서 살 수밖에 없는 피해도 입고 있다. 학생들의 동의 없이 공사가 시작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사 진행 과정에서도 이화의 학생들은 배제되고 있다.

학생들을 소외한 채, 학교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이 공사의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학교는 ECC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이화의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공간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각종 상업시설을 교육기관 내에 들여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ECC 내에 어떤 공간이 자리잡을지에 대해 학생대표와 학교 처장단이 가진 협의회 자리에서 학교는 푸드코트를 마련하기 위해 모 기업과 접촉 중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렇듯 학교는 2007년 말에 완공될 예정인 ECC에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상업시설’을 들여올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학내에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시설들이 들어서게 될 때, 교육기관이라는 학교의 의미는 퇴색하고 만다. 교육환경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또한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착화하기 때문에 학교 앞 상업시설을 반대한다는 이화에서, 거꾸로 상업시설 유입을 허용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공간의 성격과 기능은 너무나 자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란 많은 이들을 배제하는 폭력성 속에서 구획되며, 이는 훨씬 더 자극적이고 현란한 것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대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자치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연습실·동아리방·과방에서부터 시작해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 조별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간, 휴게실 등 많은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는 그 부족한 공간이 ECC 안에 확보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안 공간은, 그 공간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주체, 즉 학생들을 위해 우선 활용돼야 한다. 이화의 학생들은 마치 기업처럼 이윤 창출을 최대의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닌, 학생 활동의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는 공간을 학내에 마련해야 한다고 학교에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학생들의 복지와 자치활동을 위할 공간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여러 가지 행동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학교는 “공간에 대한 협의는 있을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며 공간을 배치하는 논의 과정에서조차 학생들을 주체로 존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ECC 안에 어떤 공간이 들어갈지 확정된 뒤 학생들에게 통보를 하는 형식이 아니라, 계속적인 회의 자리를 가지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그를 반영하는 것이야말로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이름을 딴 ‘승연관’의 건물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는 성공회대 학생들(사진/ 한겨레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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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대학 캠퍼스에는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거나 혹은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그동안 사회는 상업화돼가는 대학 캠퍼스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고, 한때는 대학 주변의 상업적인 풍경까지 문제 삼으며 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캠퍼스는 변했고, 변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기업과 대학이 서로의 사업이 연결되길 바라고 있다. 그 안에서 학생들은 살아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기업의 이름이 붙은 건물에서 생활하고 캠퍼스까지 진출한 상점을 이용하면서 말이다. 대학이 어디까지 자본에 종속되고 그것이 얼마나 학생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칠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어쨌거나 지금, 대학가에선 ‘돈’이 중요하고, 그 ‘돈’이 가져다준 안락함을 많은 이들이 향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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